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노에 의존하라

오간지 경영단상

by 오상익


#오간지 경영단상
"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노에 의존하라"


22788941_10154819107886968_5870796787273396612_n.jpg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


1.

요즘 책볼 시간도 없이 빠져 보는 미드가 하나 있다.
바로 넷플릭스의 "빌리언스"
(월스트리스트의 헤지펀드 거물과 미 연방 검사장의 피터지는 복수극)

이제 막 시즌1을 보는데 눈길을 끄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엑셀로드는 헤지펀드 재벌로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가이지만
그도 원래는 밑바닥부터 올라온 흙수저였다. (아내도 마찬가지.)
그런데 금수저인 엑셀로드의 두 아들은, 대개의 있는 집 자식이 그렇듯 제멋대로다.

하루는 아침요리를 해주는 셰프에게 아이들이 식사 투정을 심하게 했다. 그러자 엑셀로드의 아내는 벌떡 일어나 당장 셰프에게 사과하라고 훈육한다. 아이들은 마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다.

그날 밤 아내는 엑셀로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이 우리와 달리 너무 편하게 자랐어.
저래서는 생존능력이 없을거야."

그러자 엑셀로드는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겠지 뭐."

아내는 남편의 무심함에 놀라며, 다음날부터 아이들을 직접 찬물가로 데려가 장시간 조개잡이를 시켰고 그 다음날에는 아예 미국식 해병대 캠프까지 강제로 입소 시켰다.

조교의 엄격한 통제 하에 진행되는 캠프에서는 야영을 시킨다며 아이들에게 손수 텐트를 치게 했고, 배급받는 음식도 더럽게 맛이 없었다.

좀 맹꽁한 첫째 아들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조교에게 뺏겼지만,

약삭 빠른 둘째는 핸드폰을 바지춤에 몰래 감추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그날의 늦은 밤,

깊게 잠이 든 아내 몰래, 엑셀로드는 조용히 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도로를 질주하며 어느 숲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아이들이 야영 중인 캠핑장이었다.

어둠속에서 차 라이트가 텐트를 비추자,
텐트 안에 있던 엑셀로드의 두 아들은 부리나케 뛰쳐나와 아빠 차에 올라 탔다. 조교가 소릴 지르며 뛰쳐나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차는 먼지를 남기고 떠난 후였다.

차에서 엑셀로드는 말한다.

"핸드폰 안 뺏기고 아빠한테 연락한 건 정말 탁월한 작전이었어.
오늘 고생했는데, 밀크쉐이크 맛있게 하는 집으로 가자."

그러자 아이들은 신나게 환호성을 질렀고, 그렇게 그 화는 끝이 난다.






la-ca-st-winter-preview-billions-20160103_.jpg 바비 엑셀로드와 그의 아내 라라 엑셀로드


2.


엑셀로드의 아내 라라는 두 아들에게 억지로라도 고생을 시키면,
그 후에 무언가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좋은 시도였다.
(고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에서 부자 부모가 아들에게 가난을 경험하게 하였듯이.)

그러나 그렇게 피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아내와 달리
실제 돈 냄새 맡는데 귀신인 사업가 엑셀로드는 발상 자체가 달랐다.

그는 지금의 현 상황에서 즉, 아이들이 안락하게 사는 "주어진 상황"을 온전히 누리면서,

그것을 발판(자본)삼아 어떻게해서든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것이 자기 자식들의 생존법이라 믿었고,
난관에서 순발력(혹은 잔머리)를 발휘해 몰래 아빠에게 SOS를 친 둘째 아들에게 더 큰 신뢰와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그 화의 끝 장면은 엑셀로드의 미소로 끝나는데 "이래야 내 새끼지." 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나는 보았다.)






3.


우리도 살다보면 피상적인 것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특히 나같은 젊은 청년들이 이러한 피상적 생각에 잘 사로 잡힌다.

예를 들어 어떠 어떠한 경영 책을 읽었고,페북의 어떤 경영자의 글을 보고 인사이트를 얻는다.
그리고 그러한 성공방식에 사로잡혀 "애플은 이런식으로 성공했는데요?" 혹은"삼성은 이렇게 하니까 성공하는데 우리는 왜 이렇죠?" 라는 식의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본다.

그러나 그러한 경영 케이스나 사례들은 기업성공(경영)의 한 단면만 보여줄뿐,

전체를 보여주는 것은 전혀 아니며 실전의 크고 작은 세부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콱 다문다.
(사례만 많이 알아서 된다면 경영학 박사나 교수들이 모두 기업의 성공을 이끌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무슨무슨 기업들의 성공 공식 등은 기업의 업종이나 규모, 문화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고, 오히려 정반대의 전략으로 성공한 벤처도 수두룩하다는 것을 반드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어떤 특정한, 내가 꽂힌 등식에 사로 잡혀서 실수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

ps.
이런 라틴 명언이 있다고 한다.
"바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노에 의존하라"

위 명언을 엑셀로드의 아들은 이렇게 응용한 셈이다.
"엄마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빠(엑셀로드)에 의존하라."


axelrod.jpg 동물같은 사업본능으로 밑바닥에서 억만장자가 된 엑셀로드. 냉혈한이지만 여전히 서민적 면모도 잃지 않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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