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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Nov 27. 2017

(오간지 책소개)『1만권 독서법』

정독의 저주에서 벗어나자


1만권 독서법 정독의 저주에서 벗어나자 
인나미 아쓰지 지음 위즈덤하우스/서평 이원종


1만권 독서법


무슨 이유에서든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평생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년에 10권 정도인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량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일생 동안 1,000권을 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독서에 있어서 반드시 책을 몇 권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란 주장 역시 반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책 ‘1만권 독서법’을 접한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독서를 안 하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고, 저자 역시 이를 인정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독서의 효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서로에게 별 소득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전제를 하고 나면 오히려 독서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기왕이면 하루에 한 권씩 읽어서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인가는 1만권의 책이 내 몸과 의식 속에 흐르게 된다면, 아주 기쁜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현재 한 달에 6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한 페이지를 읽는데 5분이 넘게 걸리는, 책을 굉장히 느리게 읽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독서법에 관한 책을 쓴 저자들은 독서의 달인이라 할 만한 특출한 능력의 소유자들이어서, 내가 실제로 따라할 수 있을까 하는 위화감이 들기도 하는 것과 대조되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은 독서법 이라기보다는 독서에 대한 관점 전환을 주제로 한 책이다. 그런데 그 관점의 전환이 꽤 일리가 있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얼마나 깊이, 자세하게 읽을까? 실제로 며칠 동안 책을 꼼꼼히 정독하여 다 읽었다면 얼마나 많은 내용이 기억에 남을까? 아마 별로 남는 게 없을 것이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는 책 제목조차 기억이 안 날지도 모른다. 이것은 자신의 능력부족을 탓할 일이 아니라, ‘아무리 정독해도 실제로는 잊어버리는 게 많다’는 현실을 인정하면 될 일이다. 기억력이 남달리 뛰어나 아주 많은 것을 기억하는 능력자도 물론 있겠지만, 그걸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우리는 책 한 권을 통해 모든 것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단 한 문장을 만났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것은 독서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중요한 관점이다.
 
‘정독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모든 것을 남기려 하지 말고, 단 1퍼센트만을 남긴다 해도 아주 훌륭한 독서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책을 빨리 읽는 것은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독서법의 차이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사람‘과 느리게만 읽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독의 저주에서 자유로운 사람‘과 ’정독의 저주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24쪽)




‘정독의 저주’라는 표현은 몰랐지만 나 역시 이 저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정독한다고 더 깊이 이해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자꾸만 ‘정독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정독을 해야 할 책도 있다. 여기서는 일단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따로 정독할 책을 정해 여유 있게 읽는 것을 권하고 있다. 보통은 소설 같은 스토리물이 될 것이다. 반대로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 같은 분야의 책들은 앞뒤의 연결이나 서사 구조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하루 한 권 읽기의 좋은 소재가 된다. 즉, 빨리 읽기 위한 책을 의도적으로 고르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책은 하루에 한 권을 읽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아니면 적어도 한 권에 10일 이상은 매달리지 말 것을 권한다. 고생고생해서 한 달 걸려 읽은 책으로부터 남은 것이, 어려운 책을 한 권 다 읽었다는 만족감 뿐 이었던 기억이 여럿 떠오르는 대목이다.
 
모든 책을 정독하려 하는 ‘정독의 저주’와 더불어 오로지 책을 읽기만 하는 것 역시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 꼽고 있다. 우리는 책 뿐 만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정보의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내보내는 것, 즉 쓰는 행위가 필수이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서평가가 될 필요는 없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 쓰는 것, 그 구절들로부터 책의 요점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것 정도만 실천하면 된다. 실제로 저자는 이런 방법으로 한 달에 6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서평을 기고하는데, 이것을 ‘한 줄 샘플링’이라고 표현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처럼 ‘책 속의 한 줄’을 찾겠다는 목적 자체가 집중적인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많은 책을 읽기 위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책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세울지 등등 여러 의문점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되어 있다. 그전에 독서에 대한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자신의 독서관을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어찌됐든 독서는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우선 ‘정독의 저주’로부터 벗어나 보자. 다독가의 길도 멀지 않았다.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독서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로 활동한 바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easyread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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