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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Nov 29. 2017

(오간지 책소개)『창의성을 지휘하라』

창의성은 100미터 달리기 보다는 마라톤에 가깝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 창의성은 100미터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에 가깝다
에드 캣멀 / 와이즈베리/ 서평 이원종



창의성을 지휘하라 / 에드 캣멀


 거듭 이야기하는 게 새삼스러울 만큼 창의성은 개인과 조직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조건이 되었다. 점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세상 속에서 이전에 해온 것들을 아무 개선이나 반성 없이 반복한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일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나 픽사(Pixar), 스티브 잡스에 비해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던 이 책의 저자 에드 캣멀은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사장으로서 눈부신 성과를 이끌어온 경영자다. 그는 어린 시절 매주 일요일 저녁 방송되었던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고, 언젠가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 후, 자신에게는 애니메이터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학자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에드 캣멀은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당시 걸음마 단계였던 컴퓨터 그래픽 분야를 개척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그는 어린 시절 꿈꾸었던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애플로부터 버림받은 스티브 잡스와 손잡고 픽사를 설립하여, 마침내 세계최초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기반한 장편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를 탄생시킨다. 그런 사연을 잘 모르고 감상했던 우리들 역시 아무튼 기존의 만화영화와는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3D 애니메이션은 영화계에 대전환을 일으킨 역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3억5천만 달러가 넘는 기록적인 흥행수입을 벌어들였다. 후속작인 ‘토이스토리2,3’뿐 아니라 ‘몬스터 주식회사’, ‘라푼젤’, ‘겨울왕국(Frozen) 등 나오는 족족 그가 이끄는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작품들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과학자 출신이었던 데다가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도 아니었던 에드 캣멀이 회사를 처음 경영하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다. 그가 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은 여러 권의 경영서를 읽는 것뿐이었지만, 아무리 책을 읽어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지금의 픽사를 만들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와 노하우는 그저 그런 이론들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와 시대를 같이 했던 많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난 이후 그 성공을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큰 성공을 거둔 최고경영자들은 성공 이후 일어나는 조직 내부의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어찌된 일인지’, ‘이상하리만치’ 그렇다는 것이다. 그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에드 캣멀의 도전과제였고, 지금의 개성 있고 창의적인 픽사의 기업문화는 그런 고민의 산물로서 얻어진 것이었다.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자’라는 목표로부터 라기보다는.
 
‘토이스토리2‘는 애니메이션의 후속 작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뜨리고 5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두었다. 그러나 에드 캣멀은 이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처음으로 두 명의 감독을 교체하며 스토리 라인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했다. 이 두 명은 감독 경험이 없었지만, 스토리를 계속 수정해 가면서 더 나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지만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스토리이다. 아무리 화려해도 스토리가 설득력을 갖지 못하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픽사의 핵심 창작원칙 역시 ’스토리가 우선이다‘였다. 이후 촉박한 스케줄을 극복하며 극적으로 제작을 마친 경험을 통해 에드 캣멀이 얻은 교훈은 픽사를 규정하는 가치가 되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평범한 팀에게 맡기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반면 평범한 아이디어를 탁월한 팀에게 맡기면, 그들은 아이디어를 수정하든 폐기하든 해서 더 나은 결과를 내놓는다. (115쪽)


깊은 통찰을 담은 이 말의 핵심은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드 캣멀은 ‘좋은 인재를 구하는 것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이 더 큰 고민거리’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디어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며, 보통 수십 명의 사람들과 수만 가지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그는 보기 때문이다. 아이폰 역시 하나의 아이디어만으로 나온 제품이 아니며, 소프트웨어에 관여하는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모든 창조적 사업의 핵심 성공 비결이라 말하고 있다. 이것은 막연히 ‘우리는 인재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는 경영자들과 달리 아주 실전적인 접근으로 보인다.
 
픽사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하여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솔직한 피드백의 반복과정’으로 규정한다. 여기서의 핵심가치는 ‘솔직함’이다. 조직구성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높은 사람’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는 말이라면. 그러나 이것이 결국은 성공한 기업의 경영자들이 중대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을 에드 캣멀은 알게 되었다. 픽사는 ‘브레인 트러스트’ 회의를 통해 스토리에 대한 피드백을 수없이 반복하는데, 이 시스템의 특징은 감독의 스토리텔링을 평가하는 ‘브레인 트러스트’는 지시할 권한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 해법의 지시가 아닌 솔직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작품의 질을 높이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그 중 한 가지는 픽사의 ‘실패 장려정책’이다. 대부분 실패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실패에 따르는 많은 비용 손실에도 불구하고 경영자가 실패한 직원을 진정으로 격려해줄 수 있을까? 에드 캣멀이 관찰한 바로는 오래 고민하면서 선뜻 행동에 나서길 주저하는 사람과 빨리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이 오류를 저지를 확률은 비슷했다. 오히려 ‘장고 끝에 악수 두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더 큰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픽사 경영진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기업이 위험회피에 집착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라고 에드 캣멀은 말한다.


지나치게 계획하는 사람은 실패확률을 낮추지 못한다. 실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이다. (168쪽)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스티브 잡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라는 단 한 마디가 적혀 있다. 이 책의 후기 역시 ‘우리가 알던 스티브 잡스’라는 제목으로 마무리 할 만큼,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시중에 나온 스티브 잡스에 관한 수많은 책들 중 그 어느 것도 그가 아는 잡스를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했다고 한다. 공격적이고 무자비하며, 타인의 감정을 잘 헤아리지 못 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천재’. 아마 이런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스티브 잡스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기도 하며 스스로 많이 변화했고, 그 이전에도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는 사람의 열정을 존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고, 그의 동업자이자 친구였고 버팀목이기도 했을 저자 역시 같은 마음으로 지금껏 고민해왔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토이 스토리’를 감상했다. 인형들의 움직임과 표정, 배경, 스토리, 그런 것들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녹아있는지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아서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결국 창의성이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한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란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창의성은 100미터 달리기 보다는 마라톤에 가깝다. (305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로 활동한 바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easyread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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