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비법! 버리기
영하 십도를 내려가는 엄동의 날씨에 지난 폭염의 날씨 속에서 갑작스럽게 멈춘 냉장고를 기억해 본다.
지난 8월초!
폭염이 연일 계속되었고, 밤에도 더위는 식을 줄 몰라 열대야가 매일밤 되풀이되던 때였다.
나름 시원한 동네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 시기에는 에어컨도 가림막을 걷고 돌리는 때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서 냉장고를 열었던 아내는 날씨탓에 냉장고도 시원한 느낌이 덜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몇번이고 냉장고를 살펴본 후, 냉장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냉장고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이사하고서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던 냉장고를 앞으로 빼내고, 벽뒤의 전원을 다시 꼽아보기를 되풀이 해봐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A/S가 가능할 시간도 아니고, 이미 신청도 불가능한 시간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냉장고며 냉동고에 보관된 음식물들이 금방이라도 상하게 될터이니 그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하게 된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냉장고를 비워라!
아내의 결정에 따라 냉장고와 냉동고를 비우기 시작한다.
김치냉장고의 공간을 가능한 확보를 하고, 넣을 수 있는 것들을 고르는 것이 먼저다.
나머지는 곧바로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 수 밖에 없다.
냉동고에 보관된 호두파이는 밖으로 내놓으면서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둘 중 하나는 곧바로 먹기로 하고 억지로 먹을수도 없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다.
앞쪽에 있는 것들은 언제 산 것인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아쪽을 헤쳐들어 갈수록 무엇인지 무슨 연유로 그 자리에 아직도 있는지 모르는 것들이 하나 둘씩 나오게 되었다.
그날밤 제대로 쓸모도 찾지 못한 음식물들은 곧바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냉장고 모터 주위의 먼지를 제거하고 한동안 전원 공급을 중단하면서 갖게된 휴식 탓인지 그날밤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몇의 아까운 음식물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해프닝으로 냉장고와 특히 냉동고는 꽤 넒은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왜 냉동고에는 연유를 알 수 없는 음식물들이 가득했을까?
미래를 위한 준비? 언젠가는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요량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어찌할 것이라는 실행의 계획을 보류한 것들이 냉동고 안으로 자리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보류된채
냉동된 채
지금 무엇이라 정하거나 고민하고 싶지 않기에 그냥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 보류하는 것.
실상은 사용할 용도도 없고 한번씩 정리하면서 없어져 버리거나 이러한 긴급한 순간에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들인데 말이다.
꼭 냉동고나 냉장고 안에만 있을 듯 하지 않다.
그 보류된 것들은 제대로 사용되지도 못하고 마침내 버려지지만,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전기를 소비했음은 틀림없다.
마치 우리가 용처도 없이 가지고 있는 욕망들도 이러한 모습은 아닐까 생각케 한다.
막연한 필요나 욕심으로 삶의 걸음만 무겁게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정리의 비법은 버리는 것에 있는 듯 하니,
인생의 비법도 버리고 가벼워 지는 것에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