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 호수의 깊이를 물었다
나는 호수의 깊이를 알려거든
커다란 바위를 던져야 한다고 했다
작은 돌멩이 소리로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테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너는
이번에는 자기 자신의 깊이에 관해서 물었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그것은 작은 돌멩이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는 보란 듯 돌멩이 하나를
수평선의 끝으로 힘껏 던졌다
한 덩이의 새소리가 흘렀고
한 뭉텅이의 바람이 지났지만
호수는 왜인지 조용했다
내가 다시 한 번 호수를 찾았을 때는
이듬해 가을이었다
기러기 소리가 흘렀고
바람이 스치듯 지났다
이번에는 커다란 바위를 호수 바로 앞까지 굴렸다
온몸에 힘을 꽉 주고 그것을 던지려는 찰나
호수의 중앙으로부터 잔잔한 파문이 일었고
발목으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얼마나 깊었는지
얼마나 힘껏 던졌는지
돌멩이는 한 해가 지나고 나서야 바닥에 닿았다
신이 나서 허공에 대고 네 이름을 불렀다
한 덩이의 새소리가 흘렀고
한 뭉텅이의 바람이 지났지만
이번에도 호수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