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하루 더 멀어졌다

by sangillness

눈앞이 아른히 흐트러졌고

가슴께가 저리듯 죄어왔다

걸음이 무거워서 뒤쪽을 쳐다보니

등에는 우주가 업혀있었다


잠시간 애쓰며 버티다가 픽하고 쓰러졌다

공황 때문이었다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와 마주 보고 앉아서는

처음에는 마음이 아팠고

그다음에는 몸이 아팠다고

더 이상은 견디기 어렵다고

그렇게 말했다


의사는 최근에 이별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날마다 이별하며 살아왔

요 며칠 전에는 더 큰 이별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던 의사는

이별은 원래 아픈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말하더니

차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약국에 들러 약 봉투를 받아 들고

그중에 하나를 꺼내 물도 없이 삼켰다

쓴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 다 와서는 잠깐 졸았다

잠깐 앓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곧 정신이 돌아왔고 동시에 몇 가지 기억이 솟았다

우뚝 솟은 기억은 뾰족한 바늘이 되어

온몸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또 한 번 아팠다

이별했기 때문이겠다

이별은 원래 아픈 것이라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지는 것이라

그래서 오늘은 아팠다


내일은 오늘보다 덜 아플 것이고

모래는 내일보다 덜 아프겠지


잘하고 있구나

잘 견디고 있구나

머릿속으로 되뇌며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아팠던 기억으로부터 겨우 하루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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