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낱 자기 계발 서적의 제목 따위를 조롱하는 무리에 나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비웃고 책의 본질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었는데, 다들 그러는 것 같아서 나도 그랬다. 정말 아팠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프고 또 아픈 청춘 한가운데에 있어서 나를 꿰뚫는 한 문장을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는 아프지 않은 지금, 책의 제목대로라면 더는 청춘이 아닌 지금 나는 아픔과 청춘을 나란히 놓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머리로 아픔과 청춘의 연결고리를 덤덤히 생각한다.
아프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아프지 않으면 그것은 이미 완성이거나 완전한 실패다.
수십 년에 걸쳐 단단해진, 그렇게 완성된 사람은 바람 따위에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벽돌로 굳게 쌓아 올린 성벽이 상쾌한 하늬바람에 흔들릴 리가 없다.
또한 완전히 실패한 사람 역시도 한낱 바람 따위에 연연할 리가 없다. 무수히 날아오는 비수가 심장에 꽂힌 사람. 꽂히고 또 꽂히다가 그 자리에 허무한 구멍이 나버린 사람. 아무리 거센 바람도 통과할 구멍을 가진 사람도 더는 아프지 않다.
이제는 안타깝지도 않게도, 나는 구멍이 생긴 사람이다. 아프고 아픈 청춘 한가운데로 애써 기어들어 간 나는 가슴께에 구멍이 생겨버린 불쌍한 사람이다. 아직도 청춘의 가장자리만, 고통의 가장자리만 하릴없이 빙빙 도는 나는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커다란 구멍 그 자체다.
모든 여행이 봄이었고 그사이에 새겨진 나는 분명 봄이었다.이제는 청춘이 아닌 채로 떠나는 여행을 상상하기 어렵다. 어쩌면 여행은 한가하게 아파하는 청춘의 전유물일지도 모른다. 봄날의 그런 여행을 더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한참이나 눈을 감았다가 뜬 나는, 겨울이 되어 떠나는 여행은 어떨지 조심스레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지도를 펴고 어디로든 떠나는 비행기 티켓값을 끊임없이 저울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