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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Aug 06. 2024

광고

2. 목적성

대기업의 마케팅 혹은 IMC부서에게 광고는 때로 그저 '일'입니다. 연간 사업전략에 따라 확보한 예산을 신제품 출시 혹은 브랜드 재활성화(revitalization)의 명목 하에 특정 시기, 캠페인의 이름으로 런칭합니다. 정해진 예산에 근거하여 대행사를 선정하고, OT를 주고, 안을 선정하고 미디어별 집행 계획을 세우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니 정해진 패턴과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KPI도 설정합니다. 기본적인 노출량에 더해 디지털이라면 액션 수치를 기반으로 전환, 구매까지 고객 여정별 목표 수치를 세우고 트래킹을 합니다. 예산의 여유가 있다면 캠페인 집행 후 별도의 소비자 조사를 통해 브랜드의 인지, 선호와 같은 지표의 변화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언뜻 체계화되어 있는 것 처럼도 보이지만 종종 캠페인은 방향을 잃습니다. 설정한 KPI 수치는 목표를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지만(많은 경우 과거 집행 데이터 or 업계 평균 수치를 기준으로 KPI를 설정하며, KPI 달성에 대한 현실적 부담도 존재하기에 설정된 목표값은 보수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우리의 브랜드가 경쟁사 대비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인지, 회사의 매출에는 얼마나 기여를 한 것인지 모호합니다. 열심히 '일'은 했지만 체감하는 결과가 공허합니다. 광고 캠페인의 목적이 불분명했기 때문입니다. KPI는 광고의 목표가 아닙니다.


광고 캠페인을 위해 투입하는 수십억의 비용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이라면 신제품 광고의 성패가 회사의 존폐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신제품 준비를 위해 그간 투자한 개발비, 설비비와 함께 캠페인의 집행 비용, 거기에 캠페인에 맞추어 준비해 둔 재고 물량과 다른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이는 이미 수십억이 아닌 수백억의 프로젝트입니다. 회사의 존폐, 미래가 걸린 일의 목표가 타겟 R+3 50%, CTR 5%와 같은 수치라면 이는 너무 안일합니다. 광고를 하나의 단일 프로젝트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광고는 신제품의 성공적 출시를 위한 마중물이자, 브랜드 정체성 확립을 위한 한 접점입니다. 광고가 업인 사람들에겐 다소 아쉽겠지만 광고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바라볼 때 그 목표는 명확해집니다.


LAY'S라는 감자칩이 있습니다. 코카콜라보다 큰 기업인 펩시코의 스낵 브랜드이자 전 세계 No.1 감자칩 브랜드입니다. LAY'S는 매년 새로운 플래버(맛)의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중국과 같이 시장이 큰 나라에서는 동시에 30개가 넘는 플레버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제품을 매년 추가하고 반응이 좋지 않은 제품은 종산을 합니다. 새롭게 런칭되는 제품은 당연히 광고 캠페인을 수반합니다. 유명 모델이 나와 새로운 플래버의 제품을 홍보하고, 구매(Trial)를 독려합니다. 경품을 포함한 이벤트는 디지털 캠페인으로도 확장되어 다양한 접점에서 타겟군에 노출되고, 샘플링을 통한 체험을 유도하고, 시식 후기를 독려합니다.

새로운 제품이 늘 시장에서 환영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열에 아홉은 실패를 하죠. 게다가 소비자들의 입은 까탈스러워 입에 익은 맛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30개의 플래버가 있지만, 매출의 80%는 Top 5 플래버의 제품이 만들어 냅니다. 나머지 25개의 제품은 나타났다 사라질 운명입니다. LAY'S는 Top 5가 아닌 나머지 25개의 자리를 놓고 싸울 신제품, 20% 비중의 매출을 위해 광고를 집행합니다. 언뜻 바보스러운 전략이지만 내포한 전략은 치밀합니다.

스낵은 대표적 저관여 제품입니다. 시장에는 새로운 제품이 차고 넘칩니다. 감자칩뿐 아니라 우리의 입을 노리는 다양한 스낵 제품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맛과 식감의 제품을 선보이고 사라집니다. 우리의 입도 새로운 맛을 늘 갈망하고, 좋아하는 맛을 용케 기억합니다. LAY'S는 소비자들의 변덕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본인들의 Top 5 제품만으로 소비자들의 충성심을 잡아두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LAY'S는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습니다. LAY'S라는 브랜드에 '뉴스'를 추가합니다. 경쟁사에서 새로운 맛을 내면 유사한 맛을 더합니다.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새로운 제품이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역시 오리지널이 최고야'라며 다시 Top 5 제품으로 돌아올 것을 압니다. 새로운 제품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길을 열어둡니다. 다만 멀리 가지 않고 LAY'S 브랜드 하에서 맛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도록 합니다. 새로운 제품은 LAY'S Top 5의 매출을 방어하고 공고히 합니다.

새로운 제품을 위한 광고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LAY'S가 여전히 새로운 맛으로 활력 넘치는 브랜드임을 알리는 것. 그럼으로써 소비자들이 LAY'S 브랜드 하에서 맛의 여정을 돌고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품의 인지 제고, 매출 증진은 부수적인 결과일 뿐입니다. 새로운 제품의 매출 결과만을 생각한 광고 캠페인이라면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KPI 결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LAY'S의 광고는 새로운 제품 홍보를 목적에 둔 하나의 광고 캠페인이 아닙니다. LAY'S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과물입니다. LAY'S 브랜드의 영속성을 위한 톱니바퀴의 하나입니다.        



LAY'S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습니다. 중국은 나라가 큽니다. 대륙이라 함은 단순히 대한민국보다 몇 배 더 크다가 아니라 시장 공략의 전략과 전술의 스케일이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중국은 하나의 성이 우리나라 보다 큰 경우도 많습니다. 전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보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현실적으로 가능한 접근법도 아닙니다. LAY'S는 상하이를 근간으로 하기에 중국의 남부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시장 확장을 위해 LAY'S는 장기적 플랜을 준비합니다. 북쪽으로, 내륙으로 시장을 넓혀가기로 합니다. 매년 2-3개의 공략 지역을 선정하고 해당 지역의 영업망을 확충합니다. 공략 지역만을 위한 신제품을 내놓기도 합니다. 비용을 투입하여 분포를 확대하고 매대를 넓힙니다. 그리고 해당 지역에 한해 광고 캠페인을 집중합니다. 육군이 지역 거점을 마련하고 공군의 공중 지원을 받아 하나하나 고지를 점령해 가는 방법입니다. LAY'S는 2010여 년부터 이러한 전략을 10년여간 지속합니다. 중국 스낵 시장에서 압도적 강자가 됩니다. 이러한 회사의 장기 전략 하에서 광고 캠페인은 철저히 영업적 목적에 귀속됩니다. 공략 지역의 영업 서포트를 위한 광고물이 필요합니다. 광고의 메시지도 미디어의 접점도, 집행 시기도 영업 전략과의 어라인(Align)이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광고 캠페인 집행 기간, 해당 지역, 특정 판매 채널의 매출 변동을 세분화하여 파악합니다. 여기서 광고는 매출에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광고의 목적은 회사의 전략적 목적 하에서 설정됩니다. 광고의 목적은 단순히 매출 증대, 전환율 제고, 인지 제고가 아닙니다. 회사의 전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광고의 역할을 고민할 때 광고의 목표는 명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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