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wan Aug 10. 2024

광고

6. 변화

2011년, 깐느 국제 광고제(Cannes International Advertising Festival)는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로 이름을 바꿉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이자 광고인의 축제였던 깐느 '광고제'가 '광고'를 버린 순간입니다. '광고는 죽었다'고도 했습니다. 미디어 소비 행태가 바뀌며 '전통적' 광고의 역할이 수명을 다했다고 하면 틀린 이야기도 아닙니다.


NIKE+Fuelband는 2012년 Cannes Festival에서 Titanium and Cyber Grand Prix를 수상합니다.


IMC(Integrated Markeing Communications) 캠페인이 각광을 받던 시기가 있습니다. 시장을 나누고(Segmentation), 타겟을 정한 후(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을 바탕으로, 타겟 소비자의 동선을 미디어 접점으로 포위한다는 개념입니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그물 안에서 우리의 목소리에 자연히 노출될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노출 빈도 증가에 따른 자연스런 선호 증가와 구매 전환을 기대하는 전략입니다. 빅브랜드들은 이를 당연한 전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ATL과 BTL, 각각의 미디어들은 미디어별 특성에 맞는 크리에이티브를 입고, 소비자를 애워쌓아, 메시지를 발산했습니다. 2-3개월간 막대한 비용을 태웠습니다. 그래서 이를 '캠페인'이라 부릅니다. 미국의 대선 캠페인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미디어라 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그래도 한정적입니다. 4대 매체 외 온라인과 OOH 정도가 추가된, 그래서 'One-source, Multi-use'라는 말도 가능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 소스를 지면에 따라 크기를 바꾸어 집행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믿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타겟이 우리 메시지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우리 브랜드의 선호가 올라가겠지. 캠페인 후 증가한 인지도 조사 결과로 성공적 캠페인이었음을 자평했습니다. 낭만의 시절이었습니다.


'캠페인'은 죽었습니다. 소수의 대기업만 여전히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죠.

무엇이 바뀐 걸까요? 스마트폰 때문에, 유튜브 때문에? 단순히 미디어의 다변화로 설명하기엔 조금 궁색해 보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은 공장에서 만듭니다.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가 선행됩니다. 기술 개발, 원료 소싱, 라인 투자, 수율 제고. 겨우 생산을 시작하면 유통을 하고, 재고관리를 하고,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확인해야 합니다. 시장의 반응을 바탕으로 다시 제품이나 공정을 개선해야 하니, 신제품을 출시한 후라도 비용과 시간 투입은 여전합니다. 투입하는 비용이 크니 제품의 성공은 필수적입니다. 신제품을 알리기 위한 광고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제품 런칭 시점에 맞춰 타겟 소비자들에게 대대적 캠페인을 집행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했고, 정당화되었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부상하며 제조업의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제품 생산의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제품의 컨셉과 기획만으로 완성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소량의 맞춤 생산도 가능해졌습니다. 물류 인프라와 서비스도 개선되었습니다. 발주 공장에서 직접 세계 각국의 항만으로 물건을 보냅니다. 유통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e커머스가 대형 유통사를 위협합니다. 소상공인들이 압도적 유통 파워를 가진 대형 유통사를 우회하여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조, 유통, 피드백 수렴의 허들이 낮아졌습니다. 제품을 보다 빠르고 쉽게 만들고,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쉽게 변경도, 생산 확대도 가능해졌습니다. 100% 완성도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보다 80%의 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성공 확률도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광고 역시 역할이 달라집니다. 장시간 공들인 광고 캠페인보다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는 콘텐츠, 미디어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제품을 런칭하는 특정 판매 채널을 고려한 광고 콘텐츠 제작과 미디어 선택이 당연해집니다. 장기적 브랜드 전략보다 제품의 기능, 효능을 극적으로 강조합니다. 브랜드 로열티 축적보단 단기적 매출을 중심에 두게 됩니다. 높은 퀄리티의 제작물이 기반이 된 'One-source, Multi-use'가 아닌 다량의 휘발성 콘텐츠가 'Multi-source, Multi-use'로 소비됩니다. 그래서 혹자는 브랜드가 아닌 '제품'의 시대라고도 합니다.  


광고 제작의 허들 또한 낮아졌기에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됩니다. 과거 TV광고 한 편의 제작에는 수십 명의 인력과 수억 원의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죠. 누구나 쉽게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15초 단 한 편의 광고를 TV에 태우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수십, 수백만 원의 비용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쉽고 싸게 광고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졌고, 역시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미디어 노출이 가능해졌습니다. 화려했던 광고 '캠페인'은 점점 자리를 잃었습니다.  


'광고'가 죽었다고 생각친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수많은 광고에 둘러싸여 있고, 오히려 광고물의 형태는 더 다양해졌습니다. 기업들은 특정 기간에 집중했던 광고 캠페인을 떠나 24시간 365일, 우리에게 닿기 위한 광고 콘텐츠를 만들고 발산합니다. 현대카드는 '레지던트 에이전시'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광고 대행사가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수주하는 것이 아닌 365일 광고주와 상주하며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협업하는 시스템입니다. 광고주와 대행사가 같이, 매일매일을,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고민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뿌리고, 피드백을 수렴하고, 다시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수정, 보완, 개선을 통해 진화해 가는 형태입니다.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하고 즉각적 피드백(매출 데이터건 정성적 댓글이건)에 대응해야 합니다. 손이 많이 가고 가시적 성과는 금방 드러나지 않지만, 매일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고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만들어 갑니다.


현대카드와 같은 시스템은 아닐지언정 이미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일매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정점엔 아마도 '퍼포먼스 마케팅'이 있을 겁니다. 매출 퍼포먼스를 책임지는 마케팅이라니. 효과 보증을 할 수 없었던 광고의 태생적 숙명을 극복한 것처럼도 보입니다. 과연 퍼포먼스 마케팅은 궁극적 마케팅의 기법일까요. 이어서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전 06화 광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