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퍼포먼스 마케팅(1)
꽤 오래전 일이지만, 제일기획에서 모 식음료 기업과 함께 광고와 매출의 연동성 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10억의 광고비를 집행하면 얼만큼의 매출이 오를 수 있는 거야'의 답을 찾기 위한 도전입니다. 과거부터 누적된 광고주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변수를 통제하고, 가중치를 부여하고, 광고 효과의 정량적 수치들을 연결하였습니다. 미디어별 '광고비'라는 변수를 넣으면 판매 채널별 '매출'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Forcast Model(예측 모델)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이론적으론 가능해 보입니다. 완벽할 순 없어도 근사치의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결과는 실패였죠. 꽤 많은 리소스를 투입했고, 어느 순간 그냥 무산되었습니다.
광고비와 매출. 분명한 정방향의 상관성을 예상하지만 측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고, 통제 불가능한 변수는 더 많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의 움직임, 유통사의 정책 변경, 미디어 환경 변화, 소비 트랜드의 변화, 심지어 날씨에까지. 광고는 어쩌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일일지 모릅니다. 최선을 다할 뿐, 매출은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구세주가 등장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매출 결과를 담보하는 마케팅의 등장에 광고/마케팅 업계는 술렁였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퍼포먼스 마케팅은 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디지털이기 때문에, 데이터 트래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판매 채널까지 디지털 생태계 안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퍼포먼스 마케팅은 유효해 보입니다.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클릭을 하고, 검색을 하고, 구입을 하고, 교환을 하고, 추천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기업에겐 광고 노출을 늘리고, 클릭과 전환율을 제고하고, 검색 최적화를 하며, 제품 페이지의 설득력을 높이고, CRM을 관리하는 프로세스로 매칭됩니다. 각 단계의 숫자들은 측정 가능하기에 관리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했습니다.
ROAS(Reture On Advertising Spend)는 필수 KPI처럼 여겨집니다. 발생 매출을 투입 광고비로 나누어 계산하는 방식이니, 말 그대로 효율을 정량화하여 보여주며 광고주에겐 정직한 숫자로 인식됩니다. 로직도 심플합니다. ROAS는 결국 평균 객단가와 구매 전환율, 2개의 factor로 움직입니다. 객단가가 높을수록 구매전환율이 높을수록, 매출은 올라가고 비용은 아낄 수 있습니다. 효율성이 제1의 가치입니다.
CTR, CPA, MAU, Bounce Rate*과 같은 지표가 난무하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A/B테스트, 전환 최적화, 매체 최적화가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일 텐데, 결국 최적화='효율성 극대화'가 목적입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여정(CDJ, Consumer Decision Journey)을 가정하고 각 단계별 목표 KPI 수치들을 설정 후 각 수치들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그를 위해 소구 포인트를 달리하거나 이미지가 다른 광고물의 버전을 테스트하기도 하고, 광고의 타이틀과 설명 문구를 교체하기도 하며, 미디어 지면과 위치, 집행 시간대를 바꾸어 보기도 합니다. 네트워크 매체, 검색 매체의 MIX를 조정하고, 판매 단가를 수정하거나 이벤트를 교체합니다. 테스트를 해보고, 결과가 좋은 것은 유지하거나 늘리고 효율이 좋지 않은 것은 걷어냅니다. 집행하고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고 리뷰하고, 이를 무한반복하는 일입니다. 매일매일의 노력들로 최적의 효율성을 찾아가는 방법론이기에 광고주로선 '숫자'라는 명분과 함께, 빡세게 일하는 대행사를 바라보는 '뿌듯함'까지 얻게 됩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분명 광고의 효과를 수치화하여 매출로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유능합니다. 효율성 앞에서 다른 반박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죠. 그럼에도 요즘은 조금 다른 목소리도 있습니다.
2021년 Airbnb는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브랜드 마케팅으로의 전환을 선언합니다.
We shut down performance marketing.
We think that we are fully back,
design and creativity is fully back at airbnb.
우리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그만둡니다.
대신 우리의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비티를 에어비앤비에 온전히 되돌릴 것입니다.
- Brian Chesky, CEO & Co-Founder of Airbnb -
검색을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 마케팅의 예산을 브랜드 캠페인으로 옮깁니다. TV광고도 다시 시작했죠. 브랜드와 디자인을 회사의 중심에 놓습니다. Airbnb는 '22년 이후 흑자로 돌아서며 '실적'으로 옳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했습니다. Brian Chesky는 어느 순간 단순히 많은 양의 고객을 구매하고 있었다고 반성합니다. 브랜드의 메시지, 고객의 경험이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Airbnb만이 아닙니다. 최근 들어 많은 클라이언트에게서 '퍼포먼스 마케팅에 집중하다 보니 브랜드 내러티브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같은 고민일 겁니다. 효율성과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어 디지털 상의 고객을 바잉(Buying) 해왔었는데, 어느 순간 브랜드는 사라지고 일회성 고객만 남아있는 상황을 토로하는 말입니다.
다른 그늘도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펼치는 그물도 완전하진 않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고객의 구매 여정 패턴을 가정합니다. 특정 제품을 주목하고(Atention) - 흥미를 느끼고(Interest) - 찾아보고(Search) - 구매하고(Action) - 공유하는(Share) 흐름일 수 있고, 체류 시간(Retention)이나 주변 추천(Referral)을 추가하여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쇼핑 패턴이 상상하듯 순차적으로 움직일까요?
우리는 흥미 있는 제품을 찾아보다 유사한 경쟁 제품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친구의 추천이 직접 구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물건을 사지 않고도 공유나 추천을 할 수 있고, 때론 킬링 타임용 콘텐츠처럼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을 구경하기도 하죠. 고객의 패턴은 선행적 흐름을 따르지 않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가정하는 고객처럼 우리는 행동하지 않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틀 안에서 봐야 합니다. 디지털 마케팅 역시 기업의 전체 마케팅 전략 하에 놓여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브랜드와 마케팅의 전략 하에 전술적 액션으로 접근함이 바람직합니다.
Treating performance marketing and brand building as a short-term/long-term trade off is dangerously wrong. It's wrong because both impact current revenue and long-term value.
퍼포먼스 마케팅은 단기적, 브랜드 빌딩은 장기적 활동이라는 개념은 위험합니다.
둘 모두 현재의 매출과 장기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 How brand building & performance marketing can work together,
Harvard Business Review -
이어서 브랜드와 퍼포먼스 마케팅의 균형점 찾기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CTR(Click Through Rate) : 노출 대비 클릭률
*CPA(Cost per Action) : 액션 당 비용, 액션은 회원가입, 앱설치 등 전환을 위한 특정 액션으로 설정
*MAU(Monthly Active User) : 월간 활성 사용자수
*Bounce Rate : 이탈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