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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Feb 12. 2023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는 싫을 때

요즘 들어 사람 만나는 게 왜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 만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인생이라는 작은 길을 가는 데 누군가와 교류 없이는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게 나의 부족함을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내 모습이 불편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노력 없이 인간관계를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에서 나오는 오류일 수도 있다. 그냥 힘든 데 이유가 있다는 것도 참 웃기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정말 편해지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밀고 당기면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그렇게 쉽게 해내기 힘든 게 바로 사람 만나기 아닐까. 그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아마도 내성이 약한 내 중심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로 느끼기도 한다. 물론 나 하나만을 놓고 보았을 때 노력과 에너지 소모 없는 관계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기적 행동이 될 수가 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스러움이 좋다. 자연스럽고 사람관계에서 불필요한 미사여구 없는 편안한 관계를 추구한다. 굳이 좋은 관계를 위한 노력으로 우리가 지내는 이 환경 속에서 기쁨만을 꽃피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관계는 상호작용이 농도에 따라서 좋아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만족할 만한 관계에서의 만족도에 상대의 평가도 있을 때의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관계라는 게 나 혼자만이라도 잘해서 좋아지고 발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관계라는 건 그래서 일종의 화학 작용과도 같다. 하나의 반응이 잘못된 계산에 의해서 작용할 경우에는 목표로 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없으니 그렇다. 그렇게 본다면 관계라는 것은 참 불편하면서도 실패와 다시 시작하는 노력이 필요한 끊임없는 도전과도 같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자기의 생각을 쉽게 내려놓거나 자존감이 남달라서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관계 자체에서 오는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그렇다.


어느 날 잊고 지낸 지가 오래된 후배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모바일 결혼식 청첩장이었다.


"형 저 결혼해요. 오실 거죠?"


"ㅇㅇㅇ, 너가 나한테 이렇게 메시지 보내는 건 좋은데,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드라?"

"아무튼, 진심으로 축하한다. 갈 수 있으면 갈게."


평소에 연락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연락이 두절된 지가 5년이 넘은 후배는 그래도 내가 생각나서 메시지를 보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무슨 목적이 있을 때에만 연락이 오는 이런 관계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충실하지 못했던 서로의 상황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공동의 책임이 있겠다. 그래도 나를 잊지 않고 있었던 후배의 결혼을 직접 가서 축하해주지는 못했지만 축의금은 마음을 담아 보내주었다.


Photo by Paris_shin


사실 이런 관계는 우리 주변에 보면 너무나도 많이 흘려져 있다. 흩어져 있는 관계를 다 주워 담을 수는 없어 아쉬울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그러려는 목적이 아니었는 데도 지나고 보면 일종의 목적에 의해서 사람 관리를 해온 것을 알아 가는 게 마음 편할 리가 만무하다. 나 역시도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평범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는 건 그렇게 많지가 않다. 지금 당장에 목적이 없더라도 언젠가는 내 부족함을 채워 넣어줄 수 있다는 잠재력이 있어야만이 관계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가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참 이기적일 수 있는 게 사람과의 관계를 위한 시작이 아닐까. 어쩌면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당연한 본성이겠지만 요즘 같이 사람에게서 지쳐가는 나는 본성을 버리고 싶다. 힘들 때에는 그냥 혼자 있고 싶듯이, 때로는 사람과의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또 노력할 필요가 없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투자를 하듯이 노력해서 잘 거둬들이는 관계도 있는 반면에 손실만 남는 관계도 있으니 말이다.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관계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노력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제 갈 길을 가게 되어 있고, 때로는 잊고 살아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시간은 서로에 대해서 유지해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동료와의 관계, 봉사활동을 한다면 봉사단체에서의 관계, 동호회 활동에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 하나는 지금 당장의 필요에 의해서 형성되는 게 바로 대부분의 관계이다.


알고 보면 이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는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안도감을 갖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게 잘 되어가다가도 작은 것 하나 때문에 틀어지는 관계를 크게 의식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다소 과 몰입해서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조금 부족함을 남기기보다는 조금 과한 걸 선호하기도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기만족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방전된 내 모습이다.


가족이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할 수 있다. 물론 작은 인연도 소중히 여기어 예쁘게 가꾸어 나가는게 필요하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필요 이상으로 노력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나의 노력이 과연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 이제부터라도 혼자되는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떨까. 외로움을 느끼는 그런 혼자가 아닌, 꼭 누군가가 있어야만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닌 적당히 자연스러운 나만의 흐름을 이어 갈 수 있는 그런 관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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