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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Feb 13. 2023

시간, 즐거움

늘 젊음의 막바지 같다. 그렇게 한 해를 넘기면서 대부분의 청춘들은 이 시간을 아쉬워한다. 지금의 시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시간'이다. 멋진 계획을 하지 않았더라도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거나 기뻐할 만한 일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자리에 머무른다. 막바지 같으면서도 또 새로운 시작임을 알면서도, 모든 게 아쉬울 뿐이다. 이게 바로 젊음이고 삶의 이동 경로인 듯한다.


나폴레옹은 '지금의 시간은 당신이 잘못 보낸 시간의 복수다.'라고 말했다. 의미 없이 헛된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이 말은 어쩌면 조금도 쉬지 않게 만드는 현대의 시간에 가장 적합한 조언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늘 시간에 쫓겨 지금의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우리에게서 느껴지는 이 딱한 안쓰러움은 무엇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는 이 압박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즐거움이 쉽게 다가올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뜻깊은 시간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역사적 인물의 한 마디를 음미하는 것이지, 쉴세 없이 나를 단련하고 개발해서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나를 한시도 가만 놔두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물론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 않을 필요도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한 마디가 있다면 '너무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이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보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알찬 시간을 보낼 테니까.


지금처럼 각박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을까. 한시라도 나라는 사람을 시간의 잠재력 속에 자유롭게 놔둔 적이 과연 얼마나 될까. 쉽지 않은 대답이다. 누구라도 시간의 자유를 얻고 싶지만 알고 보면 자유가 아닌 덫에 걸리는 것처럼 조급함을 보이기도 한다. 행복해져야 한 다는 이야기가 때로는 강박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즐거움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상태에서 즐거움을 찾는 행위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 뿐이다.


보통 일요일 저녁이 되면, 어제 그리고 오늘의 시간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으로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티브이를 켜고 조금이라도 여운이 남는 채널을 찾아 하염없이 리모컨만 돌리는 데, 결국 한 두 가지의 방송을 보면서 자정을 맞게 된다. 이런 식의 일련의 방식은 하루 이틀 느껴본 아쉬움이 아니라 만성이 되어가는 피로감의 원천이다.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그만큼 시간을 흘러가게 놔두고 나는 적당한 마음가짐으로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면 된다.


나는 한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지금의 시간이 아쉬워서 즐거움을 좇지 않기를, 저 앞에 있는 즐거움 그리고 행복을 따라다니기에는 우리의 시간은 소중하기만 하다. 지금의 아쉬움을 보상받기 위해서 열정적으로 즐거움을 즐기고 싶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자연스러울 때가 가장 즐거울 때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그러니 무리해서 즐거움을 따라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니,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면 좋겠다. 무엇이 바로 자유이고, 또 시간을 자유롭게 만드는 건지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시간이 아쉬워 급하게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도 결국에 남는 건 욕심 앞에 더 큰 아쉬움뿐일 테니까. 시간이 아쉬워 뛰어다녀도 정신은 피곤해지고 남는 건 또 다른 아쉬움뿐이다. 조금만 더 자유로워지고 시간 탓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 시간이 아까워서 즐거움을 좇다 보면, 그게 즐거움이 아닌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발생하는 고민의 찌꺼기임을 알게 된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매게 되고, 결국에는 방황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이 결국 나에게 지금까지 무엇이든 해왔는 데 결국 이 정도뿐이라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은 즐거움의 여운을 남길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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