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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Mar 18. 2023

소소해져라

아, 정말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나도 그렇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움직이고 배우고 남들 모르는 지식을 습득해서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위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쉽게 살고 싶은데 쉬운 길을 버리고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만 결국 행복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우리들이다. 물론 저마다의 일상과 도전 그리고 노력을 하면서 작은 행복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조금은 힘든 일상들이 우리를 마주하고 앉아 있다.


대전 대학가에는 커피값으로 22첩 백반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밥집이 있다. 한미경 할머니의 밥집이다. 22년 동안 가격 인상은 단 한 번 있었지만 가능하면 지금의 가격을 지키려고 한다. 오랜 시간을 거스르는 물가로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도 그렇지만, 매번 바뀌는 다양한 반잔들은 손님의 입맛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사로잡고 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할머니의 모습은 늘 환하고 웃고 있다는 것, 그리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할머니가 음식을 만들면서 늘 외우는 주문이다. 할머니는 요리하고 손님도 직접 맞이하느라 바빠도, 음식만큼은 꼭 손수 만들었다. 반찬을 만들면서 주문을 외우는 할머니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한미경 사장님은 매일 새벽 4시, 반찬을 만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식당 안은 늘 대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만원이다.  늘 하하하 웃고 있고 손님을 진심으로 반갑게 맞아준다. 때로는 우리 할머니처럼 많이 먹으라며 새로 만든 음식을 내오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사랑받는 식당이 될만한 이유가 있다.


옛날 길거리에서 장사를 할 때 밥 한 그릇 사 먹지 못했던 할머니는 누구보다 배고픔을 잘 알고 있기에 음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맛있게 먹고 많이 먹는 것만 봐도 자신의 배가 부르더란다. 인생을 베풀며 마무리하고 싶다는 할머니의 꿈은 이루어진 듯했다. 웃는 얼굴에 공손하면서도 밝은 눈빛을 가진 할머니의 행복한 밥상을 보면서 나는 ‘인생이 이런 거구나!’를 느꼈다. 


 “죽으면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대요.”라며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그러니까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순간 나는 할머니처럼 열심히, 정직하게 베풀며 사는 평범한 사람이 일부 권위에 찬 사람보다 몇 배는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행복해 보였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할머니 같은 모습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의 가치이자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할머니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엄연한 마음과 사랑을 파는 사장님이시다.


할머니의 인생과 지금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요약할 수 있었다.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이름을 덧붙여서.


1. 누구나 큰돈 벌겠다고 아등바등 떨 거 없이 지금에 만족할 수 있을 것

2. 행복은 돈처럼 아껴서 저축하는 게 아니라 늘 곁에 두고 넉넉히 사용하는 것

3.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아니고 평소에 많이 웃는 사람이 결국 승리자


얼마 전 우리 부모님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중에 아버지도 돌아가신 모습이었다. 고백하건대 이 글을 쓰면서 어떤 산파극을 연출해 보려는 건 아니었다. 글을 쓰다 보니 나 스스로가 감성에 젖어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보았던 건데, 그때부터 나도 하나 느껴지는 게 있다. '인생은 타이밍'. 불변의 진리다. 삶과 행복을 말하는 데 '인생은 타이밍'이라니. 행복해지기 위해서 돈도 모으고 지금을 아등바등 살아가지만 그거 결국에는 별거 아니라는 것. 죽을 때 되면 다 후회하는 것, "뭐하러 그렇게 살았을까." 그 느낌은 확실하고 변함이 없을 거라는 걸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시 정리를 해보면 요런 것 같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결국 승리자리는 말은 삶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모든 사건에는 결말이 있고 그 결과에 따라서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이든 마지막이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종국에는 승리자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그 결말을 지켜볼 수 없는 인상의 종착점에 섰을 때만 해당하는 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부모님을 믿고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하거나, 또는 좋은 기술을 배워 인생의 불꽃을 피워보겠다고 설계한 사람들이 느끼는 마지막 공통점은 단 하나다. 허무하다.(혹시 나만 그럴 수 있음)


지금 모든 걸 썰어 넣어서 인생 2막을 위해 모든 걸 녹여 넣더라도 결국 행복은 잠시뿐이라는 것. 그러니 평소에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해하면 좋겠다. 작은 것 하나에도 만족하는 데 익숙해지도록 조금만 노력해 보자. 작은 것 하나 가 모여 결국에는 "모든 게 행복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허무하지 않고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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