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에 대해서

by 한상권

시험이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D-Day가 되면 될수록 긴장감은 커진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마음속 분 안정은 우황청심원을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오랜 고질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목표가 정해져 있는 '일'과 관련한 이야기로 이어 나가기까지의 긴장감은 또 어떤가. 그런 불안이 커질수록 자신이 원하던 점수나 성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누구나 불안을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 하려던 일의 성과에 도달하지 못할뿐더러 심신이 지치게 만든다. 불안 안 한 마음을 관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지속되는 마음의 불안이 바로 원하지 않는 결과뿐만 아니라 오히려 잘못된 결정과 말실수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와 불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D-Day에 다가올 때의 심리적 부담감을 관리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일과 내 일상의 평행수를 맞추는 것이다. 불안정한 일정을 앞에 두고 자신의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심리적 불안감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되어 결국 빠져나올 수 없는 초 기장 상태를 유발하고 불필요한 실수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실수를 줄이기 위한 세 가지


1. 정확한 스케줄을 계획한다. D-Day를 설정하고 그에 역순으로 완료해야 할 중요 포인트 위주로 일정을 잡는다. 이때 복잡할 필요가 없으며 간단하면 좋겠고, 일정을 너무 길게 잡아 심리적으로 느슨하 게 하지 않는 게 좋다.


2. 연습만이 답이다. 불안한 마음과 긴장감을 줄이기 위한 만고불변의 원칙이다. 무언가를 실행하기에 앞서 그 결과치는 최소 며 칠 이전에 완성해야 하고 실제상황을 가정한 연습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두 눈을 감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좋다.


3. 실수를 즐겨라. 자신이 했던 말이나 행동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결국 잘못되면 어때 라는 긍정의 마음이 그날의 성공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 잘못된 건 다시 고쳐 쓰면 되지 않겠어.


Photo by@paris_shin / 한상권


나는 좋은 기회에 도쿄에서 있었던 2018 세계 청년콘퍼런스에서 국내를 대표해서 20분 스피치를 했다. 당시 국내에서 파견한 인원은 15명이었지만, 서울 출신인 내가 국내를 대표해서 정치외교통일문제를 다룬 전 세계인의 견해를 묻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었다. 약 4주일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다. 이미 대주제가 정해져 있으니 내 이야기의 전개는 나름 쉬운 편이었다. PPT를 준비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출발부터 내 앞에서 발표한 사람이 이미 20분을 훨씬 초과하다 보니 사회자가 나에게 15분 안에 끝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20분 발표를 준비했던 나는 1차적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어야 했고, 발표도 이야기의 전개가 아닌 정보의 전달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마 10분가량이 지났지만 내 이야기는 아직 절반에도 미 니치 았았는데, 저 멀리 정부 관리자가 손난로 목을 연신 긋는 모습을 보였다. 빨리 끊으라는 사인인데, 문제는 누군가의 그런 주문에도 나름 대처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르면 좋았겠으나, 나는 그런 압박 자체가 말문을 막히게 하는 원인이 되어 내 스피치를 망치게 했다.


또 한 번의 스피치 발표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워싱턴 2019 세계 청년콘퍼런스에서 또다시 국내를 대표해 발표를 하게 되었다. 갑자기 잡힌 발표라서 1주이라는 촉박한 준비시간이 주어졌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시간이 부족함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두뇌회전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PPT와 대본을 작성해봤다. 시계를 맞춰놓고, 대본을 들고 선 자세로 실제 발표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본을 수정하고 가다듬었다.


그렇게 발표한 날 역시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관계자의 빨리 끝내라는 압박이 들어왔으나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건너뛰어도 될 부문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으니 상황에 따른 판단이 바로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봐도 정말 좋은 발표를 했다. 물론 주제 선정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에 준비한 내용의 수준은 만족할만했고, 청중의 반응 역시 좋았다. 4주의 시간이 주어졌던 첫 번째 발표는 실수를 연발하며 거의 망치는 수준이었고, 1주일의 시간 동안 준비한 스피치는 대성공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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