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

by 한상권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각의 고요함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금요일 저녁에 여유를 가지고 늦게까지 넷플릭스를 보거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이렇게 늦게 자면서 다음날 아침을 건너뛰는 바로 정오가 되어 일어나기 일쑤다. 이미 하루의 반이 지나간 것 같아서 또 아쉬움의 기지개를 펴본다.


직장인의 너무나 단순한 하루의 연속이다. 그게 주말이라고 다르진 않다. 바짝 긴장했던 일주일이 지나는 금요일 저녁에 나사가 풀리듯 느슨한 시간으로 시작되는 주말의 대부분은 유야무야 시간 보내기다. 다음날 점심쯤에 일어나 배달 음식으로 점심을 간단하게 때우고 나면 또다시 낮잠에 돌입하며 나만의 토요일을 보내는 데 아무런 마음의 부채도 없다.


이런 반복된 주말 패턴이 익숙해질 무렵, 나는 생각해봤다. "이렇게 시간을 막 보내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그럴 것이다. 동료 작가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또 새로운 작품을 내보이면서 나보다 한참을 앞서는 것 같아 조금의 긴장감은 뒤통수를 강타한다. 다만, 그래도 움직이기가 귀찮다는 것. 귀찮아지면 모든 게 허사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KakaoTalk_20211009_175729145.jpg Photo by@paris_shin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하루가 또 지나고 일요일이 찾아온다. 나는 가끔 일요일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일요일 아침까지는 그래도 정신적으로 버텨볼 만하지만, 점심을 지나면서부터는 도무지 버틸만한 멘탈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일주일 중에서 가장 빠른 시계가 돌아가게 된다.


일요일 점심을 대충 때우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해가 떨어져 버린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 걸까. 인터넷을 잠시 들여다본 것뿐인데, 벌써 저녁시간이 된 것이다. 이때 세상에서 나 혼자만 남겨진 듯한 고독함을 느끼게 된다. 마치 100일 휴가를 끝마치고 부대로 복귀해야만 하는 병사의 마음과 흡사하다.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고, 당장 무슨 사고가 생겨서 잠시 시간이 멈춰버리기를 바라는 간절함의 비슷한 상황.


일요일 저녁, 일찍 자기에도 아까운 그 시간, 조금만 더 티브이를 보고 인터넷을 하고 싶은 게 어쩌면 당연한 사람 심리일 수 있다. 그렇게 또 늦게 잔다. 아니 새벽까지 뜬눈으로 보내고 싶을 뿐이다. 시간의 공격이 이런 건가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어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지나가는 시간이 얼마나 그리워지는지, 그게 바로 생각의 차이인 듯하다. 이와는 다르게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앞두고 있을 때에도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 이게 우리가 느끼는 시간을 대하는 심리이자 현실이다. 그래서 시간 활용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오늘도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정말 한 게 하나도 없는 데 저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나도 한 게 없다"라는 말이 늘어만 가고 있다면, 이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시간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처럼 코로나 이전, 몇년전에 좋았던 시간을 그리워하며 보낼 것인가. 아니면 새로 다가올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 것인가. 이제는 마음을 다 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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