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웃음치료사의 인기가 하늘 높을 줄 모를 때가 있었다. 쌓여있던 심리적 부담감이나 고통을 웃음을 통해서 배출할 수 있다는 원리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웃음이 중요한 요즘이지만, 또 웃음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듯 한 요즘이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내가 이렇게 인상을 쓰고 있단 말이야?"
생각의 형태는 보통 얼굴로 표현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내면을 웃는 얼굴로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걸 표정 안에 숨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기 전문가의 수준이 아니고서야 기분이 나쁘면 얼굴에 조금이라도 티 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사무실 앞 주차장에서 차량 문제로 2층 다른 회사 사람들과 언쟁을 벌였다. 내가 항상 주차하던 공간에 느닷없이 흰색 소나타 차량이 버젓이 주차되어 있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전화 버튼을 누르고 있었는데, 순간 옆에서 담배 피우던 한 무리의 남자들 중 한 명이 "어디에서 오신 거예요?"라고 대뜸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묻는 게 아니겠는가.
나도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이 자리는 내가 5년을 한 번도 변함없이 사용해오던 자리이었을 뿐만 아니라,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차량은 주차 수량을 초과한 미계약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자기 자리도 아닌데 자리 잡고 있고, 주차해서는 안 되는 외부차량이 버젓이 자기 자리인양 버티고 서있는 게 참 어이가 없었다.
차량의 주인인 듯한 사람은 자신 2층 회사 사장인데, 지난주부터 이사 왔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계속 이곳에 주차를 할 것처럼 내가 다른 데에 주차하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겠는가. 자기 자리로 만들고 싶었는가 보다. 내가 5년 동안, 그리고 정식으로 나에게 할당되어 있는 자리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폭발하게 되었다.
2층 사람들 대부분이 똑같은 말을 하면서 서로의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던 반면에 나는 혼자서 상황을 설명하는 게 벅차기 시작했다. 짜증이 밀려오고, 그들의 말을 무시해버리고 싶어졌다. 밀려오는 짜증은 목소리를 높이게 되고 결국 말싸움으로 번졌다. 5분 정도를 목청껏 소리 지르며 싸우던 중 굵고 뭉찍한 내 목소리에 꼬리를 내린 상대팀은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밀물이 썰물을 밀어내듯.
나 혼자 남겨진 주차장에서 나는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웃고 살기에도 바쁜 요즘에 동네가 떠내려 갈 정도로 큰소리로 싸워본 게 언제인지. 이유야 어쨌건 간에 내 심리상태는 패닉에 가까울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남긴 게 없는 그런 싸움의 결과에서 느껴지는 불필요한 다툼을 경험해버렸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사회가 강박해졌는지 아니면, 내가 강박한 사람으로 변해버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서 사람들 간의 핏기 없는 얼굴은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제 아무리 기분 상하는 일이 있고, 마음을 다친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를 찾아 해소하고 해결하려는 자세 자체에서 오는 무기력함을 벗어나고 싶다.
기분이 정말 더러운 거 말고는 남은게 전혀 없다. 다퉜던 그 시간을 며칠을 곱씹어보며, 다시는 내 입이 더러워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웃고 살아야지 찡그리면 얼굴이 구겨지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사람만 화의 열기에 마음을 다치게 되니, 나는 그 위험한 행동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