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그리면 얼굴 구겨져

by 한상권

한때 웃음치료사의 인기가 하늘 높을 줄 모를 때가 있었다. 쌓여있던 심리적 부담감이나 고통을 웃음을 통해서 배출할 수 있다는 원리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웃음이 중요한 요즘이지만, 또 웃음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듯 한 요즘이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내가 이렇게 인상을 쓰고 있단 말이야?"


생각의 형태는 보통 얼굴로 표현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내면을 웃는 얼굴로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걸 표정 안에 숨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기 전문가의 수준이 아니고서야 기분이 나쁘면 얼굴에 조금이라도 티 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사무실 앞 주차장에서 차량 문제로 2층 다른 회사 사람들과 언쟁을 벌였다. 내가 항상 주차하던 공간에 느닷없이 흰색 소나타 차량이 버젓이 주차되어 있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전화 버튼을 누르고 있었는데, 순간 옆에서 담배 피우던 한 무리의 남자들 중 한 명이 "어디에서 오신 거예요?"라고 대뜸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묻는 게 아니겠는가.


나도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이 자리는 내가 5년을 한 번도 변함없이 사용해오던 자리이었을 뿐만 아니라,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차량은 주차 수량을 초과한 미계약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자기 자리도 아닌데 자리 잡고 있고, 주차해서는 안 되는 외부차량이 버젓이 자기 자리인양 버티고 서있는 게 참 어이가 없었다.


차량의 주인인 듯한 사람은 자신 2층 회사 사장인데, 지난주부터 이사 왔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계속 이곳에 주차를 할 것처럼 내가 다른 데에 주차하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겠는가. 자기 자리로 만들고 싶었는가 보다. 내가 5년 동안, 그리고 정식으로 나에게 할당되어 있는 자리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폭발하게 되었다.


KakaoTalk_20220131_090409817.jpg Photo by@paris_shin


2층 사람들 대부분이 똑같은 말을 하면서 서로의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던 반면에 나는 혼자서 상황을 설명하는 게 벅차기 시작했다. 짜증이 밀려오고, 그들의 말을 무시해버리고 싶어졌다. 밀려오는 짜증은 목소리를 높이게 되고 결국 말싸움으로 번졌다. 5분 정도를 목청껏 소리 지르며 싸우던 중 굵고 뭉찍한 내 목소리에 꼬리를 내린 상대팀은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밀물이 썰물을 밀어내듯.


나 혼자 남겨진 주차장에서 나는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웃고 살기에도 바쁜 요즘에 동네가 떠내려 갈 정도로 큰소리로 싸워본 게 언제인지. 이유야 어쨌건 간에 내 심리상태는 패닉에 가까울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남긴 게 없는 그런 싸움의 결과에서 느껴지는 불필요한 다툼을 경험해버렸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사회가 강박해졌는지 아니면, 내가 강박한 사람으로 변해버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서 사람들 간의 핏기 없는 얼굴은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제 아무리 기분 상하는 일이 있고, 마음을 다친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를 찾아 해소하고 해결하려는 자세 자체에서 오는 무기력함을 벗어나고 싶다.


기분이 정말 더러운 거 말고는 남은게 전혀 없다. 다퉜던 그 시간을 며칠을 곱씹어보며, 다시는 내 입이 더러워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웃고 살아야지 찡그리면 얼굴이 구겨지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사람만 화의 열기에 마음을 다치게 되니, 나는 그 위험한 행동을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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