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처럼 버무려진 관계

by 한상권

얼갈이 겉절이를 담가봤다. 찐마늘, 쪽파 다섯 쪽, 얼갈이 5개, 그리고 태양초 고춧가루만 있어도 집 나간 입맛을 당장 소환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가는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하고 마지막에 양념을 칠 때는 멸치액젓으로 간을 했더니 나름 맛깔나서 SNS 이곳저곳에 자랑하며 포스팅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동네 작은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열무가 보이는 게 아닌가. 사실 열무김치를 담가볼까 했는데, 가끔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도전하기에 조금 부담스러웠나 보다. 열무 바로 옆에 얼갈이가 보이는데 이름에서 풍겨져 나오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약간 만만해 보였을까. 얼갈이 겉절이를 만들어보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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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얼갈이는 열무에게 뒤져버렸다. 나에게만큼은 그렇게 되어버렸다. 열무야 자기는 함부로 요리할 수 없는 고급 식자재라는 것을 자랑하기 바빴지만, 얼갈이는 의문에 1패를 당해버렸다. 가만히 있었는데도, 뭐 하나 손댄 것도 없는데 왜 만만하다고 하는 거야.


얼갈이도 할 말이 많겠다. 하물며 나라는 사람은 어떨까.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무시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더 작게 만들어버린다. 왜 그러는 걸까. 나는 그저 내 할 일을 하는 것이고, 때로는 내가 가진 능력이 그것밖에 안돼서 그런 건데, 내가 힘들어할 이유가 무엇일까. 내 가치?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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