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권 May 21. 2022

작가의 행복

출판사에서 투자한 책이 출간되면 일단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에 입고가 된다. 출판사의 명성이나 출판사가 쓸 홍보비 책정에 따른 서점에 입고되는 수량이나, 판매대에 진열되는 모양새 전체는 작가인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아프지 않은 척했다》베프북스, 서점에 입고된 내 책, 그것을 지켜보거나 순수 고객인 척하면서 몇 권 사들고 나오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는 것, 그게 서점과의 영업적인 측면과 홍보비를 들인 홍보의 영역에서 작가가 할 수 있는 전부이지 않을까. 출간되자마자 광화문,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출간한 에세이라서 시장의 반응도 나름 궁금해 가만히 TV나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프지 않을 척했다. 광화문 교보문고

서서히 들어선 서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책 냄새. 그 곳에서 내 책도 하나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내 책이 저기 저렇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뿌듯한 지 책을 내본 사람만 알 것이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기도 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람이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었는지 살펴보며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보통 출간 한 달 내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곧바로 '서가'로 옮겨진다. 여기에서 '서가'란 그냥 사람들이 굳이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은 책꽂이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어린아이를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평대에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있던 내 책이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찾을 수 있는 서가로 옮겨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책이 잘 팔려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양지에서 팔릴 책으로 남기 때문이다. 


첫 책 냈을 때에도 서점을 들러 몇 바퀴 돌면서 내 책을 살펴보는 누군가를 보며 행복해했었는데, 책을 더 낸다고 그런 행복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책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도 나는 내 인생 최고의 행복을, 아무나 경험해 보지 못 한 행복함을 느꼈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 추억이다.


나는 아프지 않을 척했다. 강남 교보문고


작가의 이전글 잠시 쉬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