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가다!

전 세계 검도덕후가 한 자리에 모이다

by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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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물을 붙고 있는데 내 뒤로 미자야키 선수가 지나갔어.”
“컵라면 물 붙던 걸 멈추고 싸인을 받으러 갔어야지!”


싸인 받을 최적의 타이밍을 잡으려면 유명인을 감지하는 촉을 놓으면 안된다. 이곳은 유튜브 속 검도 유명인들이 속속 출몰하는 세계검도선수권대회 현장. 컵라면 물을 붓는 사이 유명인들이 슥, 하고 지나버린다. 싸인 기회를 놓치면 그 다음은 없다.


2018년은 한국 검도 팬들에게 빅 이벤트가 열린 해였다. 인천에서 열린 제17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 세계대회가 열린다 해도 비행기 값을 낼 정도의 마음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심지어 지하철로 좀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에서 세계대회가 열리다니. 안 갈 이유가 없다. 시합을 보러 인천으로 향했다.


대회 장소인 인천 남동체육관에 도착하니 세계 60여 개 국에서 모인 선수들이 시합장 안팎을 돌아다녔다. 태국이나 싱가포르 선수들이 도복을 입은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은데, 네덜란드나 프랑스 같은 서양인의 이목구비와 검도 도복의 조화라. 세삼 세계대회 현장이란 사실이 실감났다.


대회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유투브에서 본 일본 유명 검도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본 검도계의 전설인 미야자키 마사히로와 에이가 나오키, 미야자키의 제자인 다카나베 스스무 등 예전 세대의 선수들이 코치진으로 나왔더라. 현역 일본 국가대표 명단에는 전일본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니시무라 히데히사, 다케노우치 유타 등 전일본선수권대회의 역대 우승자들 이름이 있었다. 여자 선수로는 (검도 덕후 한정으로)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유명해진 야마모토 마리코, 최근 일본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인 마츠모토 미즈키 등이 눈에 띄었다.


검도 종주국인 일본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시합을 거듭 볼수록 서양 선수들의 시합 스타일도 눈에 들어왔다. 강한 타격감이 돋보였던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선수들, 여자부 단체전에서 일본 팀에 한 판을 따낸 프랑스 여자선수.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시합을 볼 때는 결승전이자 한일전이 되면서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아쉬운 단체전 2위. 아슬아슬한 승부를 보여준 남자 단체전 결승전의 한일전. 선수들의 투지로 생겨났던 공격의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선수들 공격의 속도와 타격감을 그들과 같은 장소에서 보고 경험하는 것. 최애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 팬들이 드럼비트와 기타 소리에 흥분한다면, 나는 경쾌한 타격소리와 선수들의 기합 및 발구름 소리에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나저나 분명 한국선수들 타격 성공한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왜 점수를 안 줘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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