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와 몸쓰기 사이에서
글 교정교열과 오프라인 잡지 기획, 인포그래픽 콘텐츠 기획 등의 일을 11월까지 했다. 그 이후에는 독립출판 작업과 그림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외주 일을 받는 사이 정규직 입사지원을 해봤지만 꼭 면접에서 줄줄히 떨어졌다. 우연히 들어온 일거리 덕분에 어느 정도의 생활비는 확보했지만 사실 불안하다. 마음이 불안하면 수련을 하러 간다. 꾸준히 하는 건 역시 검도다. 요즘에는 간간히 요가도 한다.
삶의 불안은 고정값이다. 조금 더 내 속도대로 버텨보기로 한다. 간간히 일에 대해 배움이 생기면 잘 적어서 자료화하고, 몸을 쓰고, 일 제안을 하고, 일을 벌려보면서. 다시 직장에 가게 될까, 이대로 내 속도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게 될까. 확실치 않다.
일하거나 개인 작업하는 틈틈히 몸을 움직인다. 가벼운 움직임으로는 나에게 줄 먹이를 만들고, 조금 더 몸을 쓰고 싶으면 내가 좋아하는 수련을 한다. 검도는 대학교 2학년 때 시작해서 서른 넷이 된 지금은 4단이고, 요가는 시작한지 5달 정도 됐다.
다니는 검도도장은 경동고등학교에서 주민들 대상으로 연 체육센터의 개별 프로그램이다. 집 근처에 있다 보니에 저절로 꼬박꼬박 나가게 된다. 회사 일을 할 때도 별 일 없으면 퇴근 후 항상 들리곤 했다. 수련이 끝나면 빗속을 뛰놀다 온 사람마냥 땀에 푹 젖는다.
검도는 자신의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하는 형태의 격투기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기세를 누르려면 성격이 호전적인 편이 좋다고 보는데, 내 성격상 호전성을 발휘하며 대련하진 못한다. 내면에도 분명 공격성이 있을텐데 억눌려져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 자연스럽게 호전성을 표현할 방법을 찾는 중이다.
보문역에서 신설동 쪽 방향의 대로변을 걷다가 주택가 쪽으로 들어가면 한옥 속 요가공간이 있다. '요가공존'이라는 이름의 요가원. 주말 1일 체험을 해보고 한달 분을 등록했는데 생각보다 즐거웠다. 특히 한옥에서 수련하다 보니 공간 자체에서 오는 힘이 있다. 고즈넉하고 편안한 선들로 구성된 공간, 그 안에서 요가 수련자들이 내뱉는 숨. 그런 모든 게 다 섞여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요가하러 가는 길에 보이는 동네 풍경도 좋다. 동네 교회 아주머니들의 수다, 작은 재봉틀 소리, 집 담장에 핀 꽃들, 그런 사소한 풍경들. 지금은 창성동 쪽으로 요가원이 이전했다. 서촌에서의 요가생활도 조용하니 만족스럽다.
검도건 요가건, 신기하게도 괴로운 만큼 나 자신이 지금 여기에 존재한단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 감각이 지금 이 순간에 "가능한 만큼 머무르라" 한다. 물론 자기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는 '자기와의 경쟁'이 있지만. 마음가는 만큼 조금 더 몸을 움직여본다.
단조롭지만 미세하게 자신이 뻗어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감지한다. 그 감각에 맞춰 조금씩 길을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