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꽃이 품은 씨앗

‘이 세상에 작은 사랑 뿌리고만 싶다....’

by 산골짜기 혜원

지난해 가을에 심은 도라지 씨가

올여름 도라지 꽃을 활짝 피웠다.

하얀빛, 보랏빛 꽃은

참 단아하게 고왔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꽃처럼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도라지 꽃은 다시금

도라지 씨를 품었다.

돌고 도는 도라지 인생,

아니 도생.


20200721_163224.jpg 한여름에 피어난 하얀빛, 보랏빛 도라지 꽃은 참 단아하게 고왔다.


참깨처럼 들깨처럼

작디작은 검은 씨를

고이 거두어 땅에 뿌렸다.


이제 곧 추위가 몰아칠 텐데

땅속에서 잘 버텨 낼 수 있을지

안쓰럽고 애잔하다.

그동안 늘 그래 왔듯이

도라지는 분명 잘 해내겠지.


20201016_184635.jpg 참깨처럼 들깨처럼 작고도 검은 씨를 고이 거두어 땅에 뿌렸다.


도라지 씨가 많지 않고

심을 밭도 넓지 않으니

일은 금세 끝이 난다.

고만치 땅에서 몸 부렸다고

노래 하나 자꾸만 입에서

흐르고 흐른다.

이른바 산골혜원네 텃밭 노동요.


“여전히 내게는 모자란

날 보는 너의 그 눈빛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알 수 없던 그대~♪”


도라지 씨를 땅에 뿌린 거랑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노래랑

당최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쯤

나도 잘 알지만 어쩌랴,

잠시나마 씨 뿌린 뒤

입에서 저절로 흐르는 것을.


20201017_125842.jpg 도라지 씨를 땅에 뿌리면서 텃밭 노동요가 입에서 흐르고 흐른다.


집에 들어와서도

자꾸 떠오르는 이 노래를

멈추지 못하고

그만 기타를 잡는다.

오랜만에 불러 보는 이 노래가

오랜만에 잡는 기타처럼

참 많이 좋았다.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를 부르고 나서

가만히 마음에 손을 얹었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지만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차마 전하지 못하겠는,

도라지 꽃처럼 순수하게 고왔던

‘그대의 얼굴과 그대의 이름과

지나간 내 정든 날'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노랫말처럼

‘기다림을 믿는 대신 무뎌짐을 바라는’

내 마음이 조금은 서글펐지만.


그리고 또....

일렁이는 생각들, 바람들.


보잘것없는 내 하나도

이 세상에 작은 사랑

보태고만 싶다,

뿌리고만 싶다,

그러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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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1_163307.jpg 도라지 꽃처럼 순수하게 고왔던 '그대의 얼굴과 그대의 이름과 지나간 내 정든 날'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을 휘감던

이 마음 저 마음을 그러안으며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노래를

늦은 밤 다시금 마음에 품어 본다.

땅에 뿌린 도라지 씨를

마음에 고이 품었듯이.


“언제나 세월은 그렇게 작은 잊음을 만들지만
정들은 그대의 그늘을 떠남은 지금 얘긴걸
사랑한다고 말하진 않았지 이젠 후회하지만
그대 뒤늦은 말 그 고백을 등 뒤로~

그대의 얼굴과 그대의 이름과
그대의 얘기와 지나간 내 정든 날
사랑은 그렇게 이뤄진 듯해도
이제 와 남는 건 날 기다릴 이별뿐

바람이 불 때마다 느껴질 우리의 거리만큼
난 기다림을 믿는 대신 무뎌짐을 바라겠지

가려진 그대의 슬픔을 보던 날
이 세상 끝까지 약속한 내 어린 마음
사랑은 그렇게 이뤄진 듯해도
이제와 남는 건 날 기다릴 이별뿐~♪”
_오태호 작사, 작곡/ 이승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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