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심은 대로 거두지 못할지라도
마늘을 심습니다.
땅속 깊이 박아야
추운 겨울을 덜 탄다고
마을 아주머니가 그랬습니다.
그 말씀 따라
있는 힘껏 흙을 눌러서
동그란 구덩이를 만들어
마늘을 심습니다.
올여름 거둔 마늘,
참 작기만 해서
장아찌 한번 만들곤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 마늘을 땅에 박듯이 심는데
씨를 흩뿌릴 때랑 느낌이 좀 다릅니다.
정성을 들인 만큼
왠지 꼭 잘 자랄 것만 같습니다.
참 소박한 규모지만
어느덧 7년째 마늘농사를 짓습니다.
마늘 한 접 심으면
한 접 조금 넘게 나오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보다 더 적을 때도 많았고요.
(마늘농사 제대로 짓는 분들이 들으면
혀를 엄청 끌끌 차실 거예요.)
‘심은 대로 거두리라.’
꼭 농사를 일컫는 말만은 아니지만
이 말이 들어맞지 않는 때도
있다는 걸, 생각보다 자주 있다는 걸
마늘을 심고 거두면서
겪고 느낍니다.
수확이 어이없을 만큼이나 적어
속상한 적도 많았지만
그럴 때면 헝클어진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농사든 삶이든 그 무엇이든
무언가를 ‘심는다’는 것,
그 자체로 참 소중한 것 같다고요.
혹여 심은 대로 거두지 못하더라도요.
노력한 만큼 힘을 기울인 만큼 무언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온 순간과 느낌들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다면,
무언가를 심은 보람은 그것으로부터 차근차근 채워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만 싶어요.
7년째 한결같이 마늘을 심으면서
산골에 심은 지 7년이 넘어가는
제 삶을 돌아봅니다.
복잡한 것 다 빼고요,
마늘을 심을 수 있어서
그저 좋습니다.
마늘이 자라는 걸
기다릴 수 있어서
그 또한 좋습니다.
이 마음,
주욱 간직하고 싶은 바람을
제 마음에 살금살금 심어 봅니다.
혹여 심은 대로 거두지 못할지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