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밤으로 건강하게 살찌는 가을~
가까운 산에 올라
밤을 주워서 씻고는 햇볕에 말린다.
며칠 그렇게 두면 밤맛이
조금 더 달콤해진다.
적당히 마른 밤을 찐다.
밤 가위로 반 가른 다음
숟가락으로 밤 속을
하나하나 파낸다.
구수하게 노란 밤 속을
공기에 수북이 담아서
한 끼쯤은 밥 대신 먹는다.
간식으로만 먹기엔
담백하게 달콤하고 고소한 밤이
내 입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성껏 움직인 그 모든 노동이
무척 귀하게만 느껴져서.
밥으로, 참으로 다 먹기엔
주워 온 밤이 좀 넉넉하니
잼을 만든다.
삶은 밤 속을 믹서에 갈아선
설탕과 함께 오래오래 저으며
끓이고 또 끓이는 것.
식빵 같은 게 없어서
잼만 그냥 입에 담아 본다.
“맛있다, 밤케이크 같은 느낌이랄까? 달콤하고 듬직한 맛이야. 단 거, 그니까 케이크 같은 거 땡길 때 한 숟갈씩 퍼먹으면 그런대로 입도 마음도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보탠 거 없이 받아먹기만 해서 무척 무척 미안한데, 그래도 잘 먹을게. 고마워~^^ 참! 밤이 숙취에도 좋고 몸에도 좋고 암튼 여러 모로 좋다니까 산밤 줍는 것부터 여태까지 열심히 일한 당신도 꼭꼭 많이 먹어.^^”
밤과 이어진 그 긴한 노동들을
잼 만들 때 잠시 거든 것 말곤
손 하나 제대로 보태지 않은
염치없는 마누라는
(진짜로 하기 싫은 일은
참말로 안 하고야 마는 게으른 고집쟁이ㅠㅜ)
염치없게 몇 마디 건네고는
밥 대신 밤을 먹고 케이크 대신 밤잼을 먹는다.
것두 아주 맛나게.
입에 좋은 음식이
몸에도 좋기를 바라면서
밤의 효능을 찾아보다가,
‘부작용’이 있다기에 슬쩍 엿보니
칼로리가 높아 ‘살찔 수 있다’는 거였다.
굉장한 부작용이라도 있을까 봐
미리 겁먹었다가는 피식, 웃음이 나더라니.^^
제철음식 먹고 찐 살은
왠지 ‘좋은 살’이 될 듯도 해선,
밤만큼은 있을 때 맘껏 먹어 보련다.
아, 근데!
밤으로 끼니를 대신해 보았더니만
아무래도 밥보단 빨리 배고파지더라.
또 조금은 질리기도 해서
두 끼까진 연이어 못 먹겠더라.
밤을 밥으로 먹는 건
두어 번 한 것으로
그만 그치게 될 것 같다.
주울 밤도 이제 곧 사라질 테고,
다람쥐 먹을 양식도 남겨야 하니
밤이 그리울 땐 밤잼 한 숟갈로
밤 덕분에 행복했던 이 가을을
떠올리면 되겠지.
‘먹는 밤’만 보면 무조건하고 떠오르는
노래 몇 가락 흥얼거리면서.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네 모습 떠올리기 싫어~ 싫어! 희미한 전등불 밑에서 내 모습 초라한 것 같아, 싫어~♪”
“이 밤이 지나면 우린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데, 아무런 말없이 이대로 그댈 떠나보내야만 하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