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런 게 어딨어요! 저희가 드려야죠ㅜㅠ”
올 추석엔 서울로 가지 않는다.
오늘쯤 시어머니께 추석 인사 겸
전화를 드려야지, 생각했다.
추석 용돈도 조금 부쳐야지,
옆지기랑 미리 이야기도 했다.
한발 늦었다!
시어머니가 전화를 주셨다.
추석 때 맛있는 거 먹으라고
용돈 조금 부치셨단다.
“어머니, 그런 게 어딨어요!
추석맞이 용돈은 저희가 드려야죠ㅜㅠ”
“너희가 무슨 돈이 있니.
나 2년 더 일하기로 계약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화 수다가 삼십 분 넘게 이어졌다.
집안 이야기, 사는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
“늬 남편 술 줄이고
담배 끊고 꼭 그래야 된다.
너두 술은 좀 줄이는 게 좋고....”
얼굴도 뵙지 못한 시아버님께서
어찌어찌 돌아가셨는지,
한탄스레 말씀하시더니
조심조심 부탁 말씀을 하신다.
“너네는 거기가 고향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둘뿐인데,
아프면 기댈 데도 없고
(‘아프면 기댈 자식도 없고’를 애써
돌려서 말씀하신 걸 나는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내가 참 걱정이다.
꼭 무조건 건강해야 된다.”
“네, 네...
어머니 말씀 꼬옥 새겨들을 게요.
한번엔 다 못 지켜도
조금씩 지켜 가도록 노력할게요.”
밀린 집안일이 많아서
전화 끊고 나서도 한참을
이 일 저 일 몸을 부렸다.
그러면서도 내내
시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 많은 연세에도
청소 노동자로 일하시는 것이
늘 죄송하고 마음이 아렸는데,
2년 더 일하는 계약서를 쓰셨다고
당당히 말씀하시는데,
가진 거 없고 자식새끼마저 없는 우리 부부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건강뿐이 없겠구나.
그래, 그거라두 꼭 지켜야겠구나....
아...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해 보자!’ 하면서
오늘의 산골 노동과 삶을 위로해 주는
맥주 한 캔 죽 마시며
안주 삼아 빵 조각을 입에 넣는다.
마을 언니가 준
장수 사과랑 오미자로 만든 빵.
순간, 아차차!
이 말씀을 드릴걸!!
“저희두 여기서 아는 사람들,
삶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요.
장수에서 만든 빵도 주고
장수에서 자란 버섯도 주고,
서로 오가며 정을 나누는 인연들이 있어요.
마을 분들이랑도 조금씩 천천히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일 다시 시엄니께
전화를 드려야만 하겠다.
아쉽게도 선수 치신,
추석 용돈 부치기도 완수하고서
오늘 못다 한 말씀을
꼭 드려야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