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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Mar 14. 2018

봄 하면 냉이, 봄 밥상엔 냉잇국!

냉이 캐고 감자밭도 매는 일석이조 밭일

냉이를 캤다. 정식으로, 호미 쥐고. 참 고맙게도 감자 심을 밭에 냉이가 가득하다. 냉이를 캐면, 감자밭 김매기가 절로 되나니. 


작디작은 냉이들. 땅바닥에 바싹 붙어 있어 멀찍이 보면 흙만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푸릇하고도 보랏빛 우러나는 냉이 이파리가 잔뜩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뻔히 눈앞에 있는 냉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냉이 어디 있나 찾아 헤매던 나. 그러다 민들레를 냉이로 착각해서 신나게 뽑아내기도 했던 나. 한 철 나더니 철이 좀 들었나? 보자마자 냉이인 줄 바로 알아차리다니 말이야.    


새봄 첫 호미질은 냉이 캐기로.  흙 묻은 뿌리에서  나는향긋한 내음이 내 코를 저절로 끌어당긴다.


새봄 첫 호미질. 괜스레 설렌다. 바람도 햇볕도 무지무지 따사로운 나머지 호미질 몇 번에 살짝 땀이 비치려 하네. 냉이를 캐고 있자니 흙 묻은 뿌리가 저절로 코를 끌어당긴다. 아, 향긋해. 얼마나 기다리던 내음인지…. 문득 뭉클해지는 마음.


지난해 봄에도 이 냉이를 보며 그리 좋아했는데. 올해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꼭 그때처럼 냉이 내음에 실린 행복에 젖고 있구나. 지난 일 년을 어찌어찌 살아내고 다시금 봄을 맞이하고 있구나.  


냉이를 오롯이 사랑하는 내 마음, 일 년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이 마음이 오롯이 살아 있음에, 고마움이 밀려온다. 그 마음 되살려낼 수 있게 이 봄, 저 혼자 알아서 피어난 냉이한테. 그리고 냉이 씨앗들 겨우내 남몰래 품어준 넉넉한 흙한테. 냉이 캐는 이 순간이 좋다. 냉이 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이 삶터가 참 좋다. 냉이를 좋아하는 나도 슬그머니 좋아진다. 


갓 캔 냉이를 물에 푹 담군다. 흙만 빠져도 금세 깨끗해진다.
여러 번 씻어 깨끗해진 냉이들. 저렇게 작은 냉이까지 씻자니 손이 많이 갈 수밖에.


감상은 이제 그만. 냉잇국 한 번 끓일 만큼만 캐고 첫 호미질 마무리. 이젠 씻어야 하는데, 냉이들이 워낙 작은지라 캐면서 따라붙은 검불들이 많다. 마당 수돗가에 흙과 엉킨 냉이를 부린다. 먼저 물 가득 담긴 대야에 담그기. 흙만 떨어져도 금세 깨끗해진다. 허나 작은 냉이들까지 꼼꼼 씻자니 손이 좀 가긴 하는군. 


찬물이 두려워 처음엔 고무장갑 끼고 하다가 나중엔 그냥 맨손으로. 우와, 손이 시리지 않다. 정말 봄이 좋긴 좋구나. 마당에서 나물도 씻을 수 있고. 잘 씻어 건진 냉이에 다시금 코를 댄다. 향긋하고 알싸한 내음. 역시 좋아, 무지무지 좋아!  

봄 하면 냉이, 봄 밥상에는 냉이된장국!

이젠 냉잇국을 끓여야지. 멸치 국물에 된장 풀고, 두부 조금 넣고 마지막으로 냉이를 풍덩~. 끓는 냄새부터 설레는 냉이된장국. 한 입 떠넣으니 슴슴하게 그윽하다. 냉이가 작아서 그런지 향이 많이 진하지는 않지만 그저 좋기만 하다. 야들야들 씹히는 냉이 이파리도, 뿌리도. 


올봄 첫 냉잇국 한 그릇 더! 냉이가 주인공인 점심상을 물리면서 다시 한 번 냉이한테 고맙다. 이런 멋지고 황홀한 맛, 새봄을 맞아 어김없이 안겨주어서.  

감자 심을 밭에 냉이가 잔뜩이다. 냉이도 캐고 밭도 매는 일석이조 밭일, 이제부터 시작!


“꾸룩꾸룩, 꾸루루룩.” 


경칩 때 들리지 않던 개구리 소리가 슬슬 들리기 시작한다. 어느덧 감자 심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 감자가 터 잡을 자리엔 냉이 무리가 가득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냉이도 캐고 감자밭도 매는 일석이조 봄맞이 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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