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가 돼버린 비름과 씨름하고, 햇 대파를 거두면서
어제오늘 오랜만에 밭으로 나갔습니다.
예상보다 ‘심지 않은’ 풀이 아주 많네요.
부직포 깔아 둔 고랑에도 어마어마합니다.
이 질기고도 강한 생명력을 어쩐단 말입니까.
특히 비름, 쇠비름이 아주 강세입니다!
땅 위로 넓게 퍼져 자라는
통통한 쇠비름은 쑥쑥 잘 뽑힙니다.
한때는 쇠비름 좍 거두어서
청으로 담기도 했어요.
그냥 먹지는 않고요
조림 반찬 만들 때 좋은 단맛 내는 쪽으로
잘 쓰고 있답니다.
비름은 쇠비름과 또 달라요.
뿌리가 얼마나 깊숙하게 딴딴한고 억센지
호미를 들어도 무척이나 낑낑대게 합니다.
그동안 비름 김매면서 하도 호되게 힘이
들다 보니까요, 좀 얄미웠어요.
비름나물 많이들 먹는다 하고요,
나물 좋아하는 제가
한 번쯤 도전해 봐야 맞을 텐데요.
그게 무척이나 안 되더라고요.
비름한텐 정말 미안하지만, 정이 잘 안 가서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골마다 좌르륵 올라선 비름들!
보자마자 원망부터 일어나더군요.
뿌리째 들어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손목 힘과 더불어 온몸의 힘을 더해서
뽑고 또 뽑다가요, 기운이 달리는 나머지
그냥 줄기만 분지른 곳도 많았어요.
밭일을 마치고 드는 생각이,
‘아~ 아직은 비름나물은 안 되겠다.
좀 더 철들어야 먹을 수 있겠다.’
어제는 가지밭, 고추밭을 매었고
오늘은 대파밭 한 골에 집중했어요.
가녀린 대파가 다치지 않게 하려니
장갑 벗어던지고 맨손으로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갔답니다.
여지없이 비름과 씨름을 했고요,
두 시간 좀 넘는 밭일 마치고 들어와서는
30분을 뻗어 있었답니다.
날도 선선했건만요.
그래도요, 이 풀 저 풀에 가려
있는지 없는지 헷갈렸던 햇 대파들이
쏙쏙 모습을 보이니 얼마나 좋던지요.
게다가 굵직하진 않아도
바로 뽑아 먹을 만한 것들이
곳곳에 보이는 거예요.
점심밥 새로 할 기운이 없어서
라면을 끓였거든요.
거기에 갓 뽑은 여린 대파 송송 썰어 넣으니
음~ 여느 만찬 부럽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파를 좋아하는데
한동안 사 먹지를 않았어요.
밭에 있는 거 먹을 때를 기다렸죠.
이제 드디어 그때가 왔답니다!
저녁에 다시금 대파를 뽑아서
달걀말이를 만들어 먹었어요.
참으로 오래 기다리던 그 맛을
오물오물 입을 지나 마음에 담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부지런하고 싶다. 미약하다 할지라도, 돈벌이와 이어지지 않더라도 내 몸도 살리고 이웃도 살리는 농사를 계속 꾸려 가자면 지금보다 많이, 즐겁게, 부지런해야겠다.
오늘도 아랫집 아저씨는
고추에 약을 열심히 치고 계셨어요.
바람 타고 흘러오는 그 약한 내음이 힘겨워서
잠시 밭에서 물러나 있었습니다.
평생 농사지은 그분은
낑낑대며 풀 뽑는 저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실지
참 오랜만에 궁금해졌습니다.
언젠간 물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씩씩하고 부지런하게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오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