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평화를 안겨준 말 ‘호오포노포노’와 함께
감자를 심었어요.
올봄 첫 농사입니다.
좀 더 천천히 해야 하나 싶었는데
앞집 할머니부터 마을 분들이
움직이시기에 발맞춰 보았습니다.
다들 지금 하는 까닭이 있겠지, 싶어서요.
감자는 싹이 난 뒤가 살짜쿵 마음이 쓰여요.
사월 들어 서리를 맞으면
여린 싹이 사그라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그때를 비켜 가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자면 아예 늦게 심어야 하는데
자라는 시기가 있으니 그럴 수는 또 없고요.
그렇다고 마냥 걱정에 싸여있지는 않아요.
믿는 구석이 있죠.
서리에 시들어 죽은 감자싹 아래로
다시금 파릇하게 피어오르는 연둣빛 새싹을 보았거든요.
지난해도 그러했고요.
산골 감자는 분명 이번에도
힘내어 싹을 틔우고, 모진 서리가 온다 해도
견뎌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호오포노포노’라는 말이 있어요.
과로, 스트레스, 가정불화, 직장 갈등처럼
일상에 벌어지는 문제들을 풀어내는
하와이안들의 전통적인 해결법이라고 해요.
아픈 이들을 치유로 이끄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내용은 참 간단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용서하세요.”
바로 이 네 마디 말을 하는 거예요.
‘호오포노포노’라는 좀 독특한 말을 알게 된 건 일 년 조금 넘었어요.
제 큰언니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은 뒤였죠.
그때 ‘자연치유’라는 걸 처음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호오포노포노도 만나게 되었답니다.
많은 치유 전문가들이 환자들한테 권하는 내용이기도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루에도 몇 번이든,
떠오르는 순간마다 이 말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되뇌곤 합니다.
내 마음이 정화되고 평온한 그만큼
아픈 사람도 같이 좋아질 것 같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용서하세요.”
처음엔 큰언니를 생각하며 읊조리던 이 말을
그저 내 마음이 힘들고 어지러울 때도 저절로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러면 좀 편안해지더라고요.
욱, 하는 순간을 가라앉혀 주기도 하고요.
대체 호오포노포노가 어떻게 치유와 연관이 되는지,
그 원리가 무척 궁금해진 어느 날.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이란 책을 펼쳤어요.
처음엔 좀 밋밋한 느낌이었는데
중간을 넘기면서부터 갑자기 확 재밌어지네요.
다 읽을 즈음엔 그 비밀이 뭔지 조금 알 것도 같았어요.
“과거에는 내 문제든 다른 문제든 그것을 해결하려고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둡니다. 문제를 유발한 기억들을 그냥 정화합니다. 그러면 문제는 풀리고, 그렇게 풀리는 대로 저는 만족합니다.”(213쪽)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치유할 수도 있다. 즉 누군가에게서 무엇을 느꼈다면, 그리고 그것이 거슬린다면 그것은 치유되기 위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275쪽)
이런 문장들을 다른 때와 데에서 만났다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했을 듯도 한데
이 책을 보면서는 왠지 이해가 되더군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졌어요.
그 뒤로는 더 기꺼운 마음으로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용서하세요” 하고
하늘에게, 세상에게, 또 스스로에게 말을 건넬 수 있었어요.
우리 큰언니는 여전히 아파요.
하지만 저는 언니가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내려놓은 적이 없답니다.
그 믿음이 배신당할지 모른다고 미리 걱정하지도 않고요.
무엇보다 참 고마운 건
이런 제 믿음을 아픈 언니가 믿어준다는 거예요.
현실을 받아들이되 절망으로 내몰리지 않을 힘,
비슷한 것이 미약하게나마
제 안에 쌓여온 것도 같아요.
그러는 길에 하와이안의 주문,
호오포노포노 도움을 많이 받은 듯도 하답니다.
책 뒤 ‘덧붙이는 글’에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치유했다는 모르나의 기도문이 나와요.
마음에 확 와닿더라고요.
좀 길지만 외워 보기로 했지요.
얼마 만에 암기하는 건지, 어쨌든 성공!^^
아침에 눈 뜨는 순간 밝아오는 하늘 아래서
잠들기 전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올려다보며
마음으로 외운 기도문을
두 손 모아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는
불교 말씀이 있거든요.
너무 가까운 인연이 아픈 바람에
제 마음도 많이 시렸지만
삶이 내게 준 것들에 감사하면서
오늘 밤도 고마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총총한 별과 밝은 달 덕분일까요.
밤하늘이 참 밝게 느껴져요.
제 마음도 환해지네요.
이런 하늘 아래서라면 분명
감자도 저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을 거예요.
봄농사가 시작되었으니
땅에 하나둘 씨 뿌릴 시간들이 차근차근 이어질 테죠.
올해는 작은 텃밭에 이어서 너른 세상에도
자그마한 씨앗들을 뿌려 보려고 해요.
그전보다는 조금 바쁘게, 즐겁게 새봄을 맞이하고 있답니다.
하루 일을 마친 시간,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책 표지에
쓰여 있는 글귀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부와 건강, 평화를 부르는 하와이안들의 지혜”
‘부’는 아득히 먼일 같지만
‘건강과 평화’만큼은 제 삶에
스며 있는 걸 느낍니다.
자연과 책이 어우러진 삶이 안겨준 선물입니다.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