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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Jun 25. 2018

서울국제도서전을 들썩인
거리악사들~♬

"누가 뭐래도~ 도서전 찾은 그대가 꽃보다 아름다워~♬"

지난 토요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제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사인회를 핑계(?)로 노래 공연을 했어요. 제 책이랑 같은 출판사에서 <습지 그림 일기>를 갓 펴낸 박은경 작가랑 함께 저자 사인회를 하면서 함께 줄창 노래를 불렀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제 책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사인회를 핑계(?)로 노래 공연을 했어요.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나를 위해 한 번만 손을 잡아 주렴~♬”


‘개똥벌레’를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 측은지심을 불러일으켜 보고.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쑥스러운 마음도 감출 겸, 측은지심 유발(?) 노래 개똥벌레를 부르고 또 불렀어요.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어,
파란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나도 따라 가고 싶어~♬”


날아가는 새들처럼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며 자연에 대한 그리움도 이끌어 보고.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따라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무작정 신나는 노래로 지나가는 이들 발길도 잡아보고.


노래 하다가 살짝 지칠 땐, 아른거리는 지난 추억을 더듬어 보는 ‘풍선’을 부르며 잠시 쉬어가기도 했지요.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에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래하다가 살짝 지칠 땐, 아른거리는 지난 추억을 더듬어 보는 ‘풍선’을 부르며 잠시 쉬어가기도 했지요.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 마치 거리악사라도 된 듯 정말 새롭고 신나고 행복한 경험을 했답니다. 


노래 덕분에 발길 멈춘 분들은 많았지만 사실 책은 거의 사지 않더라고요. 하긴요, 이름도 모르는 산골 글쓴이의 책을 제 아무리 노래로 호객을 한다한들 쉽게 지갑을 열 순 없겠죠. 하지만요! 산지니출판사 식구들을 비롯한 우리 거리악사들은 책이 팔리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 순간을 마음껏 즐겼어요. 


제 아무리 노래로 사람들을 불러모아도, 이름도 모르는 초짜 작가의 책을 사려는 분들은 잘 없었어요.


무엇보다 멀리 부산에서 날아오느라 몇 날 며칠 고생 중인 출판사 분들한테 노래로라도 힘을 드릴 수 있어서 그게 가장 뿌듯하고 기뻤어요. 세상에, 이번에 제 책 많이 팔아보려고 그 먼 데서 이고 지고 메고는 많이도 가져왔다는데, 아무래도 별로 안 팔린 것 같아서 괜스레 죄송한 마음도 든답니다. 


사실 저도 미리 짐작은 했어요. 저처럼 소박한 사람이 사인회 한다고 해서, 그 볼거리 살거리 넘쳐나는 도서전에서 누구 하나 관심 주기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요. 하지만요, 기왕 시작한 일 즐겨야죠! 


더구나 식구들을 비롯해서 미리 예정된 지인들의 사인 행렬은 섭섭지 않게 이어졌답니다. 저도 좋고, 찾아온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믿었기에, 여기저기 도서전에 오시라고 연락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기대와 바람은 어느 정도 들어맞은 듯해요. 많이들 웃고 가는 모습, 제 눈으로 보았거든요. 


소식 듣고 찾아온 식구들을 비롯해서 미리 예정된 지인들의 사인 행렬은 섭섭지 않게 이어졌답니다.


책은 사지 않았지만, 노랫소리에 이끌려 슬쩍슬쩍 기웃거린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도서전에서 작은 추억거리 하나 마음에 담아 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거리악사로 보낸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예요.


뜨거운 여름, 코엑스를 화끈하게 덥혀 준 서울국제도서전은 이제 끝이 났어요. 산지니출판사도 이젠 부산으로 돌아갔을 테지요. 


저처럼 어수룩한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모험(?)을 감행하고, 서울국제도서전이라는 큰 행사에 사인회 자리까지 마련해 주고, 더구나 누구보다 즐겁게 저와 박은경 작가의 노래 이야기를 즐겨준 출판사 식구들,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을 인생 공책에 새길 수 있게 됐어요. 책은 많이 팔지 못했을 테지만 웃음만큼은 널리 퍼뜨렸을 듯하니, 그 힘으로 도서전의 피로를 눅일 수 있기를 멀리 장수에서 바라옵니다. 


산골에서 찾아간 서울국제도서전, 산골에 돌아오니 자꾸만 그리워집니다.  
<습지 그림 일기>를 갓 펴낸 박은경 작가랑 서로 사인본 주고받기. 초짜 저자끼리 동병상련, "우리끼리라도 책을 삽시다!^^"
"누가 뭐래도 도서전 찾은 그대가 꽃보다 아름다워~♬"


오랜만에 진하게 서울 일정을 마치고 산골에 돌아오니 시공간이 뒤바뀐 듯한 느낌에 처음엔 잠시 멍했어요. 그만큼 이번 서울행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와 사람들과 행복이 가득한 순간이었거든요. 마치 꿈만 같아요.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에 온기를 싣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사랑~~♬” 


새소리가 반겨주는 고즈넉한 제 작은 숲에 돌아와 그 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봅니다. 거리악사의 노래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울려 퍼진 이 노래가, 그리고 이 노래와 함께 웃고 즐기던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이 자꾸만 생각나네요. 산골에서 찾아간 곳이라 그런가, 사람들과 먼지로 가득했던 서울국제도서전 곳곳도 자꾸만 그리워집니다. 


꿈만 같던 서울국제도서전 행사를 마치고 저만의 작은 숲으로 돌아오니 자꾸만 그곳이, 그곳에 머물던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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