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것보다 많이 거두는 기쁨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는
하지가 하루 지났다.
그러니까 어제 점심때쯤,
갑작스레 하지가 다가온 걸 알았다.
가까이 있음에도 자주 가 보지 못한 감자밭이 떠올랐다.
하지가 지나기 전에
하지감자를 캐야만 할 것 같으니
땡볕 무릅쓰고 밭에서 몸을 부렸다.
여섯 골 감자밭 캐는 데
산골부부 힘 모아 세 시간.
“오메~ 힘든겨.”
몸에선 땀이 철철,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난다.
그래도 참고 한다, 해낸다.
하지니까, 하지감자니까.
다 거두어 적당히 말리곤
상자에 담아야 할 시간.
“헐~ 이게 정말 다야?”
캘 땐 많아 보였는데
상자에 담고 보니
그 양이 너무나 보잘것없다.
이렇게나 적은 양은
산골살이에서 역대 최고!
감자알 크기가 작은 것쯤이야
해마다 겪으니 익숙하고도 낯익은지고.
땅을 치고 통탄해도 모자랄 판에
내 마음은 무릇 담담하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처럼
내가 뿌린 마음이, 정성이
아마도 이만큼이었을 테지.
아니야, 어쩜 그보단
훨씬 더 많이 자라 준 걸 거야.
못난 농부 만났음에도
여기까지 애써 와 준 감자들한테
무조건 두 손 모아 고마워해야 해.’
왠지 미안하고 뭔가 고마운 마음을 안고
하지감자가 든 상자를 창고에 들인다.
하지가 하루 지난 오늘
갓 쪄낸 하지감자를 맛본다.
껍질 살살 갈라지고 포실포실한 겉모습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하다.
맛은, 갓 캔 감자를 먹는데
그야말로 그만이지!
뿌린 것보다 많이 거두는 기쁨.
하지감자가 내게 준 것을 떠올리며
밥 대신 감자를 입에 넣는다.
배도 부르고 마음마저 넉넉해지니
내 마음 토닥토닥 다독여 본다.
‘키우는 길에는 모자람이 컸지만
거두는 일에나마 애를 썼노라고,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면 되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