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
2018년 3월 나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가중됐다. 축구선수란 직업이 나의 삶에 허용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부족한 실력이다.
나는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 부족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실력만으로 평가한다면 프로 진입도 어려웠을뿐더러 현재 31살이 되도록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내가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태도에 있다. 축구계도 사람들이 모인 곳인지라 성실하고 인성 좋은 선수에게 기회를 더 준다. 팀을 이적할 때마다 성실성과 인성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가는 시점에는 이 실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요즘은 선수생활을 좀 더 오래 한다고 하지만 그 또한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 한정된다. 나는 나의 실력과 한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내년이라도 당장 은퇴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나와 비슷한 실력의 젊은 선수에게 적은 연봉을 주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 테니 말이다.
나를 정확하게 알자 은퇴라는 단어가 가슴 깊숙이 들어왔다. 은퇴 후에 대한 고민 해결을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운이 좋게도 체인지 그라운드 채널을 만나 빡독과 씽큐베이션을 통해 지적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
내가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느냐 묻는다면 은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운동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량을 채우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선수들은 게임을 즐겨하고 잠을 잔다거나 유희를 즐긴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서는 때론 필요한 방법들이긴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눈앞의 이익에 쉽게 동조된다. 욕망, 쾌락의 자극에 쉽게 반응한다.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이를 ‘근시안의 법칙’이라고 한다.
위에 선수들이 휴식 방법들은 현재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나의 맥락에는 미래에 대한 대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은퇴 후에는 축구실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능력을 개발해야 사람들이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꾸준히 경제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장기적 시각’을 갖고 치열하게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삼프로TV, 경제와 신과 함께 김동완PD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
질문의 목적은 부자고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세상의 당위에 때문인지 진짜 부자가 되고 싶은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세상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갇혀서 부자도 되고 싶고 워라벨 안에서 인간관계도 잘 유지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하면서 부자가 되기란 힘들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워라벨과 인간관계에 소홀에 져야 한다. 아예 저버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를 부자가 되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남들이 하는 것을 다 하면서 살아간다. 술 약속, 정기 모임, 취미 생활 등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힘을 쓴다. 왜냐하면 근시안의 법칙에 빠졌기 때문이다. 욕망과 쾌락에 빠져 부자가 되기 위해서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다. 우리 인간은 생각보다 나약하다. 장기적 시각을 통해서 현재 필요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장기적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두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문제나 마찰 혹은 어떤 흥분되는 기회를 발견했을 때 그 순간의 열기로부터 한 발 떨어지는 훈련을 해야 한다. 흥분이나 두려움을 진정시키는 연습이 필요하다.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시야를 넓히고 또 깊게 만들어야 한다. 당면한 문제의 성격을 고민할 때 손쉬운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며 다른 가능성들을 고려해봐야 한다.
다시 말해 , 우리는 현재로부터 ‘거리’를 두고 문제의 근원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상황의 전체 맥락을 더 ‘넓게’ 바라보고, 미래를 더 ‘길게’ 내다보아야 한다.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와 나의 장기적 우선순위까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단기적 사고에 고착되어 있다. 큰 그림을 살피고 사건의 맥락을 고려하는 데는 어려움을 갖는 뇌구조를 갖췄다. 즉, 인간은 보이는 것에 취약하다는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 어려운 것을 해낸다면 목표한 바를 이루는데 확률을 많이 높일 수 있다.
단기적 사고에 대해 스스로 자각하기만 하더라도 눈 앞의 자극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는 4가지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예측 불가능한 현상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반응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은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브 코비’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틈이 있다고 말했다. 그 틈에서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면 삶을 주도할 수 있다.
2. 감정에 휩싸인 싸움은 피하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겨라
외부의 비판과 비난에 쉽게 동조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싸울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감정에 휩쓸려 자신의 무절제한 모습만 드러낼 뿐이다.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삶에서도 언제나 전술가보다는 전략가가 승리한다.
3. 불안함 속에서도 목표에 집중하라. 인내심을 키워라.
시즌을 끌고 가다 보면 성적이 안 좋을 때가 있다. 그때 선수단의 분위기는 불안함에 휩싸인다. 결국 지도자는 훈련강도와 양을 높이면서 선수들에게 자극을 준다. 순간적으로 선수들이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시즌 전체로 봤을 때는 높은 훈련강도와 양은 선수들의 체력 소진을 빠르게 만들 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불안함으로 시야를 흐려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키우고 한 발짝 물러서서 핵심을 살펴야 한다. 팀의 내부를 모르는 외부의 조언에 쉽게 휘둘려서는 팀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다.
4. 사소함에 길을 잃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을 분배하라.
모든 일을 자신이 다 관장해야 하는 리더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공동체의 수명은 단명할 가능성이 높다. 작은 일에 에너지를 쓴다면 정작 중요한 일에 판단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을 분배하여 일을 처리하라. 적어도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은퇴는 언제 벌어질지 모른다. 그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하기 위해 은퇴에 대한 대비를 위해 독서를 시작했다. 사회생활의 기본기 4가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를 익히기 위해서다. 아무리 대비를 해도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누군가의 비난과 비판에 놓을 때도 있을 터인데,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행동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게 현명하다. 위기가 닥쳤을 시 장기적 목표에 대한 집중을 한다면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일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김동완 PD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자가 되고 싶어요”
과거 나는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돌아봤다. 반성을 많이 했다. 나는 워라벨, 인간관계 등 다 갖고 싶은 욕심쟁이 었다.
나의 욕심을 이제 내려놓으려고 한다. 장기적 시각을 갖고 이성적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는 수련을 꾸준히 하겠다. 책은 많이 읽었지만 아직 내게 축구 이외의 능력은 없다. 그 말인즉슨 은퇴하면 할 게 없다는 거다. 최근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 중이다. ‘스포츠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위해서 첫 단추를 어떻게 꿰야할지 심사숙고해 보겠다. 장기적 시선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시간이 내 편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고로 걱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