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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Apr 17. 2020

당신이 죽어라 노력해도 안되는 이유

전략을 세워라

저는 긴 시간 동안 후보선수 생활을 경험했었습니다. 1년 차 신인 선수 때는 1군에서 훈련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으며, 2년 차 때는 조기 우승을 확정 지은 후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이 뛴 경기를 데뷔전으로 치렀습니다. 3년 차 때도 그리 밝지 않은 전망이었죠. 그랬던 제가 8년 차 프로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하게 된 걸까요?


제가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전략의 힘이었습니다. 축구선수가 기획을 했다고?라는 의구심이 들었을 겁니다. 대부분 선수들이 위기를 극복했을 때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다른 선수들처럼 지금껏 노력 때문에 현역 생활을 이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노력이 아닌 전략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노력에 대한 잘못된 정의


제가 전략 덕분에 현역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축구선수 중에서 노력하지 않는 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노력이라는 정의를 운동량에만 무게를 두었습니다. 남들 쉴 때 운동하고, 남들보다 먼저 나가서 운동하고, 남들보다 늦게 까지 운동하는 게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이 착각에 빠져있을 겁니다.


노력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노력을 양으로 논한다면 운동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국가대표를 해야겠죠. 노력의 양으로 주변을 살폈을 때, 꼭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가 팀의 에이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남들과 별다른 차이 없이 운동량을 가져가는데도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흔히 그런 선수를 보면 될 놈은 된다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고난 재능으로 될 놈만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을까요. 다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될 놈이 되는 이유는 타고남이 아니라 전략 덕분입니다.




손흥민 선수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님


손흥민 선수가 될 놈이 된 이유


온 세상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하루 24시간입니다. 그 누구도 1시간을 더 제공받거나 부족하게 부여받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상위 리그에서 뛰고 누군가는 하위리그에서 뛰는 걸까요?

 

저는 손흥민 선수와 같은 고등학교에서 함께 6개월을 다녔습니다. 당시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손흥민 선수는 1학년이었죠. 저는 노력은 양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손흥민 선수보다 운동량을 더 많이 가졌갔으면 가져갔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손흥민 선수도 인정해줄 겁니다. 맞지 흥민아?


그러나 현재 손흥민 선수는 국가대표가 되었고 저는 K-리그 3에서 뛰는 중입니다. 저는 현재 저의 모습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살펴봤을 때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죠.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던 이유는 전략에 있습니다. 물론 운도 작용했겠죠. 그러나 그 운도 전략에 따라 끌어당길 수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에게는 '손웅정'이라는 제갈공명과 같은 전략가가 곁에 있었고, 저에게는 없었죠.

 

손흥민 선수는 멘탈, 훈련 방법, 식단, 수면 관리 등 철저하게 유소년 시절부터 다듬어왔습니다. 그에 반면 저는 운동의 양에만 집중했고 다른 요소들은 챙기지 못하게 됩니다. 손웅정 감독님께서는 손흥민 선수의 장단점에 따라 전략적으로 훈련을 시켰습니다.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최소화했죠. 그 결과 양발을 잘 쓰는 슈터로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전략가가 되다.


저도 과거를 돌아보니 주전 선수로 등극하기 직전에 전략을 세웠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015 시즌을 준비할 때는 육상 코치님을 찾아 나서서 7만원의 교육비를 드리고 훈련 프로그램을 배웠었습니다. 중앙 수비수로서 민첩성과 속력을 보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저는 그 해에 K-리그 1에서 24경기 출장이라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8 시즌 아산무궁화 시절에는 38명의 선수 중 38번째의 선수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팀에는 쟁쟁한 선수들뿐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무기력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운명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던 시점에 책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의 변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독서를 통해 전략의 힘을 알게 된 것이죠. 제게는 손흥민 선수처럼 손웅정 감독님이 없었지만, 책 속의 고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 출장을 위해 전략을 세우게 됩니다. 일명 <777 프로젝트>였죠.  2018년 7월 7일 7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안산 그리너스와 원정경기 일정에 맞춰서 최고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무조건 뛴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그때부터 식단, 수면, 멘탈, 스트레스 관리를 철저하게 합니다. 개인 훈련 프로그램도 경기 일정에 맞춰서 세웠습니다. 그중 획기적인 전략은 포지션 변경이었습니다. 코치님께 면담 신청을 해서 포지션 변경에 대해 문의를 드렸고, 받아들여져서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전환하여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777 프로젝트에 대해 소문을 냈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조금이지만 경기 출장을 하게 되면서 소귀의 성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두 경기 출장을 더해서 총 3경기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38번째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높은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들 덕에 현재 K-리그 3 격인 내셔널리그 두 개의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됩니다. 결과론적으로 저는 아직까지 축구화를 신고 필드를 뛰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제가 노력의 양으로 지금까지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전략을 통해 현재에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만약 전략을 세우지 않고 노력만 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저는 현재 강점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제갈공명


당신도 제갈공명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노력의 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노를 저어도 물살을 타게 되면 힘이 덜 들 듭니다. 전략은 힘이 덜 들도록 도우는 물살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를 저어야 물살의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진정한 노력은 전략에 따른 실천의 스펙트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혹시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태라면 전략가가 되어보세요.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라고 말했습니다. 즉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죠. 전략가가 되면 당신의 현재에 맞는 방법들을 선택하게 됩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지속성을 위해 장치를 세우게 되죠.


저는 책과 인터넷(유튜브, 포털사이트)을 통해서 정보를 얻었습니다. 정보가 쌓일수록 좋은 전략이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현자를 찾아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축구선수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찾아서는 안됩니다. 축구를 잘하는 것과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죠. 손웅정 감독님은 선수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탁월한 전략가가 되셨잖아요? 전략의 감이 있는 분을 찾으셔야 합니다.

 

짧게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스스로 당신 인생의 전략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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