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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Dec 31. 2019

독서하는 축구선수의 2019년

책으로 시작해 책으로 마무리 짓다.

오늘은 2019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의 닻을 내려놓으며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찰나에 카카오톡 수신 알람이 떴다. 확인해보니 씽큐x '티카타카'(모임이름) 단톡 방에 윤수은 그룹장님께서 '2019년 어땠나요?' 릴레이 쓰기를 올려주셨다. 이 달 초에 수은 님께서 릴레이 글쓰기에 동참할 사람을 모집했다. 나는 그 모집 공고에 가장 첫 빠따(?)로 지원을 했다.


하지만 연말이 끝나도록 수은님의 릴레이 바통은 오지 않았고 내 기억 속에서 침잠했다. 2019년이 16시간 38분이 남은 시점에 바통을 넘겨주셨다. 허걱... 얼마 안 남았다.


워낙 바쁘셨던 수은님의 일과가 얼마나 바빴을지 가늠이 간다. 내게 릴레이 글쓰기를 제안하셨던 수은님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의식적으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분이시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면 감탄이 절로 나오면서 동기부여를 제대로 받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주신 글감을 기쁜 마음으로 쓸 수 있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이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드는데 어찌 안쓰랴~


나의 2019년의 키워드는 도전과 결과였다. 크게 3 가지를 도전했다.  번째는 일반인 독서모임(Thu BC, 씽큐  2그룹)이고,  번째는 선수단 마케팅 팀이고,  번째는 빡독 x축구선수. 위의 세 가지는 태어나서 한 번도 도전하지 못했던 도전이었다. 하지만 도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바로 무조건 마무리 짓기다.


마무리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독서모임 

Thu BC : 시즌 종료 전까지 참여하기

마지막 모임은 식사도 함께 하고 보드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씽큐 온 2그룹 : 2주에 한 권 읽고 서평 쓰기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며, 2020년부터는 씽큐 x로 진화하여 '티키타카'라는 타이틀로 이어질 예정이다.


- 선수단 마케팅  

: 리그 마지막 경기 전까지 홍보 및 광고

- 빡독 x축구선수 

: 시간과 장소 정해서 정원 채우기




일반인들과 독서모임


2019년을 알기 위해서는 2018년을 돌아봐야 한다. 2018년 3월부터 독서를 시작하면서 비전이 생겼고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 당시의 나는 군신분이었기에 부대 내에서만 활동이 가능했다. 군 복무 중에는 독서와 글쓰기 실력에 초점을 맞췄었다. 수험생들이 수능을 마친 후 할 계획을 세우듯이 제대 후 민간인이 되는 2019년 1월 31일부터 군인 신분임으로 제약받았던 활동들을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일반인들과 독서 모임을 하는 것이었다. 축구선수 이외의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삶과 사상이 궁금했고 내가 알지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동계 훈련을 하면서 팀의 지역인 목포에서 활동 중인 독서모임을 검색했다. 그중 하나를 골라서 들어갔다. 역시 연초에는 동기부여가 충만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참여 인원이 6명이었다. 내가 왜 6명이 많다고 생각하냐면 가을이 찾아올 때쯤에는 평균 3~4명이었다. 그마저 나와 첨단 리더가 빠진다면 쉴 때도 있었다.


나는 이 모임을 'Thu BC'로 이름을 정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2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모이기 때문이다. Thu BC에는 두 분의 열성 참여자이자 실력자가 계셨다. 한 분은 항해사 출신의 공룡 박물관 놀이 교육을 개발하시고 또 다른 한 분은 아동 심리치료사이시다. 나의 직업과 전혀 생소한 두 분의 생각과 관점은 내게 창의성을 발휘할 연료가 되어주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독서 토론을 했던 날은 정말 재밌던 기억이 든다.

 


6월에는 씽큐 온 이 시작되었다. 나는 모집 공고가 뜨자마자 신청을 했고 운이 좋아서 합격을 했다. 진짜 행운은 따로 있었다. 씽큐 온 2그룹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성장 욕구가 충만한 사람들은 죄다 우리 그룹에 모인 듯했다. 지금 쓰고 있는 글감을 주신 수은님 또한 여기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느슨한 유대관계의 연결선은 두꺼워졌다. 이제는 씽큐 온에서 씽큐 x로 성장하여 '티키타카'라는 타이틀로 2020년을 시작할 예정이다. 성장욕구가 나보다 강한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니 나 또한 그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받아서 함께 나아갈 수 있었다.

 






선수단 마케팅 팀


경제 공부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뻗어간 일본 축구의 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본 축구의 J- 리그가 버블 붕괴 속에서 왜 성장했는가에 대한 질문의 대한 답은 '지역 팬'에 있었다. 나는 앎에서 실천으로 옮기고 싶었고 선수들을 중심으로 마케팅 팀을 만들어갔다. 선수, 서포터스, 외부지원팀 (대학생)이 교류하면서 목포시청 축구단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경기 일정 포스터 (영화, 패러디), 유튜브 영상, 자체 미디어 데이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선수단 마케팅 팀의 중심은 '팬'이었다. 하지만 선수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한계는 생각보다 낮았다. 도전 자체도 유의미했지만 더 많은 팬의 유입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는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기존에 목포시청 축구단을 사랑해줬던 서포터스들에게 좋은 추억을 여럿 만들어 들였던 점은 보람차다.

   






빡독 x축구선수


마지막으로 빡독 x축구선수를 기획했고 진행했다. 2018년 아산에서 시작된 축구선수 독서모임은 '독서하는 축구선수' 브랜딩의 시작이었다. 목포시청과 광주 FC에서 독서하는 축구선수들의 모임은 이어졌다. 빡독 x 붐이 일어나기 전에 신청했던 빡독 x축구선수는 K-리그 종료 후인 12월 6일에 15명의 선수들과 함께 성공시켰다. 2020년에는 모였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빡독 x축구선수를 연례행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도전을 했던 2019년이다. 그 과정 속에서는 힘든 경우가 더 많았다. 축구선수가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라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운동에 집중해도 될까 말까라는 말을 덫붙이면서 말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독서를 통해 다시 축구에 대한 열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제 인생의 빛이 되어주었습니다. 강한 멘털을 찾은 후 목표를 잡고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메타인지, 성장형 사고방식, 플랜과 피드백을 하면서 비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제 비전은 스포츠인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의 중심은 독서에 시작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하면서 자기 계발에 힘을 써서 변화의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은 이유다. 나는 도전했전 프로젝트를 모두 마무리 짓고 싶었다. 물론 나의 스승님 신박사님께서 시작보다 중요한건 결과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결과를 쌓을 때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전을 하기 전에 심사숙고해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대책없이 도전하다가는 힘이 분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을 돌아보면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는 듯 하다.


다가 올 2020년에도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가 숙성되어 깊은 맛이 나도록 할 것이다.


이제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도 살아가야 한다. 가장으로써 가정을 돌보면서 안정감을 위해 나의 쾌락보다 성장의 고통에 몸을 던져야 한다. 그게 곧 나의 행복이자 우리 집의 행복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도전으로 중심을 잡는 2019년이었다면 2020년에는 숙성의 시간으로 만들어보겠다. 김치는 생김치를 좋아하지만 내 삶은 숙성김치처럼 깊은 맛이 나도록 발효시켜보겠다.


릴레이 글쓰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야 하지만 오늘은 마지막 날인 만큼 여기서 스탑을 하겠다. 글감을 주신 수은님께 감사드리며 2020년에도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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