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알다가는 큰일 난다.
나는 어릴 적부터 편식이 심했던 아이였다. 영양소가 높은 나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햄, 피자, 치킨 등 맛있고 식감에 치중한 음식들을 좋아했다. 어머니께서는 아들의 영양소 균형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해주셨다. 그중 대표적인 음식이 피자다. 나는 피자를 가장 좋아했는데, 작은 외삼촌께서 초등학교 운동회 때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실 정도였다.
"상필이는 달리기 결승선에 피자를 두면
무조건 1등 할 거야"
피자를 두지는 않았지만 남다른 발육 속도로 초등학교 6년 내내 1등을 했지만 피자가 결승선에 있었다면 기록이 더 좋았을 거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그만큼 피자를 좋아했기에 어머니께서는 직접 집에서 건강식 피자를 만들어 주셨다. 야채도 많이 넣고, 도우도 얇게 만들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든다.(어머니 또 해주세요)
이렇게 편식이 심했던 나는 축구를 정식으로 시작하면서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동안 먹지 않았던 야채, 과일들을 많이 먹기 시작했다. 축구선수의 타이틀을 얻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식사 때마다 어른들은 많이 먹어야 한다며 챙겨주셨다. 특히 고기를 먹는 날(팀 회식)에는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괜히 고기 뷔페에서 운동선수들은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골고루 먹겠다고 상추, 깻잎, 마늘, 양파를 쌈으로 함께 먹었다.
학창 시절에는 팀 훈련량도 많았고, 개인 훈련량도 많았기에 많이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고기를 먹는 날에는 많이 먹어야 좋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먹었다. 대학교 시절에 저학년들은 회식 때 준비한 음식은 다 먹어야 하는 특명까지 받았기에 고통스럽게 먹을 정도였다.(과거 잘못된 학원 스포츠 문화의 폐해다.)
지금 돌이켜보면 엄청난 오판이었다. 전문가도 아닌 어른들의 조언에 신뢰를 갖고 폭식을 했던 것은 퍼포먼스 유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먼저 고기 자체가 운동선수에게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탄수화물이 가장 중요하다.(야채에서 얻는 탄수화물) 고기는 단백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한 끼에 100g 정도만 섭취해도 충분하다. 이때 견과류를 통해 지방을 채워준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회식 때 운동선수들이 먹는 양은 100g의 3~4배는 기본이다. 나는 6~700g은 먹었었다. 그리고 좋은 지방을 채워줄 견과류는 먹지도 않는다. 그 말은 즉슨 회식은 폭식을 독려하는 자리일 뿐이며, 위에 무리를 가하고 몸안에 지방만 축적시킬 뿐이었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식욕을 채우기보다는 퍼포먼스 증진에 있다. 어설프게 알았던 나는 무조건 많이 먹었다. 오히려 퍼포먼스 유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줄도 모르고...
아는 만큼 보인다.
이처럼 어설프게 알게 되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직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중에서도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고기에 대한 정보 또한 학습을 통해 이뤄졌다. 앞으로도 꾸준한 학습을 통해 분별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자.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고깃집에서 회식할 때 적당히 드시길 바라며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