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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Jan 16. 2020

축구선수로 먹고 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연봉을 들으면 '억'소리가 난다. 손흥민 선수의 연봉은 대한민국 축구선수 중 단연 독보적이다. 무려 111억 원이다. 그 뒤를 김신욱(50억 원), 김민재(40억 원), 남태희(35억 원), 기성용(32억 원) 선수가 잇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황사머니와 오일머니의 위용을 느낄 수가 있다.


축구를 미디어에서만 접한 사람들이라면 '축구선수는 돈을  번다' 인식이 심어지기  좋다. 그렇다면 K-리그는 어떨까? 2019년 기준 K-리그 1의 평균 연봉은 1억 9천여만 원이고 K-리그 2는 8천9백여만 원이다. 위의 평균치만 본다면 축구선수로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태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에서는 평균의 함정에 대해 주의하라고 한다. 평균은 진실을 감추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민국의 축구선수 중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은퇴 후를 대비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파레토의 법칙 80대 20은 축구계에서도 나타난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돌아봐도 억대 연봉에 속한 선수는 상위 20퍼센트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총연봉을 나누는 게 평균 연봉이다. 하지만 상위 20퍼센트가 하위 80퍼센트의 연봉보다 높기 때문에 평균 연봉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나는 1부, 2부, 3부(내셔널리그)에서 모두 뛴 경험이 있다. 주변 선수들을 둘러봐도 억대 연봉까지 찍는 선수는 일부분의 선수일 뿐이다. 억대 연봉까지 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선수들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적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하위 80퍼센트에 속해있었다. 아니 하위 20퍼센트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축구인생을 살아오면서 억대 연봉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다.


잘 나가는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생계형 계약직 선수들이다. 시즌이 종료되었을 때 다음 시즌이 먼저 걱정되는 생계형 계약직 선수 말이다.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따뜻하다. 현재 1월 중순 임을 감안한다면 다른 해에 비해 너무 덜 춥다. 그런데 생계형 계약직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작년 목포시청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 중 6명이 천안시청 공개 테스트에 참가했다. 이들은 후보선수가 아닌 주전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감독 교체로 기존 선수 중 6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계약 연장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팀을 찾기 위해 각 팀의 공개 테스트를 찾아가고 있다.




과거에 나도 팀을 찾기 위해 공개 테스트를 갔던 경험이 있다. 2014년 12월이었다. 서울 E랜드, 부천 FC, 고양 Hi, 경주 한수원, 용인 시청 FC 이렇게 총 5개의 팀을 갔었다. 모두 탈락의 수모를 겪었고 2015년 1월 1일에는 무적선수가 되었다. 다음 날 다행히도 구사일생이 되어 기존 팀(대전 시티즌)에서 다시 기회를 줬기에 축구선수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테스트 생들의 간절함과 불안함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도전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쳐드린다.


테스트로 뽑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경험하게 되었다. 단 한 경기에 선수의 가치를 파악해서 뽑는다는 게 로또를 뽑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생각해보자. 테스트 경기는 처음 발을 맞추는 선수들과 팀을 이룬다. 그리고 테스트에 대한 부담과 시즌 종료 후 두 달이 지나는 시점에 진행되는 날짜는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게 만든다. 프로 축구선수의 조건 중 하나가 지속성이다. 한 경기를 잘한다고 다음 경기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적인 구단들은 많은 스카우터를 두면서 선수들의 시즌 전체를 지켜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안시청 축구단 공개 테스트 : 출처 OSEN 기사


막상 테스트를 통해서 팀에 입단한다면 최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프로 팀 기준으로 최저 연봉은 2000천만 원이다. 훈련 외에도 꾸준히 몸 관리를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직업인데,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는 급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잘하는 사람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런 열악한 현실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축구선수라는 직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정보는 빙산의 일각이며, 소위 잘 나가는 상위 1퍼센트의 이야기 들이다.




누군가 직업을 물어볼 때 이렇게 대답한다.


"저의 직업은 축구선수입니다."

라고 말을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우러러본다. 프로 선수라면 돈도 많이 벌겠지?라는 기저를 깔기 때문이다. 나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1부, 2부, 3부(내셔널리그)를 뛰면서 매년 다음 팀에 대한 걱정을 했다.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갖춘 선수는 많았고, 나이는 점점 먹어갔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독서다. 은퇴 후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비였다.


나는 축구를 사랑한다. 그래서 생계형 계약직 선수임에도 행복하다. 젊을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선수들도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계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무적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돈만 보고서는 축구화를 신을 수 없다. 축구에 대한 열정, 꿈,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축구선수로서 먹고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먹고살기 힘듦 속에서도 행복하다.


많은 선수들이 팀을 찾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선수의 숫자에 비해 팀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팀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축구 산업이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  부분은 많은 축구인들의 많은 고민, 희생, 노력이 필요하다.


제이미 바디 : 출처 News1


앞으로 축구 산업이 더욱더 발전되어 많은 선수들의 겨울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도전을 위해 축구화 끈을 질끈 묶는 생계형 계약직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한국의 제이미 바디가 많이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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