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멘토가 기억해야 할 것_Part. 2
얼마 전 '첨단리더'라는 닉네임을 쓰는 멘티를 만나고 왔다. 그를 만난 이유는 신박사님의 말을 빌려서 뼈를 때려주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의 뼈를 때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기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서 현재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첨단리더'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축구선수'였다. 과거형을 쓴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맞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축구선수가 아니다. 끝까지 도전 정신을 보여줬건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평소 성실하고 인성도 좋아서 어딜 가나 이쁨 받던 후배였어서 올해까지 기회가 있길 바랬다. 하지만 지난해 출장 경기가 너무 적어서였을까 '진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축구화를 벗게 되었다.
그의 은퇴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다. 캐럴 드웩의 저서 <마인드셋>을 읽고 나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며 끝까지 해보겠다고 했던 게 한 달 채 되지 않았었기에 더더욱 안타까움이 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첫사랑을 잊어버리고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며 성장 마인드를 피력했다.
그렇게 10일이 흘렀다. 첨단 리더는 부모님의 권유로 그동안 못 갔던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고 '매일 글쓰기'와 씽큐 x '서평'을 쓰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얼핏 보면 아주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알아챘다. 그는 길을 잃었다.
첫사랑을 잃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만은 이 또한 언젠가 겪을 과정이었다. 그리고 직업선수로 3년을 버틴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은 기록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바닥이 어렵다.) 군문제도 해결해야 했기에 어느 정도 염두를 한 상황이었다.
우리 둘은 광주광역시 첨단단지의 LC타워 '카페링팡'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뚱카롱을 시켰다. 5분 정도 가벼운 대화를 하는 중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왔고 한 목음을 마셨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했다.
너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
이 질문을 시작으로 후배는 코너에 몰려 린치를 맞았다. 애초에 멘토와 멘티 사이가 된 것은 이럴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학습능력을 높여서 은퇴 후 사회에 빠른 적응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비전도 공유했었다.
지금까지 스포츠 선수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없던 이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그럴 능력을 갖춘 사람이 없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능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자주 첨단리더에게 이런 말을 한다.
"똑같이 살면 똑같이 된다. 그래서 다르게 살아야 하는데 다르게는 실력을 키우는 과정이야."
첨단리더는 보편적으로 첫사랑을 잃은 사람들처럼 넉을 놓은 것이다. 그래서 녹다운을 시켰다. 정신 차리라고.
축구선수일 때는 팀 스케줄, 몸 관리 때문에 자기 계발과 움직임에 많은 제한을 받는다. 성인팀부터는 정신적인 압박이 커지면서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자기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첨단 리더의 전제조건은 바뀌었다. 더 이상 축구선수가 아니다. 감정적으로 힘들지언정 냉정한 판단을 해보자면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제 첨단 리더의 삶의 패턴은 180도 바뀌어야 한다. "독서하는 은퇴선수"가 되라는 말이다. 그리고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되면 "독서하는 0000"이 되는 것이다. 이는 정체성을 뜻한다. 첨단리더는 강연가가 되어서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했다. 이타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이타주의자의 뜻은 '내가 가진 능력으로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를 자문하고 증거와 신중한 추론으로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냉정한 이타주의>에서 정의를 내렸다. '철저한 자기 객관화'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맥락과 같다.
그런데 첨단리더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퇴 후 시간이 많아졌는데도 선수 때와 별 다르지 않은 학습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래서 두들겨 패주었다. 그때 첨단 리더의 표정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표정이었다. 역시나 단 박에 알아듣고 자기반성을 보였다. 하나를 알려주면 둘 이상을 아는 친구다.
타인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실력이 필요하다. 실력이 없는데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주변이 따라오는 척만 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첨단리더는 자신처럼 은퇴에 취약한 스포츠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고 실력은 필수다. 그 실력은 철저한 자기 객관화에서부터 시작한다. 더 나아가 도움을 받는 사람들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시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독서'와 '데일리 리포트'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생각의 버튼을 눌러주는 도구이며, 데일리 리포트는 냉정하게 자신이 사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올해 목표 중 하나가 '폴라리스'에 데일리 리포트를 매일 작성하는 것이다. 작년 1월에 샀는데 일부러 작년에는 데일리 리포트를 기존에 쓰던 다이어리에 썼다. 폴라리스는 올해에 맞춰 쓰려고 했었다. 1월 28일 현재까지 성공 중이다. 매주 종합 리뷰를 쓰면서 나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개선점을 찾고 의식적으로 바뀌려고 노력 중이다. 데일리 리포트의 목적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첨단리더에게 데일리 리포트에 대해 자주 언급했었다. 나는 코칭을 할 때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을 지향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거 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번처럼 넉을 놓을 때는 빼고는 말이다. 데일리 리포트를 쓰고 데일리 플랜을 적어가면서 하루를 꾹꾹 눌러살아야 한다고 연속으로 잽을 날렸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한다. 영국에 사는 그레그 루이스는 의학을 공부해서 남을 돕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빈곤국에 가서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영국에 남았다. 자신이 직접 가서 환자를 돌보는 것보다 돈을 벌어서 기부하는 게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철저한 자기 객관화부터 시작된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레그 루이스는 지독하게 철저했다. 이 철저함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했다. 진정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조사를 했었기에 결정에 확신을 내릴 수 있던 것이다. 그레그 루이스처럼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 객관화를 해야 한다.
워런 버핏과 투자의 쌍두마차인 레이 달리오는 다양한 분야의 최고들을 만나서 한 인터뷰를 종합해서 <원칙>이라는 책을 냈다. 최고의 수준은 마크 주커버그, 엘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1시간가량의 테스트지를 풀게 했다. 테스트에서 얻고자 한 것은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함이었다. 테스트 결과 각 분야 최고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배려'다. 배려라고 하니 배려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다. 배려가 없던 것이다. 그들의 인성이 쓰레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것들과는 거리를 둔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과 술 한 잔, 스포츠 경기 관람, 피시방에 가서 길드원들과 게임 등 자신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게 가족, 친구,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자신의 쾌락과는 상종도 하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 객관화는 삶의 목적에서 기인한다.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서 단독자의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독자란 의도적으로 자신을 홀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 말이다. 빡독을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많은 군중들 속에 있지만 들고 있는 책의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 무슨 느낌인지말이다. 그 느낌이 단독자의 시간이다. 단독자를 다시 말하면 '온전히 나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단독자는 세계 최고들이 배려를 하지 않는 맥락과 같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뜨겁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기 이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이 얼어붙어도 살아갈 수 있다. 뜨거워서 가까이 가지 않았던 사람들은 날이 얼어붙을 때 온기를 쐬기 위해 열정을 가진 사람들 주변으로 모이게 된다.
첨단 리더와 나의 멘토링의 한 장면으로 '철저한 자기 객관화'에 대해 풀어보았다. 철저한 자기 객관화는 압도적인 실력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목적을 통해 자신이 쏟아부어야 할 열정이 어딘지 방향을 잡고 배려하지 않는 단독자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독서와 데일리 리포트는 철저한 자기 객관화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첨단 리더에게 날린 잽들은 나에게도 향해 있다. 매일 같이 나를 돌아보고 다듬어가는 과정을 해야 진정한 멘토가 될 수 있는 자질이 갖춰진다.
첨단리더에게 뼈를 때릴 수 있었던 배경은 신뢰에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나도 첨단리더가 잘 받아들일 줄 알았고, 첨단리더도 나의 질타와 조언이 자신을 위한 마음에서 발현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라포르(유대관계)가 없었다면 감히 못할 말들이다.
능력이 있다면 기회는 아무것도 아니다.
심지어 능력이 없는데 기회가 온다면 위기가 될 수 있다.
-신영준 박사님 '폴라리스' 중에서
나의 스승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기회를 잡을 능력을 키우는데 오늘도 힘쓰겠다. 제대로! 꾸준히!
책
- 냉정한 이타주의자
- 원칙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폴라리스
- 마인드셋
메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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