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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대한필맨 Jan 31. 2020

22살로 돌아간다면...

지금처럼

지난 월요일에 가명: FCar(카_ 이 글에서 '카'로 부르겠다.)의 아이디로 인스타그램 DM(Direct Message)이 왔다.



내 글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줘서가 아니라(솔직히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나도 인간이다.), 성장 욕구가 높고 책을 통해 배움을 얻어간다는 모습에 대견해 보였다. 천안시청 동료 중에 카의 선배가 있어서 어떤 친구인지 물어봤다. 동료는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라고 알려줬다. 나는 배려 없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건만 천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성장욕구, 독서, 축구선수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진 사람이 내게 연락을 했으니 오지랖이 발동한다.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장문의 글로 질문을 던진 ‘카’


이미 자신의 성장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멋진 선수였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축구선수의 모습이다. 이성은 더 이상은 '안돼'를 외쳤건만 이미 감정에 휠 쓸린 나는 전화번호를 주면서 문자를 달라고 했다. 오후 훈련을 마치고 전화를 걸었다. 멘토링을 제안하기 위해서.


이미 3명의 멘티를 두고 있는 나로서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카에게 기회를 주자.' 카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였지만 내게 연락한 용기, 동료에 들은 카의 태도, 성장을 위한 도전 정신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현재 나는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진짜 시간은 금이다.)




-필맨 왈

"너 혹시 멘토링 받아볼래? 일단 잘 고민해봐. 성장은 쉽게 이뤄지는 게 아냐. 나는 너를 선수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멘토가 되어주는 거야. 그래서 힘들 수가 있어. 힘든 만큼 성장이 크겠지만 말이야."


-카 왈

"저는 형에게 연락할 때부터 각오가 되었습니다. 형이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멘티가 늘었다. 앞으로 카에게도 성심성의껏 그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밀어줘야겠다. 그전에 카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선수님이 지금 경험과 지식으로 제 나이 22살로 돌아간다면 또 TOP 축구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하다면 어떤 노력과 하루하루를 살아갈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나는 지금부터 멘티 카의 질문에 답해보려고 한다. 나의 답은 네 글자로 종결된다.


"지금처럼"


22살로 돌아가더라도 32살의 지금처럼 살아갈 거라고 답해본다. 솔직히 말하면 22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멘티의 질문이니 답변은 해줘야겠지 않겠는가. 이유도 간단하다. 지금의 나는 현재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자기 계발을 했던 목적은 성장을 위함이었다. 2년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많은 성장을 이뤘다. 많은 성장은 자기 계발을 시작하기 전의 나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를 비교한 것이다. 아직 세상에는 나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22살에도 지금처럼 자기 계발을 할 것이다.




축구선수가 왜 자기 계발을 합니까.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자기 계발은 독서, 글쓰기, 스피치다. 이 세 가지는 정신력과 신체능력에도 큰 도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할 수 있게 도왔다. 프로세계에서 정신력은 신체능력만큼 중요하다. 내가 정의한 정신력은 '어떤 자극에도 현재에 집중할  있는 능력'이다. 잘 나갈 때도 못 나갈 때도 변함없이 해야 할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아직 나는 정신력을 마스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평생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에 겁을 먹는 유일한 동물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귀신, 악마도 될 수 있지만 내가 말한 보이지 않는 것은 '미래' '타인의 시선'이다. 죽을 때까지 미래를 그려가고,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타인의 시선을 받을 텐데 어떻게 마스터를 할 수 있겠는가. 수도원 또는 절에 들어간다면 가능할 수 도... 아니 생각해보니 수도사, 스님들도 평생을 수련한다. 마스터는 없다. 평생 수련만 있을 뿐이다. 현재 나는 꾸준히 수련을 하면서 성장형 사고방식과 자신감을 갖추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단, 꾸준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독서, 글쓰기, 스피치는 강력한 정체성 바탕으로 강한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수련의 도구다.




22살의 나는 대학교 2학년이었다. 당시의 나는 의식적인 노력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주먹구구식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 노력했다는 만족감을 가졌다는 게 더 창피하다. 훈련양이 많고 강도가 높으면 된다는 쌍팔년도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술도 마시고, 밤늦게 까지 놀고, 매일 고칼로리 야식을 먹었다. 그랬으니 실력이 정체되었던 것이다. 현재 32살의 나는 축구인생 최고의 몸상태를 보이고 있다. 축구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확신할 수 있다. 훈련장에서 확실히 느끼는 중이다. 그래서 시즌이 기다려진다. 심지어 하루를 꾹꾹 눌러서 독서, 글쓰기, 커뮤니티 참여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신력과 마찬가지로 독서, 글쓰기, 스피치는 신체능력 강화와 유지를 도왔다. 수면, 스트레스 관리, 시간관리, 식사량, 식단, 멘털 리허설(이미지 트레이닝)을 매일 같이 하다 보니 저절로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게 되었다. 



나는 다른 방법은 아직 모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법이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고 최고의 정신력을 만든다고 믿고 있다. 온 세상이 복잡계이듯 축구계도 복잡계이다. 실력이 좋으면 좋은 팀에 들어갈 확률이 높고, 좋은 지도자와 좋은 선수가 많으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100퍼센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축구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면 모두 알겠지만 공은 둥글다. 22살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가장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 현재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다.


위의 답변은 카가 잘 이해해서 받아들이길 바란다. 나는 현재에 무엇을 해야 하고 집중할지 알고 있다. 나와 함께 앞으로 성장을 위한 여정을 떠날 카에게도 현재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고 그 무엇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우겠다. 


잘해보자. 카. 먼저 죽을 준비 해라.





- 메인사진

https://pixabay.com/users/johnhain-35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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