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놈은 성격이 만든다.
될 놈은 된다.
흔히 잘 나가는 사람에게 위의 문장을 사용한다.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변명인 동시에 위로를 얻기 위한 문장이지 않을까 싶다. 축구선수들 중에서도 탄탄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들에게 ‘될 놈’이라는 칭호를 준다. 어쩌면 될 놈은 칭찬과 동시에 부러움을 의미한 칭호가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평가를 할 때 운에 무게를 많이 둔다. 부모를 잘 만나서, 가정환경이 좋아서, 사람을 잘 만나서 등 외부의 요인에 비중을 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안 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한 될 놈의 의미는 운보다는 ‘실력’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운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무게 중심을 실력에 더 둔다는 의미다. 박지성, 기성용, 손흥민 선수가 국가대표가 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실력이라는 요소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다음 좋은 팀을 만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은 운의 작용이 필요하다. 메이저 대회에서 입상하여 군면제를 받은 것은 실력과 운의 결합된 결과다.
인간인 우리는 후자에 더 관심을 둔다. 앞서 말했듯이 될 놈에 대한 동경보다 부러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괜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력의 무게다.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는 이 실력을 만든 힘을 ‘성격’이라고 규정한다. 문제에 봉착되면 계속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대응하는 게 인간이 본성이다.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은 결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복된 실수를 수 없이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 번은 과음으로 술병을 앓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시즌 종류 후 팀 회식 다음날 술병으로 고생했다.) 과음 한 다음 날 몸 상태는 완전 최악이다. 물을 마셔도 술을 마시는 것 같고 속은 안 좋다. 머리도 어지럽고 몸에 알코올이 가득 차있는 기분이 들면서 술병만 쳐다봐도 구역질이 올라온다. 그러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이면 또 술잔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음날 떡실신이 된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는다.
우리는 상황에 따른 패턴이 있다. 이를 성격(character)이라고 한다. 성격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왔다. 무엇을 조각하거나 도장을 찍는 도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성격은 우리 안에 너무 깊숙이 배어있거나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우리를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무엇’이 된다.
자신도 모르게 자각하지 못하고 통제할 수도 없는 반응을 보인다. 이 성격이라는 개념은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는데 하나 위에 하나를 쌓는 형태여서 성격은 깊이를 갖는다.
태어남과 동시에 갖게 된 특성이다. 부모의 유전자를 갖고 태아 때부터 산모를 통해 세상의 자극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성격 특성이 만들어진다. 유아를 연구했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탐욕적이고 욕심 많은 아이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그런 성격적 특징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층 위에 형성되는 성격은 유년기와 양육자와 형성된 애착의 유형으로부터 정해진다. 태어나 처음 3,4년간 우리의 뇌는 특별히 더 말랑말랑한 상태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훨씬 더 강렬하며 이후에 만들어질 그 어떤 기억보다 깊은 기억의 흔적을 만들어 놓는다. 인생에서 이 시기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타인의 영향에 민감하고, 이때에 받은 영향은 깊은 각인을 남긴다.
두 번째 층 위에 형성되는 성격은 나이가 들면서 경험이나 습관을 통해 형성된 층이다. 앞에 두 층을 바탕으로 우리는 특정한 전략에 의존해서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즐거움을 찾고 사람들을 상대하게 된다. 그런 전략이 청년기에는 습관으로 굳어진다.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상 결함을 인식하는 아동기 후반 및 청소년기에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상 결함을 덮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모습이다. 가짜 모습은 압박감을 받는 중요한 선택에서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진짜 성격이 판단을 내린다.
부모의 유전자부터 시작하여 태아, 영아, 청소년기에 쌓인 경험들이 무의식적으로 통제에 벗어난 판단을 이끌어 낸다. 될 놈은 그 판단이 목표에 도움이 되도록 세팅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될 놈 세팅인 안된 사람들은 늘 실수를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1만 시간의 법칙의 재발견]의 저자 안데르슨 에릭슨은 의식적 노력이 쌓이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 습관은 실력을 쌓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새로운 습관을 쌓기 위해서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의식적 노력은 성장형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환경설정을 통해 습관이 형성될 수밖에 없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으로 자신의 모습을 갈고닦아야 한다.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독자에게 두 가지 문제를 던진다.
스스로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성장하기는 힘들다. 수험생들이 오답노트를 만드는 이유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모르는 것을 알아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강점을 알아야 강화시키고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왜 자신이 반복된 실수를 하는지, 왜 자신이 현재 위치에 서있는지 말이다.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성격을 분석하여 반복된 실수를 멈출 방법을 고안하자.
나를 알았으면 이제 남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세상은 곧 사회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을 잘 알아야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 상대의 반복된 패턴과 대화를 통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우리는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
건강과 컨디션을 위해 금주를 선언했다면 술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 술 약속을 잡지 않고, 집에 술을 두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자 같은 경우에는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를 찾아가 피드백을 받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은 나의 날것을 들여다보도록 도우고 있다. 날 것을 볼 수 있는 방법,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도운다. 나를 더 냉철하고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방향과 정체성을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자.
될 놈이 이라는 칭호는 내가 만들 수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