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May 19. 2016

쑥에도 손님이 오신다네

      보성  사투리  



쑥에도 ‘손님’이 오신단다. 

사진에 보다시피 이렇게 하얀 모습으로

처음엔 이렇게 하얗다가 나중엔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 손님은 아마도 병이거나 곰팡이거나.... 

예전에 문둥병도 손님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쑥이 몸에 좋다한들 이 손님이 오시면 못 먹는다고, 


아부지 심어놓으신 헛개나무 아래 무성하게 쑥이 돋아서 온통 쑥밭이다.

쑥을 캔 것도, 뜯는 것도 아닌,꺽으면서^^* 보니

그늘에서 자란 쑥일수록 부드럽고 연하다.

헛개나무 아래 햇살 잘 드는 곳에서는 통통하면서 강인하게 자라고

그늘진 곳에서는 곱지만 껑충하게 자라나는, 

식물도 사람과 별다름이 없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모임에서 쑥을 캐러 가자고 해서

저쪽 묵은 도시 쪽 냇가로 나갔다. 

풀 사이에서 자란 쑥들은 컸는데 

모래밭에서 저 혼자 애를 쓰며 자라난 쑥들은

키도 작고 질겨 보였다. 

태생의 문제이니, 선택할 자유는 없지만.....


자연을 살피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MBTI 검사 비슷한 일일수도 있다.. 

기본 성향을 알면 이해하기 쉽고 너그러워질 수 있으므로,


쑥은 세게 곳곳에서 자라난다고 한다. 

대개의 나라 쑥들이 독성이 강해서 사람에게 해로우나

우리나라 쑥은 사람에게 더없이 좋다고 한다. 

중국에는 오래 전부터 봉래(蓬萊)는 삼신산(三神山)에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不老草)라는 말이 전해온다고 한다. 

봉래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쑥을 가리키고 

삼신산은 우리나라의 백두산, 지리산, 한라산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불로초는 바로 우리나라 땅에서 자라는 쑥이라는 뜻이다.

칠년 묵은 병에 삼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데 오월 단오 무렵 전의 쑥은 약하고 

단오가 지난후의 쑥은 독성이 생긴다고 한다.

 

그나저나 저 곰팡이를 왜 ‘손님’이라는 존칭어로 부른 것일까,

쑥을 캐면서 생각해보니

쑥 이제 그만 드시지!

때를 알려주는, 거부할수 없는, 그러나 썩 반갑지는 않는,  

그리하여 손님이라는 존칭을 부여하고



*~

새벽에배를 다녀온 아짐은 그 이른 시간에 엄마 좋아하신다고 

율포 바다에서 잡아온 살아 움직이는 게와 반지락을 사오셨다. 

나보다 더 음식 솜씨가 좋은 언니는 아침을 하고

아짐은 소 밥 주고.....

아짐 말로는 소들이 아짐 발자국 소리를 안다고 한다. 

아짐 발자국이 들리면 엄마~~~~ 한다니, 

설마~~~ 하시겠지만 진실이다.

소 막하고 한참 떨어진 방에서도 아짐 말소리가 들리면 

소가 엄마~~~ 음마 한다. 

아짐:

저것들이 짚을 째깐 줬다고 더 주라고 저랑마.... 


한겨울 새복(벽) 네 시면 아주 깜깜한데도 장이 선다고 하니

초하야 말해 무삼하리.

인절미 할 찹쌀을 팔(사)고 들깨를 사면서 엄마는 여러번 말씀하신다. 

‘쌀팔다’와 ‘쌀사다’는 같은 말이다. 

 결국 상황에 따라 쌀파는 사람이 ‘손님’일 수도, ‘주인’일 수도 있다는것,

혹시 곡식이라는....생명을 이어가는 생존물에 대한 합당한 예우같은것일까?

사고파는 입장이 동격이라는....존엄한 쌀 앞에서 존엄한 사람이 되는, 


보성장은 아직도 킬로그램이 아니라 되다. 

고봉과 께끼, 

엄마:

어야, 좀 쑤뚝쑤둑 올리란 말시,

장사:

아따 아짐 많이 올려부렀단 말이요.


전라도에서 통용되는 아짐처럼 크고 편한 단어 또 어디 있을까?

형수님도 아짐이고외숙모도 아짐이다. 동네 아주머니도 아짐이고

친한 여자들 끼리도 서로간에 아짐은 통용된다.

높은사람에게도 서열 낮은 사람에게도 그냥 아짐이다. 

장사꾼이 사는 사람에게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에게 서로 아짐이 된다.

보성 오일장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단어중의 하나가 바로 이 아짐일것이다.

아따 아짐 이리 와서 이것잠 사부란 말이요.

아짐것이 더 비싸네, 나 저 짝 아짐한테 살라네^^*

아따 아짐 왜 그라고 오랜만에 보이시오? 차는 으따 둬부렀소?(전동차 이야기다)


튀밥도 튀었다. 형부가 좋아한다면서 먼저 쌀을 팔아다 놓았는데 

가만 생각하니 

나도 현미 찹쌀 좀 튀어봐야지,

현미 찹쌀 사다놓고 보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아야, 겉보리 사다가 보리차도 맹글어라, 

그래 겉보리 사다가 포개놓으니

튀밥집 아저씨 소리를 지른다.

: 아 그라고 자꼬 갇다 놓믄 다른 사람들은 으짜거시오. 차례대로 해사제,

고모가 말씀하신다

:아니 아저씨 무조건 새치기도 아니고

우리 차례에 갇다 논 것을 그라고 애기들 나무란것처럼 나무라시오?

튀밥아저씨

:아니 첨부터 갇다 놔야제, 또 갇다 농께 안그라요.

고모

:아따 징하게 정직하시요, 잉, 

겁나 바른 분처럼 보이나 내 생각엔 자신 삶의 짜증을 아무에게나 부리는 듯도 싶었다.

신경질이 가득한 얼굴이라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무서워서 눈치보며 겨우 사진 한 장 찍었다.

그 사이 엄마는 병어를 사시고

고모는 갑오징어를 드시고 싶다며 사신다. 

파리채도 샀고 

검정고무줄도 샀다. 

검정고무줄 사려고 해도 아무데나 없다. '

묶을것 있을때

특히 밀가루랄지 스프 남은것, 가루조금 남았을때

검정고무줄로 묶으면 참 힘이 세다. 

물론 디게 촌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제

그 촌스러움이 자랑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번화한 장터 앞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장터 사이사이에는 이렇게 사람 다니지 않는 골목길도 제법 있다.         

사람만 숨을쉬는것 아니다.    

건물도 숨을 쉬어야 한다.          

아침 장을 그렇게 길게 보고 나서도 채 아홉시가 되질 않았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겠지만    

게는 정말 살아 숨쉬는 것이 맛이 좋다.    

게찜에 먹는 아침맛,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보성이 주는 맛이다.   


  



작가의 이전글 볼음도의 은행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