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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23. 2016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

 세상과의 단절을 꿈꾸던  

가끔 가다 굵어지고 싶다. 

아주 아주 굵직해지고 싶다.

그 왜 눈 엄청나게 내린 날, 

눈사람 만들기 위해 눈을 굴리면 

함박 내린 눈이 잘도 뭉쳐져 굴릴수록 점점 커져 아주아주 커다랗고 높아진다. 

윗몸을 올리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는 눈사람처럼

그렇게 생각이 굵직해지고 싶다. 

벗은 양말 같은, 

쳐다보지 않는 게 더 좋은 삶의 디테일한 것들

(이 문장은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희곡속에서  나오는 문장인데 마음에 아주 든다. 

두세 번 정도 사용했는데도 여전히 신선하다. 

쳐다보지 않는 게 더 좋은 삶의 디테일한 것들은 정말 얼마나 많으며 

그것들을 바라볼 때 삶은 어쩔 수 없이 폭폭해지고 

벗은 양말 벗은 속옷 없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그러므로 적어도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을 올라서서는 

그런 디테일한 것들, 

가령, 물은 어디서 나며, 

이 수도원을 지을 때 수많은 물자들은 어떻게 날랐으며

화장실 배설물은 어떻게 처리하며......

이런 것들은 다 잊어버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

하늘 가까이 올라 

메테오라라는 말이 바로 하늘 바로 아래라는 뜻이므로

아주 커다란 것, 

하늘이랄지 수도랄지, 신앙이랄지, 바람이랄지, 

하다못해 저 거대한 사암이랄지

아주 먼데 비치는 만년설이 덮힌 ....산이랄지.

삶과 죽음이랄지 

이렇게 굵은 것만 생각해서

나도 더불어 좀 굵어지고 싶었다. 




누군들 인생길 

자박자박 걷고 싶겠는가?

나도 저벅저벅 성큼 성큼 걷고 싶다. 

그렇게 아주 잘 걸어서 멀리 아득하게 떠나고 싶다.

사소한 것들 거침없이 버리고 

긁고 시원스럽게 훨훨 살아가고

혹은 날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길에 가장 기대를 걸었던 곳은 그리스 메테오라였다. 

메테오라가 설핏 보이는 동네 호텔에서 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오르는 곳에서 부터 버스 안에서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굵고 거칠고 커다란 무시무시한 돌들 

정말 단어 그대로 기암괴석 그 자체로 보이는 

우뚝거리는 돌, 

마치 돌의 신이 있으면 저러하리...싶은 형상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했다. 

산속의 돌이 아니라 

산은 그냥 돌의 아주 엷은 이불처럼 보였다. 

그것도 발 아래 자락만 조그맣게 덮고 있는, 

주변은 석회암 저지대였고 

바위는 그 저지대에서 융기해 솟아나 있었다.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땅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있다면

바로 저렇지 않을까.... 

혹시 거인 네피림의 세상이 이렇지 않을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태고의 세상,

크고 높은 것의 위대함을 알게 해 주는,

거대함 그 자체만으로도 경외하게 하는,

일순간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정기를 뿜어냈다.  

그런 까마득한 돌 위에 그리스 정교회의 수도원이 있었다. 

한 군데도 아니고 여섯 군데나......

수도원아래 자리 잡은 칼람바키와 카스트라키마을 들은 수도사들을 지원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라고 했다. 

수도원은 돌아가면서 한군데만 개방한다고,. 

그래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제 많은 수도사들은 이곳을 떠나 

아소스 섬으로 떠나 버렸다고....  



그중의 하나 수도원을 방문해서 꽤나 긴 길을 하늘을 향해 올랐는데

오르고 보니 그 까마득하게 보였던 곳도 평지와 별 다름이 없었다. 

깊은 적막 속에서 침묵과 찬양과 기도가 주인이었던 수도원은

찬양대신 경탄하고 

기도하는 대신 만지고 

침묵대신 수선스러운 발걸음을

내딛는 나그네들의 집합소가 되어 있었다. 

그 틈에도 경건한 참배객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사진속의 성인들 옷자락에 기도하며 키스하는 모습조차 

구경하는 우리였다.  

그리스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계절이 이른 듯 해보였다. 

그 높은 곳에서 감나무 한 그루가 연두잎을 가득 달고 있었다.

귀릉나무 연두 못지않게 감나무 새순의 연두 황홀하다. 

나는 그 감나무 아래 아니 바로 아래는 아니고 조금 곁에 있는 벤치위에 앉아서

감나무 새순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꽃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성큼거리는 생각만을하자 다짐했으면서도

감나무 아래 않아서 나는 매우 한심하게도

그래 이 흙도 저 아래 땅에서 가져왔겠지,

얼마나 많은 도르래가 이 흙을 퍼날랐을까.....

이런 사소한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아마도 세상과의 단절을 꿈꾸는 어느 사람으로부터 수도원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득한 엣날, 

어느 한사람 이 돌의 세상을 오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모험심이 가득 찬 남자였을까,

아니면 너무 고독해서 신을 대면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사람이었을까.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도 특별히 순도 높은 외로움에 젖어

그저 위를 바라보던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그는 그 외로움을 이기려고 

어느 날 사람의 세상이 아닌듯한 이곳을 오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그 맨 첫 사람은 손이 발이 되어 올랐겠지..

짐승처럼 거칠게 숨을 쉬어야 했을 것이다. 

불안하고 고독해서 후회하는 마음 왜 들지 않았으리,

자신의 마음 다잡노라 더 깊게 고독했을 것이다. . 

그러나 이윽고

그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

환희의 정점 아니었을까, 

그곳은 그가 이제 까지 봐오던 세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마도 혼자 큰소리로 울었을지도 모른다.

신께서는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곳이니 그의 울음소리를 들으셨을 것이다.

그래서 응답하셨을것이다.

그토록이나 찾아 헤매던 신의 소리을 들었겠지.

그에게 내재되어 있던 다름사람들보다 더 특별한 

깊은 감성. 

그리고 그의 순수한 신앙심이 함께 고조되며

그를 저 아래 땅에서는 도무지 맛볼 수 없었던 조화로운 평화의 세계로 

그를 이끌었겠지. 

그리고 그는 그가 가장 사랑하던 이에게 이 사실을 알렸겠지.

아브라함이 롯을 데리고 떠난 것처럼 

그는 다시 극히 소수의 사람들과 이곳을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굴을 파고...... 

메테오라에 올라서도 

나는 여전히 콩만한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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