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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항산맥

구련산

by 위영




그랜드 캐니언을 처음 갈 때 펼쳐지던 끝없는 사막

모하비를 잊을 수 없다.

모래로 되어 있어야만 사막이 아니고,

황무한 곳도 사막이라는 생경한 깨달음 뒤에

다가오는 무수한 생각들,

십 년이 흘러도 그 마마 하고 이십 년이 흘러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나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게 땅에 붙어있던 나무 난쟁이들... 은

한결같음에 대한 웅변이었고

변함없음이 주는 강렬함이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단조로운 풍경들

사막은 일종의 정지이고 멈춤이었다.

그러나,

생명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던 풍경은

그래서,

생의 한 자락을 선명하게 했던가.

그러면서,

내 안 어딘가.....

답 없는 질문으로 가득 찬 곳에 슬며시 들이차더니.

생이 지루할 때 들여다 볼만한 풍경이 되었다.


태항산 가는 길에

모하비의 데쟈부를 보는 것 같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청도에서 내려 버스투어를 하기 시작했다.

서쪽으로... 끝없이...

산동성에서 산서 성을 지나 허베이 성 허난 성....

그 사이를 이어지는

한도 없는 밀밭들,

그 사이를 가끔 비집고 들어서있는 백양나무 종류인 방풍림들,

거기 어디쯤서 내려 잠을 자고

다시 그다음 날 오전 시간 내내 버스를 타고나서야

태항산맥 한 귀퉁이를 알현할 수 있었다.


절경 앞에 서야만 여행이 아니다.

떠남 자체가 여행이요.

지루함도 여행이다.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하는 것도 여행이다.

풍경과 나만을 고집하지만

그 사이를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서는 것도 여행이다.

무엇보다 내가 작아지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은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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