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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Feb 03. 2017

태항산맥

천계산






유무의 존재가 

혹은 그 차이가 사라지는 시대다.

가령 지극히 고요한 곳... 아주 깊은 동굴 속.... 에서 

‘그곳은 너무 고요해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라고 적는다면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히 맞는 문장은 아니다. 

굳이 과학 쪽으로 까지 가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한계치 데시벨 운운을 하지 않더라도

소리 속에는 분명 유와 무가 혼재해있다.

소리(음악)의 유무를 

즉 그 간극을 영리한 존 케이지가 작곡했다. 

이름하여 <4분 33초>

오케스트라가 자리를 잡고 있고 

지휘자가 청중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다. 

그리고 연주는 시작되지만.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는 정지상태다.

즉 아무도 연주하지 않는 연주회다..

미세한 소음이 음악이 되었을까?

울리지 않는 첼로를 보며 첼로 소리를 생각해냈을까?.

바이올린을 보며..

가장 아름답게 들였던 바이올린 연주를 사람마다 기억할 것이다. 

비올라....

그렇다.

누군가의 기침이 음악이 되었을까?

옷깃 스치는 소리? 

옆 사람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호흡이 들려오며 

그 호흡의 고 저음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소리 없는 음악회에서

연주되지 않는 음악회에서 

청중들은 무수한 자기만의 연주를 듣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연주되지 않는 음악이라

더욱 

수많은 음악이 

연주되고 

기억되고 

창출되지 않았을까? 

4분 33초가 흐르고 

연주는 끝났다. 

마에스트로는 연주자들을 일으켜 세운다. 

청중은 박수를 친다. 

어쩌면 이전까지 도무지 생각하거나 연주할 수 없었던 

아주 기이한 음악이 연주된 것이다.  


천계산 입구 

무수히 구불거리는 길을 차를 타고 올랐다. 

그리고 다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다는 

노야정 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형식적으로라도 발밑에 무슨 그물이라도 있으려나 해서 슬쩍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도 살아서...ㅎ

공중 바구니(가이드가 케이블카를 바구니라고 했는데 맘에 들었다)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시 가파른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랐다.

노자가 40여 년을 살았던 곳 노야정이라 했다.  

우리나라 절은 단정하고 참한데

아이고 도교인지 불교인지가 마구 섞여있는

중국 절은 어디나 

정갈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노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노자가 있다면 

마치 존 케이지의 음악처럼

노자를 생각하는 내 안에 

노자가 있었다. 

만약에 노자가 살았더라면

저기 저산들을 나처럼 바라봤으리.....

거대한 산들을 기암괴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산 중턱에 난 길 운봉 화랑.... 

운봉 화랑은 갤러리식의 풍경대로서 

해발 1570M 노야정 아래 산허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 산허리를 완전히 한 바퀴 도는 것이다. 

근데 그 길이 정말 시종일관 아슬아슬했다.

산허리라고 했지만 다른 한편은  온통 천 길 낭떠러지였다.

오픈카를 타고 덜컹거리며 타고 가다가 

아름다운 풍경구에서 멈춰 구경을 한다.

봉우리 사이에

절벽 위에 

구름이 덮이곤 해서 운봉 화랑이라고...

그리고 그중 노자가 세상을 떠나려고 떨어져 내린 곳도 있었다.

그 순간 구름과 용들이 그를 떠받아 

하늘로 승천했다는 곳,

천 길 절벽과 기암괴석 그리고 그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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