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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pr 17. 2019

가족의 탄생

2006년 김태용 감독


이제야 봤다. 무려 13년 전의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 딱 한 부분이 클리셰 했다. 

사랑이 헤픈 엄마가 남겨두고 간 가방 속에 든 선경의 물건들,

어릴 때 신었던 신발들 옷과 장난감들...

그것을 모아서 다시 선경에게 전해준 것이 ‘깊은사랑’이어서 선경은 통곡을 하는데..


가령 나는 창고형 매장엘 가면  가슴이 답답하다.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사야할 물건으로 보이지 않고 

거대한 쓰레기로 보인다는 것,

저 물건들이 어느 집으로 들어가면 

다시 또 저마마한 쓰레기가 나오겠지.

몸을 위해서 사용하는 수많은 세제들은 어떤가

그 어마어마한 걸죽한 액체들이 

물과 함께 거품이 되어 한강으로 스며들어갈 생각을 하면.... 

수년 전부터 물건 하나 사면 하나 내보내기...를 철칙으로 삼고 있는데도

여전히 먼지처럼 조용히 물건들은 몸집을 키워간다. 

무슨 이야기냐면 필요치 않는 물건들을 잘 버리는 것이 

미니멀한 삶을 사는 첫째 조건이라서 

적어도 잘 버리는 축에 속하는 나는 

딸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서 통곡을 이끌어 낼 것이 없다는  말, 

그래서 어릴 때 사용하던 물건들을 모아서 

가방 속에 남겨둔 것이 사랑이라고 방점을 콕 찍는 - 

이토록  신선한 영화를 만든 감독의 

문장치고는 매우 클리세하더라는 것,  


그것 하나만 빼고는 매우 아삭거리는 영화였다. 

 2006년 작으로 무려 13년 전의 영화인데 

작품 속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갓 딴 오이 막 베어 물 때처럼,  

   

사랑하는 오뉘가 있다. 

동생이 아주 오랜만에 귀향을 하면서 

그 뒤에 무려 20살이나 많이 먹은 여자를 데리고 나타난다.  그도 놀라웠지만 

영화 속에서 누나가 한 번도 몇 살이냐고 나이를 묻지 않는 것이 나는 더 맘에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무신’이가 몇 살일까를 계속 생각하는 나는 얼마나 꼰대인가.... 

그런 생략의 묘미가 영화 속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독자를 존중하는 화법이다. 

만원을 빌려들고 백까지 세면 아이스크림 사올게....

하며 나간 동생은 그길로 다시 사라진다. 

그 사라짐에 대한 어떤 표현도 없다가 

무신이와 누나가 이별하며 서로에게  말한다. 

‘연락 오면  연락 줘요’.

그 문장사이로 많은 것들이 흘러지나갔다. 

시간도 가출도 그리고 변한 그 둘의 사이도 

그 둘의 관계가 영화 마지막에 또 기막힌 모습으로 반전 변환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지나치게 침묵 없이 살아가는게 아닌가,

행간이 없으며 생략도 없고

그래서 신다 벗은 양말처럼(나는 이 문장을 가끔 즐기는데 어디 연극에서 얻어온 문장이다)

우리의 삶은 누추하다.    

  

무신의 전남편의 아내가 낳은 딸

그러니 미라와 무신과는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채현은 무신과 미라의 딸이다. 

남자친구가 외로움을 느낄 만큼 혹은 사랑하는가를 의심할 만큼 타자들에게 열려있는 캐릭터.

경석이 그런 체현에게 말한다. 

넌 너무 헤퍼, 

나중에 채현이 경석에게 묻는다. 

헤픈 게 나쁜 거야?

그 질문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우리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채현처럼 하지 못하는데 아니 할 수 없는데  

그렇게 하는 열린 채현이를  우리는 손쉽게 어리석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니 도리어 누가 어리석은 건가, 

(그러나 이 강팍한 현실에서 채현과 같은 아이는 

혹시 자연스러운 환대가 아닌 

눈치 속에서 자라난 환대의 시간이 빚어낸 

지나친 타자에 대한 인식 의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들긴 했다).   

     

거기다가 아름다운 장면이 자주 나왔다.

 그 하나는 

선경이가 일본인들을 위한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 렌즈 속에 엄마, 아주 어여쁜 엄마의 모습이 포착된다. 

팬포커스에서 흐릿하게 한번 잡히다가 아웃포커스에서  한번...

소견이 좁다는 전제아래

단언컨대 죽음에 대한 소식으로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아름답고 슬픈 이별의 손흔듬은 절묘해서 향기로웠다.ㅡ    


아이가 꽃밭에서 논다. 

빙빙 돌며 논다. 

빙빙 돌면서  아이는 자라난다.

꽃 속에서 꽃과 함께 돌며 

아이는 자라는데 어른들은 속절없어 진다. 

시간에 대한 표현으로 또 좋았다.     


마지막 시퀀스

마치 비디오 아트처럼 무수히 움직이며 흘러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비추며 

그 사람들  속에서 주인공들이  서있거나 걷거나 기다리거나 생각에 잠기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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