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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08. 2020

제주 하루


제주엘 가면 이제 많이 움직이지 않아요. 숙소에서 가까운 곳만 살짝살짝 다니죠. 

지난번에도 애월 쪽에 자리를 잡고 서쪽을 벗어나지 않았어요. 

자그마한 오름을 가다보면 가는 길이 내내 너무나 멋진 여행이예요. 

사람 없죠. 숲은 아무도 없으니 그저 내거죠. 그 숲이 그윽하기라도 해봐요. 

사실 숲은 거의 모두 그윽해서 문제죠. 

차 없는 길에 들어서면 아예 깜박이를 켜고 가요. 

뒤에서 차가 오면 살짝 옆으로 벗어나며 먼저 보내요. 

가다가 길이 예쁘면 그리 바로 핸들을 꺾어요.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동네를 기웃거려요. 그러다가 멋진 풍경을 만나기 십상이죠. 

사람의 발길이 적은 곳일수록 풍경은 더욱 아름다워지니까, 

더 이상 뭘 더 바라겠어요.

중산간 지역에 들어서면 거의 어디나 사람이 없어요.

제주를 찾는다는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딜 간 건지 궁금하기도 해요. ㅎㅎ 

가령 일몰이 어여쁘다는 군산 오름을 가는데 길이 온통 정원이에요. 

당오름은 거북이 등만큼 올라갔는데 차귀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 있던지.... 

관광지는 무조건 생략하고 유명한 숲도 가지 않아요. 

이번엔 동쪽에 숙소를 잡았더니 비자림이 자꾸 보여서 세 번째도 좋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견물생심으로 가봤더니 

에그머니, 주차할 곳이 없는 거예요. 

먼지 털듯이 도망쳐 나왔죠,. 

유명한 오름보다는 이름 없는 오름이 훨 더 좋아요. 

단지 이번에는 오름을 많이 걸을 수 없는 것이 같이 산 냥반이 다리를 조금 다쳐서 조심해야 해서 

신나게 걸을 수 없었어요. 

그래도 몇 군데 오름을 찾아가요.

왜냐면 오르지 않더라도 가는 길이 거의 다 좋으니까, 

좁고 협착해서 한쪽으로 비키기도 혹은 비켜주는 길을 가기도 하지만

어디서 차끼리 그런 친절을 베풀고 베품을 받아보겠어요.

첫날 아침 몸국으로 아침을 먹었어요. 

여전히 소박하니 괜찮더군요.

비싼 음식을 먹으면 더 좋겠지만 그냥 우리 부부는 진짜 알뜰한 여행을 해요.

그니까 사박 오일 동안 겨우 다섯 끼 매식을 했으니

아마 제주도 사람들이 알면 오지마! 라고 할지도 몰라요. ㅎㅎ

숙소도 리조트  원룸에 차도 제일 적은 차...빌리는 값도 싸죠. 기름도 적게 먹죠. 주차하기 편하죠. 

뒤에 사람 없으니 의자를 뒤로 밀면 겁나 넓어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신포도 연상을 하시던데

제가 실제 가난하기도 하지만 은근 생태론자이기도 해서 진심 그런 소소한 것들이 좋고 편해요.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사람들 시선에서 조금씩 자유로워 지는 것도 있어요.

전에 팔십 넘으신 우리 이모가 그러시더라구요.

아야, 늙은 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녀야, 내가 늙으니까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어야. 

그니까 나 혼자 맘대로 다니다가 찬송하고 싶으면 찬송하고....뭘 해도 사람들이 나를 안 쳐다 보더라. 

얼마나 자유로운지....

근데 요즈음 보니까 정말 젊은 애들이 나를 안바라보더군요.

 나는 저들을 아주 열심히 바라보는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나처럼 나이먹은 사람들이에요.

                                   4,5년전에보았던 와흘리 본향단 팽나무


예수 믿는 사람이라  제사지내는 본향단 이런것 안좋아하는데

그래도 선흘리 본향단의 팽나무는 내 좋아하는 나무라 또 참으로  괴이하야 

다시 보고 싶어서 가봤더니 

세상에 이전 모습은 간데 없더군요. 벼락을 맞았대요. 유홍종의 제주 이야기에 나와서 친구들하고 왔을 때 본 것이 마지막 이었어요. 


선흘리 대흘리를  기웃거리다가 숙소와 가까운 두모악 갤러리로  갔어요. 

이제 막 솟기 시작하는 감나무 새순 그 연둣빛........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

김영갑 선생이 오름 사진을 찍을 때와는 오름이 이제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숲이 우거져서

그래도 그분 오름 사진은 정말 볼만 하죠. 

너무 자연스러워서 촌스러워 보이는 솟대들도.....

그보다는 하여간 정원이 좋았어요. 

감나무....그 아래 진저리칠정도로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지던 줄사철 나무들....

그들이 너무 씩씩해서 마치 군인처럼 보였어요. 

감나무 아래에 무연히 앉아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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