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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08. 2020

제주 이틀





제주도는 유채 대신 무꽃이 천지였다. 무꽃이 더 이쁘네...하고 다녔는데 궁새오름에 오르니 이 풍경이 펼쳐졌다.

                      청미래덩굴 꽃....꽃보기가 어렵다.


궁새오름은 제주 자연생태공원부터 시작이다. 

생태라는 글자가 붙은 곳은 거의 다 좋다. 특별하지 않지만 적어도 인위적이지 않아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자연이 귀한 시절에 살고 있으니,.... 

소박한곳일수록 좋다. 소박은 자연스러움과 근수가 거의 비슷하리, 

정성들여 가꿔진 정원도 아름다우나 나는 그냥 민둥산 같은 잡초들 막 솟아나는 그런 들판이 더 좋다.

아무래도 보성 촌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파주 출판도시 끄트머리에 있는 명필름 아트에 가면 한쪽 면으로 나대지가 좀 있다. 

그곳에 잡풀이 솟아나고 여름에는 하얀 개망초 밭이 펼쳐진다. 

그 자연스러운 들판이 명필름아트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적어도 내게는, 

근데 이젠 그런 자리들에도 집이 들어선다.

굳이 대단한 환경쟁이가 아닐지라도 땅도 존재를 지니고 있다면ㅡ 실제 땅은 존재한다ㅡ

그 땅도 사람처럼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호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백과 쉴 곳과 우리에게 푸나무가 필요하듯이 땅에게도 푸나무가 필요하다. 

그곳이 땅의 숨터일 것이므로. 

도시 땅은 날마다 죽지 못해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여성부에서 지원하는 생태 강의를 매주 목 날 11월까지 들을 생각인데 

사실 즐겁고 흥미롭지만 틀림없이 그것들은 가시를 지니게 할 것이다. 

모든 앎은 그 안에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으니까,

강의를 들을 때 아아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 일회용 플라스틱 잔이 부끄러워서 참 마음이 불편했다. 

일산을 일산으로 만든 산이 고봉산인데 내 나이 사십대 때 나는 화정에 살면서도 

고봉산 이야기를 가끔 기사로만 읽었다.

무려 칠 년여를 안곡습지라는 자연 습지와 야트막한 산을 보존하기 위하여 투쟁한 아름다운 사람들,

고양시가 주택공사에게 땅을 팔았고 주택공사는 다른 건설사에 또 하청을 주었다.

그 건설사는 어깨회사에 또 하청

반대를 해도 포크레인이 밀어내고 나무는 베어졌다. 


그 와중에 사백년 된 목련나무가 베어졌다. 

어른 한사람의 팔로는 어림없는....

얼마나 많은 꽃이 피었을까, 그리고 그대로 두었다면 얼마나 많은 꽃이 해마다 피어났을까, 

사람들에게 얼마나 그윽한 기쁨을 선사했을까, 

자료속 화면 목련나무 때문에 눈물이 살짝 돌았다. 주책이다. 

그 목련나무를 장사하고 다시 솟대를 만들어 안곡습지에 세웠다. 

주택공사를 상대로 이긴 유일한 사건이라고 한다. 

이십여년 전에 400억 가량의 주택공사 이익을 와해시킨, 

작은 동산 줄기에 이어진 아주 작은 습지.....

돈으로만 세상을 보는 시선속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 안에는 숨어있다. 

그들의 투쟁이 아름다웠고 함께는커녕 잘 알지도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세상에 부끄러운 일이 어디 한둘이야,

모든 사람이 슈바이처는 될수 없으므로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빚진 자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정말로 선연했다. 


생태공원에는 예측대로 우리 밖에 없었다.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끼고 노루의 먹이로 사철나무 몇 가지를 받았다. 

세상에 내 생전 처음으로 독수리를 그렇게 가까이서 봤다.

작년 겨울엔가 문산 들판에 독수리가 온다고 해서 아침 식사....냉동 닭 비용을 지불하고 

먹이 준 사람을 따라 들판에 나갔다. 

아주 멀리 독수리 부대가 앉아있었다. 

이미 알고 있음에도 전혀 알지 못한 듯이 딴청을 부리고 우리에게 등만 보이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그 위용이 대단했지만 가까이서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생태공원 안에 독수리가 있었다. 당연히 넓은 터를 집으로 하고 있었다. 

독수리는 적어도 새는 아니었다. 새라면 그렇게 클 수가 없다.

대머리 禿을 털이 작아서 사용한다고 해서 머리주변에 털이 날개깃보다 작아서 그런가...생각했는데


독수리가 고개를 살짝 움직이는데 세상에, 목에 털이 하나도 없었다. 

털뽑힌 닭의 목처럼 .... 독수리는 사냥을 하지 않고 사체를 먹는다. 

청결하기 위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그렇게 진화 되었을 거라고? 그렇게 창조된 것이다.

다친 독수리를 치료했지만 영구장애로 날수가 없어서 그렇게 생태 공원 안에서 살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도 생각보다 엄청 컸다. 귀의 깃이 길어서 매력적이었다.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는 종류나 다쳐서 독수리처럼 영구장애로 날수 없어서 거기서 살고 있었다. 

너무나 강렬한 스토리를 지닌 독수리와 수리부엉이.....

아무도 없는 궁새오름을 천천히 올라 전망대에 서니 제주를 다 품은 것 같았다.  






수산리에 있는 큰못.....수산한못을 찾아갔다.

그 못에는 도화가 없었어도 도화원기......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았다.


아름다우니 마음이 매우 감상적이 되어 급 울해졌다.

모든 아름다운것들에는 슬픔이 고여 있는 법이여,

가느다란 잠자리들이 그 못 위에서 노닐며 짝짓기를 하고 있었는데

철인가....거의 모든 잠자리들이 짝을 짓고 있었다.

 

식산오름을 찾지 못해서 해맸다.

차가 작아선지 농로도 갈수 있었다. 여기저기 헤맸으나 오름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럼 섭지코지나...방향을 바꿔 가다가 결국 오름 길을 발견했다.

숲오름이란 명칭이 딱 맞았다. 숲이 그득했다.

그리고 성산일출봉의 전혀 다른 모습이 보였다.

아 못찾고 그냥 가버렸으면 어땠을까......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잘살겠지만.......찾아서 기뻤다. 즐거웠다. 삶이 그득해졌다.




식산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서 보이던 성산일출봉

식산오름 주변의 황근나무. 멸종 위기 식물. 

노랗게 피어나면 얼마나 어여쁠까, 염생식물. 우리나라 유일한 자생지란다.

유일한이 붙으면  무조건 알현이지. 고개를 숙이시오 그대! ㅎㅎ

수년전에 제주 김창렬 미술관에서 찍은 황근나무꽃

         바위 위에서 자라나 암대극이라고 한다. 봄이면 나타나는  제주 해변가 돌의 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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