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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Sep 03. 2020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

태풍전야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 답답해서 차를 몰고 나갔다.>

이 글은 어제 내 행위에 대한 글인데 사실 나는 매우 못마땅하다.

그것은 결국 내 행위를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 

왜 답답한가, 

세상에는 온통 읽어야 할 것들 봐야 할 것들 써야 할 것들 생각해야 할 것들로 차고 넘치는데

답답하다니, 

소비나 낭비에 내 시선이 머문다는 이야기도 된다.

차도 그렇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드라이브라니.....일하러 가는것도 아닌 드라이브라니,

이젠 우리나라가 부자가 되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넘 가난한 느낌과 촌스러운 느낌까지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돈이야기가 아니라 지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에어컨도 자주 끈다. 

특히 혼자 있을 때, 견딜 만하면 견디자. 가 겨우 내가 하는 지구 사랑이다.

물도 정말 아껴 쓴다.

그렇다고 안 쓰고 살지는 못하지만 

샤워젤이나 설거지 세제 등을 쓸 때 마다 성질난다. 

아니 왜 이렇게 많이 나오게 설정한 거야? 엉?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참 안 맞는 참 찌질한 이야기다.


그런 찌질함조차 서럽게 만드는 것들이 세상에 온통 널려있다. 

커다란 욕조에 물을 가득 담아 놓고 거품을 풀고 와인을 마시며 발을 살짝 드는 장면은 꼭 찍어야 하나,

그래야만 요염한가, 

그 많은 거품 물을 욕조에서 뺄 때 죄스럽지 않은가, 

에코드라마 에코 감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보다 재미를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재미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지적인 감독 어디 없을까나,

대형 할인점에 가면 먹을 음식 있는 곳을 빼고 모든 공산품이 정말 쓰레기처럼 보일 때가 있다.

저 수많은 대용량의 샴푸 세제가 이 땅으로 다 녹아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참 섬뜩한 일이다. 

아름다운 저 가구들이 집으로 들어가면 낡고 닳은 헌 가구들이 쓰레기로 나올 것이다. 

그러니 저 가구들이 바로 쓰레기인 것이다. 


깨끗하고 좋은 것들 속에는 언제나 무서운 것들이 숨어있다.

빵이 부드러울수록 그곳에는 뭔가가 숨어든다. 

떡이 딱딱해지지 않아서 좋다면 그 안에 역시 무엇인가가 숨어있다. 

언젠가 제과점 가까운 곳에서 살 때 

그 제과점으로 들어가는 엄청난 하얀 설탕 푸대들을 보며 놀란 적이 잇다. 

그런 트라우마(아주 좋은 트라우마다) 때문인지 다행히 빵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 답답해서 차를 몰고 나갔다> 

이 행위를 하게 한 것은 비이기도 하고 바람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나 밀리는 강변북로나 올림픽 대로를 이젠 잘 가지 않는다.

파주 지나 연천, 연천 지나 철원, 철원 지나 화천, 화천 지나 양구

화천 지나 양구길은 아이들과 이번 휴가 때 계획한 일이었는데 코로나로 불발되었다. 

삼팔선이 가까워 아직 덜 개발된 조금쯤은 고립된 지역들....

큰 도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어지는 시골 들판.....을 보면 그제야 숨이 쉬어진다.

 

           


그렇게 질긴 빗속에서도 벼는 패서 토실토실 알이 여물어가고 있었다. 

겨우 몇 달 자라나서 수많은 사람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저 작은 일년생 식물의 경이로운 힘이라니, 

낱알이 여물어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겸손을 배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 

벼를 본적도 없는데....

작은 논에 난 사이길, 거기서 피어나는 콩 줄기, 

빗줄기 아래서도 청초하면서도 씩씩해 보이는 참깨꽃, 

그냥 버려진 채 가꾸지 않는 땅에서 피어나는 잡초들의 아름다움은 

그들에겐 딴 세상이며 난해한 주제일 것이다.

세월이 주는 해답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야 이렇게 고스란히 보이는 거겠지.




최애장소 임진강가에 있는 고구려성 호로고루로 간다. 

멀리서부터 탄성을 짓게 하는 모습. 

의외로 사람이 있다. 

비 오고 바람 불어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서 호젓한 호로고루를 느끼려고 했는데.. 

주변에는 가득 심어놓은 해바라기가 이제 자라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린 소녀같았다. 

노란 꽃잎은 연노랑으로 되바라지지 않은 가련함을 품고 있었고 

크기는 아담했으며 속의 씨앗들은 세상을 보며 아, 하는 듯 했다. 



멀지 않는 곳에 있는 한옥 카페에 들려 엄청난 독아지(항아리)를 보고 

그곳에 있는 자그마한 습지를 걸으며 환하게 피어난 목수국을 보았다. 


비가 오락가락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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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작성자 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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