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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Sep 15. 2021

호로고루(瓠蘆古壘)

고구려성




임진강의 옛이름이 호로하다. 어여쁜 어감이다. 

고루는 보루라는 뜻으로 이 일대는 200여 년 간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 지역이었다고 한다.

신라가 고루려를 침략할 때 임진강을 건널만한 얕은 물길이 이곳뿐이었다고, 

이십여 년 전에 발굴 했는데 삼국 시대의 성벽과 우물이 나오고, 

다수의 기와와 토기, 철기 유물 등이 출토되었다. 

성이라고는 하지만 한쪽에서 보면 그저 도톰한 땅처럼 보이는 곳, 

하긴 임진강 단애 저편에 서서 보면 성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다수의 기와와 토기, 철기 유물 등이 출토되었다. 

성이라고는 하지만 한쪽에서 보면 그저 도톰한 땅처럼 보이는 곳, 

하긴 임진강 단애 저편에 서서 보면 성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때는 은대리성 당포성 호로고루성을 다 찾아 다니며 걷기도 했다. 


이곳을 처음 드나들 때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었고

무성한 잡풀이 성을 휘감고 있었다. 

어쩌다가 젊은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나와서 

사진 찍어줄까요? 물어서 그들 가족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사람 없는 빈 공간과 

강줄기가 좋아서 지나가는 길에도, 일부러도, 들렸다. 

드물게 토성 위에 사람이 한둘 있면 그 실루엣이 말할 수 없이 멋졌다. 

저 아득한 시간대의 고구려라니..... 

변하지 않으면서 변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사람이 만든 성의 자취는 차츰 사라져 가지만 저 강줄기들은 옛날에도 저리 흘러 갔으리,

오래된 강가에서 

사라져 가던 유적지에서 

멀리 아득하게 흫러가는 강줄기는 

내 마음까지 유장하게 흐르게 하며 자신의 곁을 내게 내주곤 했다. 

자연이 주는 것은 거의가 다 그렇다.

그래, 너무 급급하지 말아라

세상사도 이렇게 흘러간단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단다. 

지혜가 시간을 아는 것 아니런가, 

시간을 바라보며 생각하게 하는 곳이었다. 


그러더니 몇 년새 천지개벽을 했다. 

며칠 전 드라이브 나가는 길에 호로고루 성을 들렀다. 

해바라기 때문인지 평일인데도 주차장에 차들이 놀랄 만큼 많이 서있었다. 

가까이 있던 방앗간이 사라지고 대신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이 자그마한 임진강가의 토성이 어찌 이리 핫플이 되었을까, 

사진이었다. 

그러니까, 해바라기와 함께 토성과 함께 역광으로 비치는 작은 사람들의 모습이 

사진속에 

멋지기 때문이다. 

공간 속의 인간의 모습이 

다른 곳과 좀 다르기 때문이다.

공간을 느끼기 보다는 

사진 찍기 위해 오는 사람이 많은 곳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래서 

공간이 오히려 사라져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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