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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Oct 06. 2021

백령도 대청도

사진들



처음에는 패키지여행을 즐기다가 조금 하다 보니 패키지여행이 촌스러워 보였다.

트래블의 어원은 고생이라 했거늘,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가서도 패키지여행을 안 하는 듯 혼자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다. 

그것도 주어진 시간 아래서,

가령 파리 몽마르르트 광장에서 몇 시까지 시간을 주며

어디 어디 다녀오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그 어디 어디를 안가고

파리지앵처럼 그 풀밭에서 뒹글며 놀았다. 

파리 사람들 바라보면서, 

아이고 이 작은 풀밭에 그렇게 촘촘히 누워있다니…….

아니 이 풀밭에는 벌레는 없는겨?

그래서 무슨 파리지앵이 될 거라고 ㅋㅋ

그러니 여전히 허영은 나와 함께 다니는 질투 같은 아이다.

질투나 허영을 사그리? 없앨 수 있다면 나는 참 훌륭한? 사람이 될 텐데.ㅋㅋㅋㅋ


딸아이와 대만 닷새 빈 열흘 자유여행을 하기도 했다. 

자유롭긴 했다. 있고 싶은 곳에서 실컷 있을 수 있고

빈에서는 주로 미술관 투어를 했으니

그러나 여전히 먹는 것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것이 불편하긴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차를 가지고 하는 여행은  자유롭다. 

제주도 강원도 충청도 어딜가든 

가다 멈추고 아무데서나 옆으로 새고 

자유로움의 극치다. 

그래도 여전히 먹는 숙제는 남는다.


친구들과 백령도를 다녀왔다. 

백령도는 예전에 한번 다녀오긴 했지만 대청도가 끼어 있는 이박 삼일의 패키지 여행이다.

생각해보니 당일 여행 빼고 우리나라에서 하는 패키지 여행은 처음인 것 같다.

예전에 백령도 갈 때도 지인분들과 함께 갔으니,

연안부두에서 왕복 배 삯이 무려 13만원 가량이었다. 

아이구 패키지가 엄청 싸구나.....싶었다.

주는 대로 먹고 재워주는 데서 자고 차를 타고 다니며 내리라면 내리고 

구경시켜 주는데서 구경하면 되니

이 얼마나 편한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한들 찾아가기가 넘 어렵다. 

족집게 강사들이 찍어준 것만 봐도 충분하다.

식사는 맛없으면 적게 먹고 그래도 못 먹겠으면 컵라면으로 때우면 된다.

실제 마지막 날에는 아침도 점심도 못 먹어서 결국 사발면을 사먹었더니 엄청 맛있었다. 

보나마나 이불 청결도는 낮을게 뻔해서 아예 시트 하나를 넣어가지고 갔다.

그리고 이불 위에 깔고 덮고,

 내몸만 이불에 안닿으면 된다. ㅎㅎ그러니 아주 편안한 여행이었다. 


모네가 그린 노르망디 해변의 코끼리바위 못지 않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등대가 매혹적이었다. 

안은 텅비고 허물어졌지만 그래도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는 세월이 고여있어 자연으로 자신을 변환시킨다.

안에서 찍은 사진인데 

길고 고요한 공간이 평면으로 찍히니 거기에 빛이 더해져 신비롭다.

설명없이는 절대 알수 없는, 

사람과 자연이 빚어낸 합작품.


돌이 참말 이뻤다. 동글거릴뿐  아니라 거의가 얇았다. 물먹은 빛 물색이 들어가니 더 고왔다.  백령도 콩돌해변


대청도의 농여 해변은 

 최고였다.

나는 그 바다 아니 모래 아니 풀등에 서는 순간 

  연흔을 바라볼 때 

 그 연흔 위로 맑은 물이 휘돌아 나가는 곳에서 

직선 속에서만 살던 나는 

약간 미칠것 같았다.

그 수많은 곡선이 주는 충격이 나를 떨게 했다.  

풀등을 아시는가,

연흔을 아시는가,

그 아름다운 단어들로 수놓아진 세상이 거기 있다. 

그것도  크고 거대하게  무엇보다 고요하게 

풀등은 바다를 이긴 정복자다.

연흔은 바다가 새긴 장대한 작품이다.

그들은 긴세월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것이며

나는 금방 소멸할것이다.



마지막 날 아침 대청도의 서풍받이를 두시간여 걸었다. 

오묘한 바다와 함께 숲이 함께 이루어내는  

신묘막측한 풍경이   한도 없이 이어졌다.

영흥도의 소사나무 군락지는 

대청도의 섬 군락지에 비하면 어린아이였다. 

그곳은 온산이 소사나무였다. 

땅이 박해서 견뎌낸 소사나무만 살아남은거지만 어쩌면 가난한 가족들이 우애가 깊듯이 

서로가 힘이 되서 저리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 보라색 모싯대가 한도없이 피어나 있었다. 

사람손 없는곳에 피어나 있어서 그런지 마치 금강 초롱 처럼 짙은 보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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