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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Feb 06. 2022

책은 꽃이다

 



글로 책은 만들어지지만 글이 다 책은 아니다.

책은 글이 꿈꾸는 꿈의 자리일 것이다.

글의 성취, 목적, 사랑의 정점이다.  


어딜 가려면 읽건 안 읽건 책을 핸드백에 담곤 했는데 

이즈음은 가벼운 외출 시 

손전화를 슬쩍 만지며 책을 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투리 시간에 전화기만 펼치면 

거기 온 세상을 덮고도 남을만한 글 판이 펼쳐진다. 

수많은 신문 기사들 

에세이들

영화, 음악, 미술, 문학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

그리고 나도 합류해 있는 블로그 브런치글들 


겨우 손바닥 안에서 펼쳐지는 글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와는 전혀 다른 시선들의 세상이 거기 펼쳐진다. 

 문제는 대다수 글들이 매우 짧다는 데에 있다.  

짧은 글은 싫증나지 않는다.

싫증나려는 순간에 글은 이미 끝나있다.

짧은 글만을 쓰다 보니 긴 글을 쓰지 못하겠고

어쩌면 이렇게 계속 짧은 글만 읽다가 

나중에는 긴 글을 못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어디에서건 도무지 심심할 틈이 없다.

심심할 틈이 없으니 잘사는 것인가,

 책에서 답을 얻지 않는 시절이다. 

검색 창에 원하는 단어만 치면 무수한 답들이 일렬종대로 늘어선다.

 스스로 생각을 해야만 하는 일도 

생각하는 대신 검색 난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역시 일렬종대로 나타난다.

 몰랐던 지식들이 삽시간에 한 움큼이다.

공평을 좋아하는 세상살이에 인터넷은 딱 알맞은 매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엷음조차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

내 느낌이 아닌 남의 느낌을 내것化

내가 들어있지 않는 곳, 것,은 

결국 나의 부재를 의미한다

어쩌면 지금은 

그런 부재를 존재로 오인하는 세대가 아닌가..


어제 오후 해저물 무렵 공원을 걸었다. 

겨울나무들은 빈몸을 하고 의연하게 서있다.

이파리 넓은 오동나무도 이파리 아주 가느다란 회화나무도 

노오란 살구를 바람 불 때 마다 떨어뜨려내던 살구나무도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저기 저 벚나무는 유별나게 검은 가지 유별나게 헐벗어 유별나게 추워 보인다. 

 겨울 앞에 공평하게 벗은 나무는 얼핏 죽은 것처럼 보인다.

속내를 가늠하기 어렵다. 

꽃을 사랑한다면서 

꽃만 본다면

사랑을 모르는 것이다. 

 나무가 혹은 꽃을 피워내는 풀이 

얼마나 꽃을 사랑하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인내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이미 온 가지에 촘촘히 매달고 있는 동아. 겨울눈들.

한여름 아주 건강할 때 가진 저 아이를 추운겨울을 지나게 해서

이른 봄에 피어나게 하는 것,  왜 그토록 추운 겨울을 지나서야....

그 뜻을 우리는 다 알 수 없지만  또 굳이 모를 일도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를 웅변하고 있다는 것을  다만 모르는 척 할 뿐이다. 


나무는 저 겨울눈을 위해 미련 없이 이파리 내려놓았을 것이다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미련없이 내려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처럼 서있는 저 겸손함이라니 , 

마치 겨울잠이라도 자는 것처럼 고요해 보이는 나무들

침묵도 필요하지 않겠니. ,

그들은 지금 

저 동아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통째로/반칠환


책은 꽃이다. 

꽃을 알려면 

혹은 사랑하려면 꽃이 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 

어여쁘게 피어난 꽃을 보며 

자신의 감정에만 취한채  그칠것이 아니라

건강한 여름 어느 날 솟아난 동아와

무참히 내어보낸 나뭇잎을 기억하며 

추운 겨울, 겨울눈을 키워내는 나목의 침묵을 떠올려야 한다.


무수한 글자들

검색창에 나타난 그 수많은 단어들에서 

그칠 일이 아니라는 것,  책은 그래서 꽃이다. 


사진은 작년 오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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