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Nov 18. 2016

깊은 가을날 '봄날은 간다'를 읽다

아름다운 글이 사라져 버렸구나

책두 사람처럼...사람과의 만남처럼 뭔가 조금 아주 조금 운명적인 것이 있다. 

혹시 오버되는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양지하시라..

오늘 지금 어두워오고. 

나뭇잎들은 가을바람에 흔들거린다.

그리고 조금 이따가는 비가 온다고 했으니 

혹시 깊은 밤이면 더하여 첫눈 올지도 모르니.....

그리하여 우리도 확 돌....때가 있으니..ㅎ

읽고 싶은 소설책을 두 권 적어갔고 식물에서 한 권 미술에서 한 권  그리고 눈에 띄는 책 한 권.....

이렇게 마음먹고 도서관엘 갔는데 

집에서 검색한 바로는 대출 가능이던 책이 금세 불가가 되었다.

사실 이즈음 적어가지 않으면 그 수많은 책에서 보고 싶은 책 찾기 쉽지 않다. 

두 권 때문에 여기저기 기웃거리었다. 

그러다가 이윤기 선생 떠난 후 나온...'봄날은 간다'가 보였다. 

아마도 그를 기려서 만든 책 

그의 글 두 편을 앞에 놓고 뒤는 작가들과 번역가인 그의 딸 그리고 조영남의 글도 있었다.

숨은 그림 찾기는 

매우 아주 좋게 이미 읽은 책이었다. 

남은 이들이 그를 어떻게 기리나.. 가 궁금했다. 

오늘 

숨은 그림 찾기.... 를 다시 읽는데 여전히 좋았다.

너스레가 없으면서도 대목 대목 눈부시고

그의 글 속에서는 

이른 봄날 부드러운 미나리 살짝 데칠 때 나는 향기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무엇보다 글 속의 사람들이 나는 무척 맘에 든다. 

주인공 일모 선생..... 무거우면서도 가볍고 따뜻하면서 정겹다 거기다 솔직하고 재미있다.

그는 사람의 모듬살이는 무균실이 아니다고 말하며, 

시커멓게 그을린 눈꼬리로 기가 막히도록 아름답게 웃는 사람이다. 

제자인 화자.. 혹은 작가 분신인 그조차 이 대목에서 같이 아름다워진다. 

늙어서 볼품없고 농사일에 꺼멓게 찌들어있는 사람의 웃음을 아름답게 여기는 자...

나는 그 두 사람이 다 맘에 든다. 

나도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 내 곁에 있나.... 휘둘러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저 눈앞에 급급한 사람들..... 만 수다해서.... 하긴 나 자신이 그러하니...

한숨 쉬면서 글을 읽어간다.

다른 하나의 꼭짓점으로 하 사장이 나온다. 두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근검절약의 표본...

아주 단순한 사람. 마치 시계추 같은 사람. 어찌 보면 세 사람 중에 가장 형편없는 사람....

그러나 나중에 보면 가장 멋진 사람이 또 그다. 

아주 큰 곡선인 그... 그러나 대롱 눈으로 보면 아주 짧은 직선처럼 보이는....   

작년 가을 그리고 올봄 올여름 세 번을 간 음식집이 있다.

우리 동네서 광릉(국립수목원) 가는 길에 있는 식당이다.

지나다 보니 차가 많이 있어서, 

마침 점심때가 되어서 들어갔는데 

뜨락이 넓었다.

음식은 괜찮았고 밖에 자판기 커피가 있었는데 

나무 가득한 시원스러운 뜨락이 커피 맛을 아주 좋게 만들어주었다. 

올해 봄날 

다시 그 집에 들렀는데 세상에 아주 커다란 귀룽나무가 세 그루나 있었다. 

지난번에는 가을이라 무심히 넘겼던 것이다. 

엄청나게 키가 큰 귀룽나무에 하얀 꽃들이 무시무시하게 피어나 있었다.

가끔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사람을 혹하게 해서 꽃들도 무시무시할 때 있다. 

마침 젊은 사장이 지나가길래...

누가 이렇게 귀룽나무를 심은 거예요?.

아이고 장사를 그렇게 했어도 귀룽나무 이야기하시는 분은 처음입니다. 

선친께서 심으셨어요. 수십 년 넘은 나무입니다. 여기가 원래는 수목원이었습니다. 

나무가 기도하는 집에도 귀룽나무가 제법(?) 주인공이다.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노래의 시작이다..

겨울날도 가고 여름날도 간다. 그리고 지금처럼 가을도 간다. 

그런데 왜 봄날은 간다..... 는 겨울 여름 가을보다 유별나게 애틋 애잔한 걸까.  

시간에 방울을 매달지 못한 이들의 노래라서 그렇다고...... 

그런 봄날이 달라지는 이야기가 봄날은 간다에 있다.

나무로 인해 새로운 삶을 지어가는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

나무를 정말 아름답게 형상화한 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 

수십 편이 혹은 수백 편이 그와 함께 사라져 버렸구나.

나무들에게는

정말 나무를 사랑해서 나무를 아름답게 보여준 이가 사라진 거고....

근데 이윤기 선생

겨우 나보다 열 살 위니

너무 젊은 나이 아닌가. 

..  

깊은 가을날 '봄날은 간다'를 읽다


작가의 이전글 고마워요 근혜 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