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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중국인 친구

친구라고 해도 되는 사이

by 상상이상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느린 걸음으로 책방을 둘러본다.

따뜻한 웰컴티를 내어주고는 편히 구경할 수 있도록 구석의 자리로 돌아와 책을 읽었다.


잠시 후,

나에게로 오는 발걸음이 느껴진다.

사뿐사뿐, 꽃잎처럼 가볍게 내려앉는 발소리가 근처에서 멈춘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녀가 햇살처럼 웃고 서있다.

휴대폰을 두 손으로 곱게 들어 보인다.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걸 많이 미안해했다.

여린 음성으로 영어로 말하는 동안

나는 번역된 화면을 바라보았다.

예쁜 음성보다 예쁜 배려..


강릉 감자볼펜을 고르고 결제를 하며

또 한참 휴대폰을 두드린다.

오늘 자신의 볼펜을 잃어버렸노라고,

여기서 볼펜을 구입하게 된 건 운명이라고..

인연에 감사하다고..

내가 화면의 번역된 글자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동안 이어진 음성 어디에도 재촉하거나 답답해하는 느낌이 없었다. 그저 번역된 글자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것들의 보충하고 싶어 했다. 손짓 표정 몸짓으로 글자보다 가까이 접촉하고자 했다.


스탬프를 모으는 수첩에 책방 스탬프를 찍어주고, 씨앗연필도 선물하고, 책모양 스탬프에 "만나서 반가워요" 한글도 적어주었다.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이고.. 초승달 같은 눈을 하고는 우린 마주 보고 웃었다.


한국어로 고맙다는 나의 말에

Thank you so much. thank you...로 답하는 그녀, 친구가 되었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우린 서로를 기다렸고 고마웠고 편안했고 행복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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